장애인 일할 권리 지키는 시설, 보조금은 엉뚱한 곳에 썼다

복지부, 직업재활시설 12곳 합동조사…52건 적발·418억 환수 조치

지난해 9월 9일과 10일 열린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에서 이스란 제1차관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보조금 운용 실태를 들여다봤더니 절반 이상에서 크고 작은 위반이 확인됐다. 장애인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시설에서 정작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현지조사를 벌여 보조금 부당집행 등 5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회복지시설 합동조사 계획에 따른 것으로, 전국 828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가운데 규모 면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12개 시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법인과 시설 운영 전반, 회계 처리, 종사자 관리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적발된 52건을 유형별로 나누면, 보조금 용도 외 사용·수익금 집행 부적정·서비스 중복 이용 등 재정·회계 부실이 32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시설 설치기준 위반·운영위원회 관리 소홀 등 시설운영 위반이 12건으로 23%, 채용 절차 위반·범죄경력 미조회 등 종사자 관리 부실이 8건으로 15%를 각각 기록했다.

복지부는 적발 내용을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 수사의뢰 2건, 보조금 환수 2건, 시설 회계 및 이용자 반환 10건, 행정처분 44건, 과태료 4건 등 총 115건의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요구했다. 환수와 반환 대상 금액을 합산하면 4억1800만 원에 이른다.

구체적인 위반 사례를 보면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수사의뢰 2건 중 하나는 시설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개인 명의 종신보험에 1억5000만 원을 예치한 뒤 이를 해약해 법인 명의 토지 매입에 쓴 경우다. 공적 재원이 사실상 사적으로 전용된 셈이다.

보조금 환수 대상 2건에서는 생계비와 급식비가 시설 운영 자산을 사들이는 데 400만 원가량 쓰인 사례, 시설장이 법인 대표를 겸임하면서 규정에 없는 특별수당과 시간외근무수당을 3000만 원 수령한 사례가 포함됐다. 수익금 무단 전용과 후원금 부당 사용을 포함한 10건에 대해서는 3억8400만 원을 시설 회계와 이용자에게 되돌리도록 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 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의 재정 부실은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직업 훈련과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서비스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을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시설의 신뢰성은 협력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인 만큼 이번 조사 결과는 관련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회계 부정, 예산 낭비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부정수급 예방 교육과 현지조사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