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5% 넘어선 장애인체육회…일부 지역 공백 속 대구, 변화의 첫걸음

행정 전달체계 지역 편차 여전…북구 설립 추진, 확산 기대감

<사진=대구광역시장애인체육회 제공>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75%가 장애인체육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는 아직 단 한 곳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장애인체육 행정 전달체계가 ‘마지막 단위’에서 멈춰 서 있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온 가운데, 최근 대구 북구에서 설립 추진이 본격화되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장애인체육회는 지난 17일 북구장애인체육회 설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절차에 착수했다. 추진위원회는 장애인시설 단체장과 선수 등 9명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공약 반영과 지역 여론 형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수성구·달서구·동구에 이어 네 번째 움직임으로, 그동안 공백 상태였던 기초 단위 장애인체육 행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코칭능력개발지에 발표된 연구논문, ‘장애인체육 행정전달 체계 개선을 위한 시군구장애인체육회 설립지원방안 탐색’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약 68.4%만이 시군구장애인체육회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는 기초 단위 체육회가 전무한 지역으로 분류되며 행정 전달체계의 공백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로 확인된다.

문제는 단순히 ‘설립률’에 그치지 않는다. 시군구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생활체육 프로그램 운영, 선수 발굴, 지역 기반 스포츠 참여 확대를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이 조직이 없다는 것은 곧 장애인체육 서비스가 지역 현장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구는 현재 구조를 “광역 단위는 완성됐지만 기초 단위에서 단절된 상태”로 진단한다.

<출처=연구논문, ‘장애인체육 행정전달 체계 개선을 위한 시군구장애인체육회 설립지원방안 탐색’2025년>

그렇다면 왜 일부 지역에서는 설립이 지연되고 있을까. 연구 논문에따르면 그 원인이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지적한다.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관심 부족’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재정 부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장애인체육 정책이 예산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부산·인천 등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에서도 설립률이 낮은 점은, 문제의 핵심이 재정이 아닌 행정 의지에 있음을 방증한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장애 유형별 단체 간 갈등 구조가 지목된다. 장애인체육회는 다양한 장애 유형 단체를 하나로 묶는 조직인데,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 충돌이 심할 경우 설립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앙 및 시도 단위 기관의 적극적 개입 부족, 제도적 강제력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 간 격차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설립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었다”는 점을 중요한 구조적 문제로 제시한다. 현재는 시군구장애인체육회를 설립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보조사업 평가에 설립 여부를 반영하는 등 정책적 유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대구 북구의 움직임은 단순한 지역 단위 사업을 넘어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그동안 ‘0%’에 머물렀던 대구에서 첫 조직 설립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구·군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공약으로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략은, 연구에서 지적된 ‘행정 의지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현장의 목소리도 절박하다. 북구 추진위원장은 “대구는 3대 도시임에도 구·군 장애인체육회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조직 신설 요구를 넘어, 장애인의 체육 참여권과 지역 격차 해소 문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시군구장애인체육회 설립이 단순한 행정 조직 확대가 아니라 ‘서비스 전달 구조의 완성’이라고 강조한다. 중앙과 광역 단위 정책이 실제 장애인 개인의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기초 단위 조직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관건은 확산 여부다. 북구를 시작으로 수성구·달서구·동구 등에서 추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설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예산 반영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중앙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구조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는 이미 70%를 넘은 제도가 특정 지역에서는 ‘0’에 머물러 있는 현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첫 시도가 대구에서 시작됐다. 늦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장애인체육 행정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피니언]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 3년, 복지 실험을 넘어 고용 연계 모델로

의무고용제와의 구조적 결합 통해 지속 가능성 높여야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경기도청이 2023년 7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장애인 기회소득’은 기존 소득보장 정책과 결이 다른 실험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등록 장애인이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주 2회 이상, 1회 1시간 이상의 건강활동을 인증하면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단순 현금 이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활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도에 따르면 현재 참여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참여자 2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4.8%가 신체 건강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정책 도입 취지였던 건강권 증진과 사회적 고립 예방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기존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서비스가 생계와 돌봄을 중심에 둔 제도라면, 기회소득은 활동 참여를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 정책은 아직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 건강 개선 효과가 참여자 자기응답 방식에 기반하고 있어 의료지표 등 외부 통계와의 연계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재정 부담이다. 월 10만 원씩 최대 30개월 지급하는 구조는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예산 규모가 급증한다.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셋째, 중앙정부 복지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다. 장애인연금·장애수당·활동지원서비스 등 기존 제도와 기능이 중첩되거나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험적 가치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해법은 확산 여부 자체보다 ‘어떻게 구조를 고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그 연결 고리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며, 이를 관리하는 기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납부한다. 공단 통계에 따르면 매년 상당수 기업이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부담금 규모도 2024년 기준, 약 830억원대에 이른다. 제도의 취지가 고용 확대에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미이행에 대한 비용 지불’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장애인 기회소득을 고용 전 단계의 역량 축적 플랫폼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부담금 일부를 활동 기반 소득 지원과 직무훈련 프로그램에 연계해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건강활동 인증에 더해 직무교육, 디지털 역량 강화, 현장 실습 등을 결합하면 참여자는 소득 안정과 함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준비된 인재풀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대해 부담금 감면, ESG 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부담금을 단순 제재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이 고용을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득 보장은 안전망이고, 고용은 권리라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복지와 고용정책이 분리된 채 작동하는 현재 구조로는 장애인의 실질적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기도의 장애인 기회소득은 아직 완성형 모델이 아니다. 효과 검증과 재정 지속 가능성, 중앙정부 제도와의 정합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정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문제가 아니라, 고용정책과의 구조적 결합을 통해 진화시킬 시점이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에 머물게 할 것인지, 사회적 가치 생산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이제 제도의 방향을 가를 것이다.




[기획]경기도 직업재활시설, 양적 확대 넘어 구조 개편 과제 직면

최저임금 보장·전이 지원·단일유형 개편 등 질적 전환 요구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경기도 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양적 확대를 이뤘지만, 임금 보장과 노동시장 전이, 운영 체계의 정체성 문제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복지재단이 2025년 12월 발간한 ‘경기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운영 향상 방안 연구’는 도내 직업재활시설의 재정, 인력, 운영 실태를 종합 분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기도에는 총 189개소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운영 중이다. 2020년 155개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총 정원 5,183명 가운데 4,907명이 이용하고 있어 정원 충족률은 94.7%에 달한다. 이용자 중 근로장애인은 3,384명, 훈련장애인은 1,523명이며, 특히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양적 성장은 분명한 성과지만, 기능적 정체성의 혼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행 시설 유형은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로 구분돼 있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기능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 임금 지급과 전이 지원을 동시에 수행하고, 근로와 훈련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형 구분이 정책 목표와 현장 운영 사이의 괴리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금 구조 역시 구조적 한계로 지목됐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의 2021년 월 평균 임금은 약 37만 원으로, 같은 해 월 최저임금의 19.7% 수준에 그쳤다. 보호고용 체계가 일정 부분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질적 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매출 감소와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재정 기반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국제적 흐름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보호고용 중심 체계에 대해 개방고용으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으며, 보고서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직업재활시설의 본질적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호 중심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통합과 노동권 보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질적 성장 중심의 구조 개편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우선 현행 다유형 체계를 장기적으로 단일 유형 모델로 재편해 이용자 사정, 직업훈련, 근로활동, 전이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호고용 중심 운영과 개방고용 지향 사이의 긴장을 고려해 중앙정부 차원의 폭넓은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저임금 보장과 전이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장기 보호고용에 머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 임금 체계 개편과 보충급여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설 수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과 관리 난이도를 고려해 도와 시군 차원의 질 관리 체계 고도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고령 장애인 증가에 대비한 서비스 개발과 개인예산제 기반 지원 도입도 함께 언급했다. 이는 직업재활시설을 단순 생산 공간이 아닌 생애주기별 지원과 지역사회 통합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경기도 직업재활시설은 양적 확대라는 1단계를 넘어 질적 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 보호와 고용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소득 보장과 노동시장 전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 필요

제주시, 신장장애인 의료비 예산 10억3500만 원으로 증액

<사진=제주시청 전경>

장애는 반드시 눈에 보이는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휠체어나 보조기기처럼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쉽게 알아볼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겪는 이들도 있다. 신장장애, 심장장애와 같은 내부기관 장애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지원이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제주시는 신장장애인을 위한 의료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내부기관 장애는 장기의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신장장애인의 경우 정기적인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고, 이식수술 준비 과정에서도 상당한 의료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비장애인과 큰 차이가 없어 불편함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주시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2026년 신장장애인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10.1% 증액한 10억3500만 원으로 편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2025년 예산 9억4000만 원보다 약 9500만 원 늘어난 규모다.

이번 예산 확대는 신장장애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건강관리 강화로 인해 개인별 투석 횟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제주시의 신장장애인 의료비 지원 실적은 2024년 649명·7억8000만 원에서 2025년 665명·9억4000만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제주도 내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신장장애인이다. 다만 의료급여 대상자나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대상자, 다른 법령에 따라 이미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도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혈관투석 및 복막투석 비용의 본인부담액 50%를 지원한다. 또한 신장이식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전검사비는 연 1회에 한해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며, 투석을 위한 혈관 수술비는 연 1회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한다.

이식수술 사전검사비와 투석혈관 수술비는 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반면 혈관 및 복막투석비는 도내 의료기관이 제주시로 직접 청구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져 당사자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했다.

신장장애인은 정기적인 치료 없이는 생명 유지가 어려운 대표적인 내부기관 장애 유형이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커 많은 이들이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제주시의 지원 확대는 보이지 않는 장애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지원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장애인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평가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내부기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정책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성공회대 서재경 교수 인터뷰] 장애인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하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 권리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월요일의 윤슬’은 한 발달장애인이 근로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라는 수식어 대신 ‘근로자 김윤슬’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변화를 통해, 일하는 존재로서의 발달장애인을 조명했다. 이 책을 집필한 이는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서재경 교수다.

서 교수는 오랜 기간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와 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그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발달장애인의 노동 현실과 제도 개선 방향을 듣기 위해 서 교수를 만나 심층 대화를 나눴다.

현재의 노동 기준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서 교수는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가 근본적으로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금의 노동시장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채용시험, 평가 기준, 업무 방식 모두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달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 체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발달장애인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기존 기준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단기 공공일자리는 체험 수준에 머문다

현재 운영 중인 장애인 공공일자리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운영 방식이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10개월, 11개월 단위의 단기 계약으로 운영되다 보니 계약이 끝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구조”라며 “이런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 체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최소한 3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퇴직금 보장, 4대보험 적용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권도 당연히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고용은 형식이 아닌 실질적 참여가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이 고용부담금을 대신해 장애인을 직접 채용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과거에는 부담금 납부로 고용 의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판단이다.

다만 단순히 급여만 지급하는 형식적 고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근로자가 회사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조직 문화 안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며 “회사 행사에 참여하고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회사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서 교수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모델을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이 모델은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제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발달장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더 많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보가 축적될 때 기업과 당사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애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동료 근로자다

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로 인식의 전환을 꼽았다. 장애인을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권리를 가진 근로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일할 수 있고 사회 속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제도와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노동 문제는 단순한 복지 이슈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관한 문제”라며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노동은 누군가에게 자립의 기반이 되고, 또 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다. 장애인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정받을 때, 우리 사회의 노동 역시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5) 경계선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

2026년 200명 대상 직업역량 강화
취업지원 제도 연계도 추진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고용노동부가 2026년부터 경계선지능 청년을 위한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행한다.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려금 지급, 구직 단계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등 기존 장애인 고용 제도 개선과 함께, 그간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경계선지능 청년이 독립적인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은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첫 제도적 시도로 평가된다.

경계선지능이란 지능지수(IQ) 71~84 수준으로, 지적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학습과 사회 적응 과정에서 일정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범위를 말한다. 통계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를 종합하면 전체 인구의 약 13.6%가 이 범위에 포함되며, 국내 20~39세 청년층으로 환산하면 약 12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인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존 장애인 고용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일반 청년 취업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한 맞춤형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28)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공공기관 인턴에 지원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사회적응 문제 때문에 취업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내게 맞는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만 20세부터 39세까지 경계선지능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참여자는 기초 소양 교육과 구직 기술 훈련을 제공받고, 프로그램 참여수당으로 1인당 20만 원을 지급받는다. 올해 2월 1차 참여 지자체로 서울과 부산이 선정됐으며, 서울에서는 서울특별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 부산에서는 부산광역시사회서비스원이 사업을 맡는다. 현재까지 확정된 참여 인원은 130명으로, 고용노동부는 추가 지자체 참여를 모집하고 있다.

교육 이수 이후에는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단계적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참여자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과 연계해 직무 경험과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다. 단기 교육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설계한 점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이번 사업은 과거 시범사업과 차별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청년재단이 2022~2023년 소규모 직무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 사례가 있었지만, 참여 인원이 수십 명 수준에 그쳤고 정책 체계에서 독립적 지원 대상 집단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번 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명시적 지원 대상 집단을 설정한 첫 사례로, 경계선지능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업재활 분야 전문가인 송미란 서울여성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경계선지능 청년은 지적장애와 일반 청년 사이에 놓인 대표적 고용 사각지대”라며 “단기 교육보다 장기적 직무훈련과 현장 적응 지원이 병행돼야 안정적인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사례에서도 미국과 독일은 경계선지능 청년을 위한 별도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단기 교육과 현장 인턴십을 결합해 6개월 이상 장기 고용 유지율을 60~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책 실효성을 좌우할 과제도 명확하다. 초기 사업 규모가 200명으로 제한적이며, 지자체 위탁 운영으로 지역별 서비스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사업 운영 결과를 분석한 뒤, 참여 지자체 확대와 장기적 프로그램 설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장애인 정책과 일반 청년 정책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첫 시도”라며 “참여자들의 직무 적응과 취업 유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정책 확장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직무훈련-취업-유지 지원이 연결되는 구조적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향후 경계선지능 청년 고용 확대는 단순한 교육 제공을 넘어, 노동시장 안착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7) 서울재활병원, 재활 이후의 삶까지 잇다

의료사회복지사와 일자리 지원기관 협력으로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길 열어
재활의 끝은 퇴원이 아닌 출근…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돕는 ‘병원-일자리’ 가교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에게 재활은 단순히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 치료가 끝난 이후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삶의 안정과 직결된다. 실제로 국내 장애인의 상당수는 선천적 장애가 아닌 사고나 질환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등록장애인 가운데 약 80% 이상이 후천적 장애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활 이후의 사회 복귀 문제는 장애 정책 전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활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는 장애 발생 이후 약 6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신체 기능 회복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른바 재활의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기는 고용 지원 제도에서는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 현행 제도상 대부분의 장애인 고용 서비스는 장애인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절차상 장애 등록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다 보니 환자들은 치료에 집중하는 동안 퇴원 이후의 삶을 준비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현장에서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 서울재활병원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단계에서부터 퇴원 이후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환자들과 상담 과정에서 발병 이전의 직업과 퇴원 이후의 목표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재활의 목표를 일상 회복에만 머물지 않도록 돕고 있다. 특히 장애 등록 이전 단계부터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후 취업 지원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다.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의 장애 등록이 완료되는 즉시 센터와 연결해 취업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료와 취업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병원과 취업 지원기관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 같은 협력 모델은 실제 취업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장애인 인턴으로 취업한 30대 남성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발병 전 편의점을 운영했던 그는 재활 치료 이후에도 다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장애 등록이 완료된 뒤 곧바로 취업 상담이 진행됐고 직업 상담과 취업 알선을 거쳐 사무직 인턴으로 채용됐다. 치료의 공간이었던 병원이 사회로 나아가는 준비 단계의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센터 역시 병원 단계에서부터 취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섰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취업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병원 주요 동선에 취업 관련 안내와 홍보용 LED 안내판을 설치했다. 치료가 끝난 뒤 갑작스럽게 사회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줄이고, 회복 이후의 삶을 미리 구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센터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재활 치료 단계에서부터 취업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장애인이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맞춤형 상담과 다양한 취업 정보를 제공해 중도장애인의 자립적인 삶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활 의료와 고용 지원의 연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애 정책 연구자들은 의료 재활이 신체 기능 회복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실제 삶의 안정은 고용과 사회 참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도장애인의 경우 기존 직업 경력이 있는 만큼 적절한 직무 재설계와 취업 지원이 이뤄지면 노동시장 복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재활의 완성은 병원 치료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병원과 취업 지원기관이 협력해 재활 이후의 삶까지 이어주는 이 같은 모델은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의료와 고용의 경계를 넘는 작은 연결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시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4)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 개편…실효성 강화

제외 요건 단순화·서류 부담 완화, 고용 노력 미흡 기업은 구분 공표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고고용노동부가 2026년부터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도 함께 손질했다. 형식적인 행정 절차만으로 공표를 피할 수 있었던 기존 구조를 정비하고, 반복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개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장애인 직접 고용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장애인 고용률의 구조적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 인구 고용률은 약 63.8%인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34.0% 수준에 머물러 두 집단 간 격차가 약 30%포인트에 달한다.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3.1%, 공공기관 3.8%라는 법정 기준이 있지만 이를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직접 고용 대신 납부를 선택하는 고용부담금 규모만 연간 약 830억 원에 이른다. 부담금을 내면서 고용의무를 사실상 면제받는 구조가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셈이다.

명단공표 제도는 이러한 구조에 평판 압박을 더하기 위해 도입됐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이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행정 제재보다는 사회적 시선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도는 빈틈을 허용해 왔다.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라도 불이행 해소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최고경영자가 인사간담회에 참석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명단공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실제 장애인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서류 한 장, 참석 한 번으로 공표를 피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의 상징적 효과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물론 기존 제도가 완전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인사관계자 간담회와 장애인 고용 컨설팅 등 이행지도를 병행한 결과 498개소에서 2873명의 장애인이 신규 채용되는 성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절차 회피 구조가 지속되면서 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쌓였고 이번 개편으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허점을 막기 위해 명단공표 절차를 전면 재설계했다. 개편의 첫 번째 축은 간소화다. 앞으로는 명단공표 기준 인원을 충족한 기업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자동으로 공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에 요구되던 불이행 해소계획서 제출과 최고경영자 인사간담회 참석 요건은 모두 폐지됐다. 실제 장애인 고용 여부 자체가 공표 제외의 유일한 기준이 된다. 고용이 이행됐으면 공표 대상이 아니고, 이행되지 않았다면 절차와 무관하게 공표 대상이 된다는 단순한 원칙이 자리를 잡는다.

두 번째 축은 공표 체계의 강화다. 장애인 고용 인원이 0명인 기업과 3회 이상 연속으로 명단공표 대상이 된 기업은 공개 명단에서 별도로 구분해 표기된다. 반복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사업장을 사회적으로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넘어 누가 가장 심각한 수준의 고용 기피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가시화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세 번째 축은 사후 추적 장치의 명문화다. 신규 채용 계획을 제출해 일시적으로 공표를 면한 기업이 정해진 기간 내 실제 고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연도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의 약속 이행 여부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제도가 법령에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서를 제출하고 사라지는 방식의 회피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계를 동시에 지적한다. 한 노동경제학 교수는 “기업 평판에 영향을 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려면 직무 개발과 근로환경 개선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개 압박만 강화할 경우 기업이 부담금 납부나 형식적인 고용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개편의 실질적 성과는 명단공표 이후 실제 장애인 채용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형식적인 절차 중심이었던 기존 제도를 정비해 고용 이행 여부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제도 방향에서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연간 830억 원의 부담금을 납부하면서까지 직접 고용을 선택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동 방식이 명단 공개만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장애인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하고 현장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명단공표 제도와 함께 맞물려 작동해야 고용 확대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6)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 통해 중장년 장애인 재취업 성과

다시 잡은 핸들, 다시 뛰는 심장… 중장년 장애인의 택시 인생 2막
대왕기업 합류한 뇌병변장애인 최종옥 기사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택시기사로 재취업에 성공한 최종옥씨(좌)와 대왕기업 오세철 전무(우)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최근 국내 택시 산업은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택시 운전자 수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어들어 전국 택시 운전자는 약 23만7000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기사 평균 연령은 약 63세에 이르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심야 시간대 승차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력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장애인 고용률은 약 2% 수준으로 일반 노동시장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신체적 제약뿐 아니라 직무 선택의 제한, 직업훈련 기회의 부족, 사회적 인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의 경우 기존 직업으로 복귀하기 어려워 재취업 장벽이 더욱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은 새로운 고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택시 운전 자격 취득 교육부터 취업 연계, 초기 정착 지원까지 이어지는 통합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총 13명의 장애인이 택시 운전기사로 취업했다. 취업자의 61.5%는 지체장애인이었으며, 50대와 60대 중장년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운전직이 중장년 장애인에게 비교적 현실적인 재취업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전 직무는 일정 수준의 신체 기능만 유지된다면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근무 시간 조정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국내 택시 산업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를 합쳐 약 25만 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법인택시 회사 대왕기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애인 운전기사 채용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장애인 운전기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현재 6명 이상의 장애인 기사가 근무하고 있다. 회사 측은 복지수당 지급과 맞춤형 배차 등을 통해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대왕기업 오세철 전무는 “택시업계는 고령화로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센터와 협력하면 교육과 적응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애인 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최종옥 씨의 사례는 중도장애인 재취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 씨는 건축회사 대표로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2년 동안 재활 치료를 이어가며 사회 복귀를 고민하던 그는 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택시 운전에 도전하게 됐다.

최 씨는 자격시험에 한 번에 합격한 뒤 택시 운전기사로 취업했다. 그는 “처음 외국인 승객을 태웠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며 운행했는데, 하차할 때 팁을 받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근무가 시작되면서 생활 리듬이 안정됐고 신체 기능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단순한 개인 성공 사례를 넘어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직업재활 분야 전문가들은 운전직, 서비스직, 디지털 기반 직무 등 비교적 접근 가능한 직무를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직업재활 연구자들은 “중도장애인의 경우 기존 직업으로 복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무 전환형 재취업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며 “택시 운전처럼 일정한 기술 교육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직종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는 이제 일부 중도장애인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력난을 겪는 택시 산업과 재취업의 기회를 찾는 중장년 장애인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고용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참여가 확대된다면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 4분기 모니터링] “국감 보도 후속 추적·당사자 목소리 강화해야”

제1기 이용자위원회 3회 모니터링…결산 3부작·지자체 미달·세계 장애인의 날 현장 기사 ‘주목 보도’ 선정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가 9일 회의를 열고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게재된 기사를 점검하며 국정감사 후속 추적 보도 체계 마련과 당사자 목소리 강화를 주문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이용자위원회는 독자와 현장의 시각을 편집 방향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구성됐다. 장애인 당사자, 복지·고용 현장 전문가, 지역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기사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매체가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실질적인 독자 중심 보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날 회의는 장호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이사를 비롯해 김형규 전 평택시복지재단 이사장, 양경석 전 평택시의회 부의장, 임우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이상택 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이번 분기를 “연말 결산 기획과 국정감사 보도가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묵직한 기사들이 많이 나온 시기”로 평가했다. 장호철 위원장은 “2029년까지 의무고용률을 민간 3.5%, 공공 4.0%로 상향하는 정책 기사와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3부작이 독자에게 좋은 나침반 역할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국감 기사들이 의원 발언 중심으로 쏠리는 경향이 여전해 피감 기관의 해명이나 후속 조치를 함께 담는 보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층 평가 대상으로는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3부작, ‘전국 지자체 61%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 기사, 세계 장애인의 날 현장 기사 세 편이 선정됐다.

결산 3부작에 대해 위원들은 7년 만의 의무고용률 상향을 앞세우고 고용장려금 확대·AI 직무 교육 신설·데이터 기반 해법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형규 전 이사장은 “장려금 지원 대상이 63만여 명에서 75만 6천 명으로 늘어나고 예산이 540억 원 증액됐다는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기사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했다. 이상택 센터장은 “조윤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이 ‘통계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 한 발언처럼, 데이터를 해법의 출발점으로 삼는 기획의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호철 위원장은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됐는지 당사자 목소리가 더 들어갔다면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덧붙였다.

지자체 61% 미달 기사를 두고는 공무원 직군과 비공무원 직군 간의 극명한 대비를 짚어낸 분석에 호평이 이어졌다. 장호철 위원장은 “공무직 등 비공무원 근로자의 장애인 고용률이 6.12%인 반면 공무원 직군은 2.85%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형규 전 이사장은 “광주광역시가 2024년 한 해 동안 104억 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은,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에서조차 이런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상택 센터장은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재정 부담이 크지만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제한돼 있어 구조적 개선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현장 관계자의 발언이 고용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 현장 기사에 대해서는 위원 전원이 이번 분기 최고 보도로 꼽았다. 장호철 위원장은 “서울시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폐지해 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현실을 세계 장애인의 날에 정면 배치한 것은 이 신문만이 할 수 있는 시각”이라고 했다. 이상택 센터장은 “‘장애인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 총 1,000여 명이 공공의 책임 회피로 일자리를 잃은 셈’이라는 현장 발언이 문제의 규모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강력한 근거로 삼는 보도 방향을 계속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규 전 이사장은 “해고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사에 담은 것은 잘했지만, 서울시 측 입장도 함께 보완됐다면 균형이 더 완성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편집국에 네 가지 사항을 제언했다. 수출입은행 10년째 의무고용 미이행, 복지부 직영 장애인시설 학대 문제 등 국감 기사의 후속 추적 체계 마련, 결산 기획에 당사자 체감 목소리 결합 강화, 경계선지능인·키오스크 접근성 등 신생 의제의 2026년 지속 추적, 그리고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폐지 문제의 복직 여부와 제도 복원 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