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4)] “보이지 않는 장벽, 장애인이 가장 많이 차별을 겪는 공간

취업,교육,공공서비스
일상속 차별의 지도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단순한 불편 수준을 넘어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 사회참여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과 사회관계 영역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장애인 정책 역시 단순 지원 중심에서 차별 해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장애인삶 패널조사 데이터 품질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 추적한 국가 단위 조사다. 조사 항목에는 고용, 교육, 사회관계, 건강, 심리상태, 인권, 삶의 만족도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장애인의 사회적 관계 만족도는 10점 만점 기준 2018년 5.09점에서 2023년 5.63점으로 상승했지만,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지체·청각언어 장애인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중증장애인의 만족도는 경증장애인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참여 격차도 뚜렷했다. 종교·친목·여가·자원봉사·정치단체 활동 가운데 한 달에 1회 이상 참여한 비율은 2021년 38.12%에서 2023년 54.29%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뇌병변·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의 참여율은 다른 장애유형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회적 활동 참여 자체가 이동권과 정보 접근성, 지역사회 인식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 개인 선택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 영역에서는 구조적 차별 문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경우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 상태로 전환될 확률이 경증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정신장애인의 미취업 유지 비율은 96.36%에 달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미취업 유지 비율 역시 90.18%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 장애인의 고용 취약성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미취업 상태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미취업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장애와 성별이 결합되며 노동시장 안에서 이중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만족도 역시 취업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2023년 기준 취업 장애인의 수입 만족도는 5.50점이었던 반면, 미취업 장애인은 4.42점에 그쳤다. 단순히 소득 규모의 차이를 넘어, 고용 여부 자체가 삶의 안정감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차별 경험은 정신적 위축으로도 이어졌다. 보고서의 장애수용 문항에는 “나는 장애 때문에 사람들을 잘 사귀지 못한다”, “나는 장애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어 속상하다”와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실제 장애수용 점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2023년 2.22점으로 주요 장애유형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조사됐다. 중증장애인의 장애수용 점수 역시 2.30점으로 경증장애인 2.55점보다 낮았다.

이는 반복되는 차별과 사회적 배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기효능감 저하와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건강 영역에서도 취업 여부에 따른 격차가 나타났다. 2023년 기준 만성질환 보유 비율은 미취업 장애인이 취업 장애인보다 높게 조사됐다.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정이 건강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차별이 특정 개인의 편견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채용 과정에서의 배제, 학교 현장의 지원 부족, 공공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지역사회 내 관계 단절이 서로 연결되며 장애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차별이 단순히 순간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별은 사회관계 축소와 경제적 불안정, 낮은 삶의 만족도, 정신적 위축으로 이어지며 결국 장애인의 삶 자체를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