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5) 성인장애인의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영향
회복탄력성과 사회적지지의 순차적매개효과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
<사진=Gamma로 생성한 AI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그러나 개별 매개변인에 국한된 분석이 대부분이었고, 요인 간의 종합적 관계를 규명한 순차적 매개효과 연구는 부족했다.
채인석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계장 등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 ‘성인 장애인의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의 순차적 매개효과’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종합적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삶 패널조사’ 6차 데이터에 참여한 6,121명 중 19세 이상 장애인 3,946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면서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가 각각 어떤 직접·간접적 상관관계를 갖는지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 장애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심리적 적응 자원과 사회적 관계망이 강화되며, 이는 결국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 또한 각각 삶의 만족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장애수용은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강화된 회복탄력성은 다시 사회적 지지를 확대시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순차적 경로를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몇 가지 실천적·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장애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개인의 강점과 잠재능력을 인정하고 삶을 재구성하도록 돕는 재활상담·심리치료·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수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관과 직업재활기관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화상 모임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사회적 지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수용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돌봄 제공자, 주변 조력자, 사회 전반의 복합적 노력이 병행될 때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 ②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
일본 촉각 표준과 영국 ‘조용한 모드’에서 알 수 있는 것들
<사진=Unsplash>
자동화는 효율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편했다. 은행 창구 대신 ATM기가 늘고, 매장엔 주문용 키오스크가, 역엔 발권기가 줄지어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 앞의 사용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변화는 아니다. 화면의 높이, 글자의 크기, 안내음의 속도, 메뉴의 깊이 하나까지가 새로운 경계가 된다. 장애인·노인·비숙련 이용자는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스마트’라는 이름의 혁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깥에 세워두는가.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는 해외 사례를 통해 미국의 맥도날드, 영국의 런던교통공사,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접근성은 왜 첫 화면이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쉬운 언어와 되돌리기 같은 인지 친화적 인터랙션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을 기술이 아닌 제도, 즉 조달 기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들의 변화를 추적한다. 자동화의 시대, 기계의 설계는 결국 사회의 태도를 닮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편집자주]
디지털 기기에서 버튼을 줄이는 것만으로 이용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함은 물리적 조작보다 머릿속 계산량에서 비롯된다. 쉽고 짧은 언어, 최소한의 단계,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사용자는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 낯선 용어나 복잡한 절차를 마주할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실수 후 되돌리기 기능이 없거나, 소음·시각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공공 시스템과 민간 서비스는 이런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쉬운 언어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가장 빠르게 낮춘다. 영국 런던교통공사(TfL)는 쉬운 영어(Plain English)를 적용해 티켓 종류를 ‘지역·시간·할인’으로 나눠 카드화했다. 독일 베를린교통공사(BVG) 역시 쉬운 독일어(Einfache Sprache) 모드로 전문 용어 대신 픽토그램과 짧은 문장 중심으로 구성했다. 문장을 12~16단어 이내로 줄이고 ‘발권’ 대신 ‘표 사기’, ‘인증’ 대신 ‘확인하기’처럼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식이다. TfL에 따르면 단축된 문장 구조로 사용자의 읽기 시간이 30~40% 감소했다.
키오스크의 선택 단계 축소는 사용자의 기억 부담과 더불어 사용 시간을 줄인다. 맥도날드는 접근성 모드에서 주문 단계를 일반 대비 25% 줄여 피크타임 병목을 완화했다. 자주 쓰는 조합은 ‘바로 구매’ 버튼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알레르기 정보 등은 접어 둬 흐름을 끊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공공기관은 ‘한 화면에 한 결정’ 원칙을 도입해 불필요한 화면 이동을 줄였다.
되돌리기 기능은 실수의 비용을 낮춘다. BVG는 되돌리기 버튼을 화면 왼쪽 아래에 고정해 재시도율을 높였다. 미국의 파네라 브레드도 되돌리기·취소 버튼을 항상 같은 위치에 배치해 오조작 후 이탈률을 낮췄다. 실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용자의 긴장을 줄이고, 전체를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앤다.
일본은 촉각 표준으로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다. 홈·확인·취소 버튼에는 서로 다른 돌출 패턴을 적용하고, 이어폰 잭 주변에 점자 라벨을 붙였다. 시각 의존도를 낮추고 손가락 감각으로 위치를 학습하게 해 오조작에 대한 불안을 덜어준다.
영국은 혼잡한 환경에서 인지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조용한 모드’를 제공한다. 소리 알림 대신 진동과 고대비 시각 효과로 알려주고 텍스트와 색상 정보를 단순화 했다. TfL 셀프 발권기와 테스코 셀프 체크아웃 단말기에서는 ‘사운드 레벨 낮추기’ 토글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화면 이동수가 줄면 기억해야 할 단계가 줄고, 되돌리기가 보이면 선택은 과감해진다. 감각의 자극을 낮출수록 판단은 명료해진다.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는 사용자 편의 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정보의 해석·판단·기억 과정이 높은 부담으로 작용해 직무 지속성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의 관건은 물리적 편의보다 인지적 편의”라고 지적했다. 화면의 명도나 버튼 크기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기 쉬운 상태로 제공하느냐가 고용 유지율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4) 장애 정도에 따른 장애수용, 자아존중감과 우울 간의 구조적 관계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편적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필요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AI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수용(Disability Acceptance)’은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장애를 인정한다’는 차원을 넘어, 장애로 인해 달라진 삶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심리적·사회적 태도를 포함한다.
전혜영 부산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팀은 논문 ‘장애 정도에 따른 장애수용, 자아존중감과 우울 간의 구조적 관계’를 통해 장애 정도에 따른 구조적 차이를 연구했다.
이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의삶 제5차 패널데이터’에 참여한 4,904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주요 변수로 장애수용 12문항, 자아존중감 10문항, 우울 11문항으로 구성했고, 성별, 연령, 학력, 일상생활 스트레스를 통제변수로 두었다.
연구결과 장애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우울 수준은 낮게 나타났으며, 자아존중감은 이 과정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경증장애 집단에서는 장애수용이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자아존중감을 매개했을 경우에만 우울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중증장애에서는 장애수용이 직·간접적으로 우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전혜영 교수는 “장애수용이 장애인의 심리적 적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며 “본 연구를 통해 장애 정도에 따른 차이를 규명한 만큼 장애인의 정신건강 지원 정책과 상담,심리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주도한 이수용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위원은 “본 연구는 장애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의학적 손상 수준으로만 설명하기보다 심리적 보호 요인과 자아존중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실천적 의의가 크다”며 “장애 정도를 구분하기 보다는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편적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3) 생애주기별 장애인의 건강행동과 정신적 건강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생애주기별, 상황별 다른 대처 필요 단순한 프로그램보다 통합형 접근이 효과적
<사진=Gamma로 제작한 ai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삶의 만족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생애주기가 진행됨에 따라 건강 상태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동천재활체육센터 장애인체육과 이성모 과장 팀은 연구논문 ‘생애주기별 장애인의 건강행동과 정신적 건강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분석’을 통해 장애인 정책의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23년 장애인 삶 패널조사 6차 데이터에서 조사인원 4,796명중 영유아를 제외한 4,559명을 대상으로 생애 주기별 표본을 추출해서 수면시간, 식사습관, 신체활동량과 우울수준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수면시간은 10대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삶의 만족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0대 아동, 청소년의 경우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수면과 같은 개별적 건강행동 보다 양육 환경과 보호자의 돌봄 수준이 삶의 만족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습관의 경우 40대, 50대, 60대 집단에서만 삶의 만족에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장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식습관이 만성질환 예방과 직결되는 시기이기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건강행동 요인인 신체활동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40~60대 중,장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 30대 장애인의 경우,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비해 제도적 지원이 줄고 복지관 등에서의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다소 제한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됐다.
삶의 만족도에 가장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우울 수준을 들 수 있는데 규칙적인 신체활동이나 건강한 식습관이 우울을 완화하여 삶의 만족을 향상시키지만, 반대로 우울 수준이 높은 경우 건강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한 이성모 과장은 “우울은 삶의 만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건강행동의 효과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보다는 정신건강 지원이 결합된 통합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2) 장애인 자녀를 둔 아빠는 일을 열심히, 엄마는 운동을 신나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사진=AI로 생성한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 부양 부담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한 장애를 발견하는 시기가 빨라질수록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의 어려움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부모의 우울을 개선할 수 있는 건강관련 사회심리적 보호요인을 발굴하고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는 연구가 있다.
삼육대학교 보건학과 김지연 박사팀은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장애인삶 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부모의 성별 차이에 따른 지원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삶 패널조사 ‘6차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1,849명(아버지 686명, 어머니 1,163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주평균 운동일수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우울 완화에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성별로 구분했을 때 여성은 운동 빈도가 우울에 직접,간접적으로 모두 유의한 영향을 보였던 반면 남성은 간접효과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남성에게는 운동보다는 직업의 유무가 운동에 비해 더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표를 맡은 김지연 박사는 “연구에서 나타난 성별 격차는 국가의 가족정책 유형과 건강 간의 구조적 관련성을 시사한다. 이는 장애인 자녀의 돌봄 부담의 분배, 직업, 소득 등의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진행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김지영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부모는 돌봄 부담으로 인한 참여 제약을 고려해 단기 돌봄, 지역사회 소그룹 운동 프로그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남성 부모는 일,가정 양립 지원과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1)회복탄력성과 정서적 도움 및 지지가 장애인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정서적 지지와 회복탄력성으 우울을 완화하는 핵심요인 장애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우울을 감소시키는 개입 필요
<사진=AI 이미지 Gamma>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신체적·인지적 제약으로 인해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에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서비스정책학과 금창민 교수 연구팀은 장애인의 정서적 지지, 회복탄력성, 우울 간의 관계를 분석해 장애발생 시기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연구질문으로 ‘장애인의 우울과 회복탄력성의 관계에서 정서적 도움 및 지지의 매개효과가 유의한가?’ ‘정서적 지지와 회복 탄력성의 관계에서 장애발생시기의 조절효과가 유의한가?’’우울과 회복탄력성의 관계에서 정서적 도움 및 지지를 통한 장애발생시기의 조절된 매개효과가 유의한가?’등을 살펴 보았다
연구팀은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제6차 자료를 바탕으로, 만 19세 이상 장애인 응답자 3,474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결과 정서적 지지와 회복탄력성이 장애인의 우울을 완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다. 즉,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도움과 사회적 지지가 충분할수록 장애인은 스트레스를 더 잘 이겨내고, 우울감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복탄력성은 정서적 지지가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장애가 언제 발생했는지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창민 교수는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관계없이, 장애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꾸준한 정서적·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장애인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서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장애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특성보다 사회적 지원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시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정책의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토론을 진행한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원호 교수는 “이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제한점을 보완하고자 장애 발생 시기라는 시간적 변수를 투입하여 탐색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다만 장애 발생시기와 장애수용의 상관관계, 장애 정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연구가 학문적, 실천적으로 장애인 복지 현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며 평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 3분기 모니터링] “협약 체결 이후 고용 성과 추적하는 후속 보도 체계 마련해야”
3분기 보도 집중 점검…패러다임 전환·공공기관 부담금·정책 감시 시리즈 집중 평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가 지난 10월 2일 장애인일자리신문 회의실에서 제2회 정기 모니터링 회의를 열고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의 보도를 집중 점검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이용자위원회는 독자와 현장의 시각을 편집 방향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구성됐다. 장애인 당사자, 복지·고용 현장 전문가, 지역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기사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매체가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실질적인 독자 중심 보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날 회의에는 장호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이사, 김형규 전 평택시복지재단 이사장, 양경석 전 평택시의회 부의장, 임우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이상택 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 등 위원 5명이 전원 참석했다.
위원장인 장호철 이사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참가 선수 이야기를 4회 연재하고, ‘마지막 퍼즐은 일하는 장애인’ 시리즈를 9회나 이어간 것은 단발성 보도를 넘어 의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기획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협약 체결 기사가 여전히 많은데, 협약 이후의 실제 고용 성과를 추적하는 후속 보도가 뒤따라야 협약 기사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전 이사장은 “공공기관 의무고용 부담금 253억 원 보도나 직업재활 패러다임 전환을 다룬 기획 기사처럼 수치와 제도 분석을 결합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며 “제도의 틀을 짚어주는 보도가 있어야 현장도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문제 제기를 넘어 해법 중심의 보도로 한 발 더 나아갈 때”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3개월치 기사 중 장애인 일자리 의제와의 연결성, 사회적 파급력, 보도 방식의 참신성을 기준으로 세 편을 심층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재활이라는 단어를 넘어야 할 때’를 다룬 직업재활 패러다임 전환 기획 기사, 공공기관 의무고용 미이행 부담금 253억 보도, 그리고 ‘마지막 퍼즐은 일하는 장애인’ 9회 시리즈가 그것이다.
‘재활’이라는 단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획 기사에 대해 이상택 센터장은 “공공일자리와 직업재활시설 사이의 인력 이탈 문제는 현장에서 이미 체감하고 있지만 공론화가 쉽지 않은 주제”라며 “기사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목소리가 기사 안에 직접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경석 전 부의장은 “‘재활’이라는 단어 하나가 예산 편성과 사업 설계 전반에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잘 안다”며 “이 기사는 단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문제임을 명확히 짚어냈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부담금 보도에 대해서는 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장호철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20억 5,400만 원, 국방과학연구소 14억 6,500만 원처럼 실명과 금액을 병기하니 독자가 문제의 크기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김형규 전 이사장은 “의원실 자료를 받아 작성하는 기사일수록 정부 측 반론을 함께 싣는 원칙이 중요하다”며 균형성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9회 시리즈에 대해 장호철 위원장은 “정책 제안 하나씩을 깊이 파고드는 이 시리즈는 이 신문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택 센터장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1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를 직접 수혜자에게 돌리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신문이 공론화해준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시리즈 완결 이후 정부의 실제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연말 결산 기사가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위원회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편집국에 네 가지 사항을 공식 제언했다. 협약·행사 보도 이후 실질적 고용 성과를 추적하는 후속 보도 체계 마련, 당사자 목소리를 기사 중심에 배치할 것, 정책 이행을 감시하는 기획 보도의 지속, 경계선지능 청년 고용·청각장애인 요양보호사 양성 등 신생 고용 의제의 지속 추적이 그 내용이다.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 ① 첫 화면에서 멈춘 사람들
‘설정’ 뒤에 숨은 접근성, 시작조차 허락하지 않는 인터페이스
<사진=Unsplash>
자동화는 효율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편했다. 은행 창구 대신 ATM기가 늘고, 매장엔 주문용 키오스크가, 역엔 발권기가 줄지어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 앞의 사용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변화는 아니다. 화면의 높이, 글자의 크기, 안내음의 속도, 메뉴의 깊이 하나까지가 새로운 경계가 된다. 장애인·노인·비숙련 이용자는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스마트’라는 이름의 혁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깥에 세워두는가.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는 해외 사례를 통해 미국의 맥도날드, 영국의 런던교통공사,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접근성은 왜 첫 화면이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쉬운 언어와 되돌리기 같은 인지 친화적 인터랙션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을 기술이 아닌 제도, 즉 조달 기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들의 변화를 추적한다. 자동화의 시대, 기계의 설계는 결국 사회의 태도를 닮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편집자주]
키오스크는 이미 일상적인 기반시설이 되었다. 은행 창구를 대신하는 ATM, 식당의 주문용 키오스크를 넘어, 공공기관과 교통 현장에서까지 모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성은 별도의 ‘추가 옵션’이 아니라 사용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첫 화면에서 모드를 선택할 수 없으면, 특정 집단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실패는 사용자의 잘못이 아니라 설계자의 무책임으로 귀결된다.
2024년 한국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277명 중 44.8%가 ‘직원 주문’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키오스크 사용을 선호하는 답변은 절반 이하에 그쳤다. 특히 시각장애, 중증 장애, 휠체어 사용자 중에서는 70% 이상이 직원 주문을 선호했다. 가장 큰 불편 원인은 ‘버튼 위치·메뉴 탐색’과 ‘주변 시선·혼잡’이었다. 장애인 응답자의 80%가 자동 주문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실제로 전국 무장애(Barrier-free) 인증 키오스크는 466대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키오스크 사용 개선을 위해 제안한 대책에는 ‘진입구 근처 전담 직원 배치’, ‘부르는 호출벨 설치’, ‘초보자용 전용 존 조성’, ‘접근성 캠페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 51.1%만이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 내용을 알고 있어 제도 인식의 격차도 드러났다.
그래서 미국의 맥도날드와 영국의 런던교통공사(TFL·Transport for London),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BVG·Berliner Verkehrsbetriebe)는 모두 첫 화면에 접근성 모드를 전면 배치한다. 선택의 순간을 입구로 옮기는 단순한 변화가 배제의 구조를 끊어내는 출발이 된다.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접근성 옵션을 설정 메뉴 깊숙한 곳에 감춘다. 시각적 보조나 인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출발선에서 막히고 만다. 실제 매장과 지하철역은 소음과 혼잡으로 가득하다. 화면 속 글자를 읽고, 목소리를 듣고, 버튼을 찾는 일이 동시에 요구될 때 오작동은 예견된다. 첫 화면에서 즉각 모드를 선택하고 다감각적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휠체어 접근 높이나 화면 각도 같은 물리적 조건은 배치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없다.
맥도날드는 리테일 환경에 맞춰 즉시 전환형 접근성을 도입했다. 첫 화면 상단에 고대비, 확대, 쉬운 모드 아이콘을 고정해두고, 전면에는 이어폰 잭과 물리 버튼을 마련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앉은 상태에서도 첫 화면을 조작할 수 있도록 높이와 각도를 표준화했다. 혼잡한 점심시간에도 접근성 모드 선택이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토글 후 단계 수를 최소화하고 오류 복구 버튼을 고정 위치에 두었다. 접근성 진입 자체의 학습 비용을 없앤 셈이다.
TfL은 소음 많은 역 환경을 고려해 단순화에 집중했다. 티켓 키오스크 첫 화면 하단에 ‘고대비’, ‘확대’, ‘스크린리더’ 아이콘을 크게 배치해 손 닿는 곳에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음성 안내는 음량 조절과 시각 피드백을 동시에 제공한다. ‘간소화 모드’로 문장을 짧게 다듬고 단계 수를 줄였다. 역 직원이 접근성 버튼 위치를 바로 가리킬 수 있도록 물리적 위치를 표준화했고,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언어와 테마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BVG는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첫 화면에서 ‘쉬운 독일어’와 다국어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이용자의 여정을 새롭게 설계했다. 접근성 모드는 단순히 텍스트 크기나 색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줄이고 실수를 회복하기 쉽게 만드는 체계다. 항상 노출되는 ‘되돌리기’ 버튼과 최근 선택 재확인 단계가 대표적이다. 장애인 단체와의 반복 테스트를 통해 버튼 크기와 대비, 위치를 검증하며 표준을 다듬었다.
미국 ADA와 유럽의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접근성 옵션은 여러번 눌러야 하는 하위 메뉴가 아니라 첫 화면 즉시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하며, 화면 조작부 및 정보 표시는 휠체어 기준 높이(최대 1,220mm 이내, 하단 최소 380mm) 내에 설치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만으로 보완 불가한 물리적 한계는 설치 단계에서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접근성 기능은 확대·고대비, 음성 안내, 버튼 크기·배치 표준화, 버튼·이어폰잭 등 물리 입력, 다국어·쉬운 언어, 오작동시 실시간 복구 안내 등이 포함된다. 장애인 집단과 반복 실증 테스트가 국제 표준의 필수 절차임이 강조된다.
사용자는 첫 터치 이전부터 이미 제약을 가진다. 기본 모드를 먼저 거쳐야만 옵션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는 선택이 아니라 강요다. 매장과 역의 현실은 소음과 혼잡, 시선 분산이 기본값이다. 탐색을 요구하는 순간 실패가 발생한다. 접근성이 첫 화면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첫 화면 고정 배치는 직원 교육과 안내, 유지보수단순화와도 이어진다.
접근성은 사후적 보정이 아니라 시작의 조건이다. 버튼 하나의 위치를 바꾸는 일 같아 보여도, 이는 누군가가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없애는 일이다. 결국 첫 화면의 설계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접근성을 어디에 두는지는 곧 누구를 사용자로 상정하는지의 답변이 된다.
[기획]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국내 현실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3)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 권리 실현의 과제
우리나라는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발효된 뒤 2022년 선택의정서가 비준될 때까지 14년동안 관련된 제도적, 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의 차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선택의정서는 협약 당사국 내에서 권리 침해를 당한 장애인이 국내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고 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경우 UN인권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만큼 협약 인준국가의 장애인 인권 수호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여러가지 권고를 내놓았는데 그 핵심사안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부족, 특수학교 중심 교육 체제와 통합교육의 미흡, 장애인 고용률 저조와 노동시장 차별,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입원과 치료 관행, 여성·아동 장애인의 이중 차별, 접근권(교통·정보·시설)의 미비 등이었다. 특히 ‘시설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2022년 9월 제2·3차 병합 심의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일부 제도적 진전을 이뤘음을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구조적 차별이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 노동시장 내 실질적 기회 보장,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지원 주거 확대, 정보 접근성 강화 등을 권고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했고, 2025년부터 단계적 탈시설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논의, 공공기관 의무고용률 점검 강화, 장애인 접근권 개선 사업 확대 등 구체적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시간 성장중심의 정책을 우선시 하던 사회적 분위기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탈시설 정책은 예산과 지역사회 기반 부족으로 속도가 더디고, 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통합교육 또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현장 교사 지원과 인식 개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피지와 라오스의 장애 관련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2025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UNCRPD) 역량강화 연수’를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일원에서 개최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계에서 고민하고 연구했던 여러가지 정책과 실천 방안들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장애 전문가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볼 때 장애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물 또한 이제는 주목 받아야 할 때다.
[기획]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까지 14년, 한국 사회의 숙제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2) 장애인의 권리 구제의 문을 여는 데 걸린 시간
22년 12월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하는 모습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동시에 채택된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오랜 기간 미뤄졌다. 2009년 1월 국내에서 협약이 발효된 이후 선택의정서가 비준된 것은 2022년 12월 8일로,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제도적·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얽혀 있었다.
선택의정서는 협약 당사국 내에서 권리 침해를 당한 장애인이 국내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다. 또한 위원회가 특정 국가의 체계적이고 중대한 권리 침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선택의정서 비준은 국내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서는 선택의정서가 ‘국가의 사법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위원회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론이 강했다. 아울러 국내 법·제도가 협약의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줄곧 비준을 촉구해왔다. 협약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감시와 권리 구제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OECD 회원국들은 협약과 함께 선택의정서도 신속히 비준해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켰다. 반면 한국은 국제인권규범의 ‘절반만 수용한 상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들어 상황은 변화했다. 정부가 국제 인권규범 준수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장애인 인권 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결국 같은 해 12월 국회가 선택의정서를 의결해 한국은 협약·선택의정서 모두를 공식적으로 수용한 100번째 비준국이 됐다.
비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택의정서 체제 안에서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감시와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이는 국내 장애인 권리 보장의 미비점을 국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동시에 제도를 개선하고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