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의 가치]③ 이제 제도를 다시 설계할 때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장애인 노동의 새로운 체계 첫 발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이 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분석합니다. 원문의 핵심 논지와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의 설명과 맥락을 더했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40년간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월평균 42만원을 받으며 최저임금 밖에 존재해왔다는 사실, 고용 확대라는 명분으로 임금 격차가 방치돼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법’ 제7조의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면 사라지는 문제일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삭제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조항 하나를 없애는 것은 출발점일 뿐,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재설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의 바탕에는 장애인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전환도 있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를 두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독일과 영국은 장애인 작업장 같은 복지시설 종사자를 아예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근로자가 아니니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사회복지급여 수급자로 분류하는 방식을 쓴다.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호주는 최저임금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되, 작업능력에 따라 감액해 지급할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나라들과 한국에는 다른 점이 있다. 이들 나라에는 장애 수당, 연금, 보충급여 등의 별도 소득보장 제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임금이 낮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 존재한다. 한국은 임금도 낮고, 그 공백을 메울 보완 장치도 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독일·영국의 경우다. 이들은 복지시설 종사 장애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지만, 일반 고용시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에게는 예외 없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보호고용과 일반고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일반고용 영역에서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현행 제도는 복지시설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도 최저임금은 적용하지 않는, 어정쩡한 중간 지점에 있다. 근로자의 지위는 주지만 근로자의 권리는 주지 않는 셈이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첫 번째 개선방안은 최저임금법 제7조의 장애인 적용 제외 조항 삭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이 조항은 법의 목적에 반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장애인 근로자야말로 이 법의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법 바깥에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이다.

다음으로 이 조항은 차별이다. 현행법은 장애를 가진 집단을 명시적으로 특정해 제도에서 원천적·일률적으로 배제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이 조항은 효과도 없다. 이 제도가 장애인 고용을 늘린다는 증거는 없다. 명분도 근거도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조항을 삭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일반 사업체와 근로사업장은 곧바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된다. 근로사업장은 이미 법령상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보호작업장이다.

보고서는 보호작업장의 성격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보호작업장은 근로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역할이다. 훈련장애인이 근로장애인의 절반에 달하고, 발달장애 비율이 85%를 넘는다. 실질적으로 복지시설에 가깝다. 따라서 보고서는 보호작업장을 독일·영국의 사례처럼 최저임금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복지시설로 재분류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임금 관계가 아니라 사회보장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활근로나 공익형 노인일자리처럼, 노동의 대가가 아닌 사회복지급여를 수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일반 사업체는 최저임금 전면 적용, 근로사업장은 최저임금 적용에 고용지원금 등 지원을 강화하고,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하되 복지급여 체계로 재편한다. 이것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직업재활시설 기능 재편의 큰 그림이다.

두 번째 과제는 작업능력 평가 체계의 재정립이다. 조항을 삭제하고 시설 체계를 재편해도, 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누가 어디에 배치되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지금은 그 기준이 없다. 시설이 재량으로 결정한다. 보고서는 현행 최저임금 적용 제외 여부를 판단하던 작업능력 평가를 배치 판단을 위한 평가로 역할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비장애인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작업능력을 갖추거나, 그 이하라도 특정 영역에서 훈련을 통해 근로가 가능하다고 판정되면 일반 사업체 취업 우선 지원 또는 근로사업장 배치로, 해당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호작업장 이용 대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행 평가 방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현재의 작업능력 평가는 특정 직무수행 결과만을 측정한다. 이는 장애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직장생활에 필요한 일상적 규칙 이행 정도, 작업 태도, 사회생활과 자기 관리 가능성 등 전반적인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호작업장 내에서도 근로장애인과 훈련장애인을 구분하는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 구분마저 시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같은 사람이 상황에 따라 두 신분을 오간다. 보호작업장 급여 기준도 설정이 필요하다. 복지급여 성격으로 보더라도 아무런 최저선이 없으면 현재와 같은 극단적 저임금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일본·이스라엘·호주처럼 작업능력 수준에 비례한 급여 기준을 도입하되, 절대적 최저선을 명시해야 한다. 현재 사각지대에 있는 훈련수당도 이 최저 기준에는 맞춰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지역 간, 시설 간 격차 해소다. 2편에서 확인했듯 지역에 따라 임금이 3.6배까지 차이 난다. 이 격차를 시장과 시설의 자율에 맡겨두면 해소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보조금 지원 또는 장애인고용기금의 차등적 배분, 표준적 직업재활시설 모델의 보급, 공공 직업재활시설 및 공공 일자리 확충 등을 제시한다.

특히 공공성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 전국 792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중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단 5개소, 0.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회복지법인(54.7%)과 사단법인(26.6%)이 운영한다. 공적 책임이 극히 취약한 구조다.

보고서는 스웨덴의 삼할(Samhall AB)을 참고 사례로 제시한다. 삼할은 1977년 정부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국영기업으로, 스웨덴 전역 800개 지점, 1만 2000개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하며 2만 40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국가 지원을 받되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기업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채용은 스웨덴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삼할 모델이 장애인을 일반 사회와 과도하게 분리한다는 비판도 있다. 보고서도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직영 시설이 0.6%에 불과한 한국의 현실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판단한다.

이미 지방 차원의 시도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 예산으로 최저임금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보충급여를 운영 중이다. 서울 동작구는 근로장애인에게 월 40만원, 훈련장애인에게 월 10만원의 보충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개선방안을 넘어 보고서가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의 노동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지배적 관점은 재활 중심이었다. 장애인의 근로능력을 개발하고 훈련해서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일반 고용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생산성과 작업성과로 노동의 가치를 측정한다. 그러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장애인에게 이 관점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근로능력 제고와 일반 고용시장으로의 전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그들의 실패가 아니라 현실이다.

보고서는 이 지점에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장애인의 노동은 생산량 같은 가시적 결과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노동 참여 그 자체에서 얻는 자존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 등의 과정과 비가시적 성과도 노동의 가치에 포함돼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이 관점을 선취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 권익옹호활동, 인식개선활동 등 전통적 생산성 기준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동을 생산의 도구가 아닌 권리로 본다는 선언이다.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세 편에 걸쳐 우리는 하나의 제도를 들여다봤다. 40년간 유지된, 그러나 제대로 작동한 적 없는 제도. 이 제도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임금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그로 인한 소득 감소와 생활 불안을 보완할 어떤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제만 있고 보호는 없었다. 보고서가 이를 ‘제도적 방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최저임금법 제7조 적용 제외 조항의 삭제다. 40년 된 명시적 차별 조항을 없애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는 직업재활시설 체계의 전면 재편이다.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지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장애인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생산성 중심의 ‘재활’에서, 참여 자체를 인정하는 ‘권리’로.

조항 하나를 삭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 이후다.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촘촘한 제도를 만드는 일,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는 일. 그것이 ‘제도적 방임’을 끝내는 진짜 의미다.

이 시리즈는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안분석 제425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은 국회입법조사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노동의 가치]② 제도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고용 확대 효과 없고, 기준은 모호…격차만 키운 셈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이 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분석합니다. 원문의 핵심 논지와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의 설명과 맥락을 더했습니다. [편집자주]

어떤 제도든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40년간 유지돼 온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사용자가 부담을 느껴 고용을 꺼리게 된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해야 그나마 일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논리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제도가 내세운 목적과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음을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한다는 주장의 핵심 전제는 일반 사업체에서의 고용이다. 최저임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사업주가 장애인을 더 채용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먼저, 최근 5년간 일반 사업체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는 200명 남짓이다. 2021년 204명, 2022년 219명, 2023년 223명, 2024년 229명, 그리고 2025년에는 16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체 적용 제외 인가자 1만 145명의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98.4%는 어디에 있는가. 1편에서 살펴봤듯,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 중에서도 보호작업장에 집중돼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기본적으로 인건비와 사업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복지시설이다.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이 시설의 채용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 지원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제도는 일반 고용시장에서의 장애인 채용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국가 지원을 받는 복지시설 내에서 낮은 임금을 합법화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다. 제도의 명분과 실제 기능이 완전히 어긋나 있다.

두번째로 보고서는 제도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 최소한 운영 기준이라도 엄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위한 작업능력 평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수행한다. 비장애인 노동자 대비 70% 이하의 직무능력을 가진 것으로 판정되면 제외 인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평가의 기준, 방법, 정밀도, 신뢰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 의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2018년의 기준 강화 전후 통계다. 당시 정부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을 줄이기 위해 기준을 강화했다. 비장애인 대비 90% 이하에서 70% 이하로 요건을 높인 것이다. 기준이 엄격해졌으니 인가자 수가 줄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 2017년 9068명에서 2018년 963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기준을 강화했더니 인가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 역설적 결과는 평가 자체의 객관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보고서는 “현행 규정은 적용 제외 여부 판단에 있어 행정청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 하한선의 부재다. 최저임금법은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허용하면서도, 그렇다면 이들에게 최소한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 직업재활시설 설치·운영기준에는 “근로장애인의 임금은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하여 지급되어야 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노력 의무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월 1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170명이고, 70%가 월 50만원도 받지 못한다. 임금 수준은 사용자가 임의로 정한다. 이는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장애인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한다. 행정청 판단의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행 인가 체계는 그 자체로 차별 소지를 안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구조적 격차다. 같은 장애, 같은 일, 그러나 전혀 다른 임금을 받는 것이 현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현실이다. 2022년 기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의 전국 월평균 임금은 64만 8000원이었다. 그런데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자료=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

최고 지역인 제주(129만 5000원)와 최저 지역인 부산(35만 8000원)의 격차는 3.6배다. 제주를 제외한 비교에서도 충남(72만 7000원)과 부산의 차이는 2배가 넘는다.

제주가 유독 높은 이유는 있다. 2018년 최저임금 급격 인상 이후 제주도가 도 자체 예산으로 최저임금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충급여를 지급한 결과다. 뒤집어 말하면, 이 격차는 장애인 근로자의 능력이나 일의 종류가 달라서 생긴 것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어느 시설에 배치됐느냐, 즉 운에 가까운 요인이 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 유형에 따른 격차도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근로사업장 월평균 임금은 125만 5000원, 보호작업장은 49만 8000원으로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근로사업장 장애인 근로자가 객관적으로 더 높은 직무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 격차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시설 간 배치 결정은 각 시설의 장이 재량으로 내린다. 객관적 기준이 없다.

여기에 훈련장애인과 근로장애인 사이의 격차까지 더해진다. 같은 보호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신분 분류에 따라 한쪽은 임금을, 다른 쪽은 월 9만 4000원의 훈련수당을 받는다. 그 구분 역시 시설이 자체 결정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다. 이 일자리는 문화예술활동, 권익옹호활동, 인식개선활동 등 전통적 생산성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근무 시간도 주 15시간 내외로 짧다. 그런데 이 일자리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보호작업장에서 매일 출근해 물건을 만드는 장애인보다,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 제도는 고용을 늘리지 못했다. 일반 사업체의 적용 제외 장애인은 전체의 1.6%에 불과하고 오히려 줄고 있다. 제도의 핵심 명분이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기준이 없다. 작업능력 평가의 객관성은 의심스럽고, 임금 하한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합법적 저임금’의 근거로 기능할 뿐이다. 이 제도는 격차를 방치한다. 지역, 시설 유형, 근로 형태에 따라 임금이 최대 3.6배까지 벌어지지만, 그 격차를 조정할 어떤 기준도 없다.

보고서는 이 상황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제도적 방임.’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감소와 생활 불안에 대한 어떠한 보완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히 조항 하나를 삭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속해 있는 직업재활시설 체계 전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보호작업장은 어떤 시설로 재정의할 것인지, 평가 체계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금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답이 필요하다.

그 너머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장애인의 노동을 우리 사회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생산성과 작업량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장애인 노동의 가치]① -40년째 최저임금 밖에 있는 사람들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 그 실태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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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분석합니다. 원문의 핵심 논지와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의 설명과 맥락을 더했습니다. [편집자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인 요즘, 택배기사·배달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이 논의의 한켠에 늘 배제되어 있는 집단이 있다. 최저임금법이 제정·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법이 명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유일한 대상, 장애인 근로자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1986년 법 시행 이후 40년 가까이 변한 것이 없다.

그 사이 노동의 가치는 많이 바뀌었다. 1989년 시간당 600원으로 출발한 최저임금은 2026년 1만320원으로 17배 이상 올랐다. 의무고용 대상 장애인 근로자는 1991년 1만 462명에서 2025년 30만 9846명으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만큼은 그대로다.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Committee)는 2014년 제1차, 2022년 제2·3차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장애인이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3년 장애인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고용 보조금 지급 방안 검토를 제안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5건이나 잇달아 발의됐다.

그럼에도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늘 등장하는 논리가 있다.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하면 장애인 고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0%로, 전체 인구 고용률 63.8%에 비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현실이 제도 유지의 명분으로 작동해 왔다. 과연 그 논리는 타당한가.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그 전제 자체를 정면으로 검토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를 신청하고, 해당 기관의 장이 심사해 허가하는 방식이다. 인가 기준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6조에 규정돼 있다.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한 사람’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비장애인 노동자 대비 작업능력이 70% 이하일 때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 이 기준은 2018년 강화된 것으로, 이전에는 90% 이하면 가능했다.

작업능력 평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의견을 참고해 이뤄진다. 인가 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횟수 제한이 없어 매년 반복 갱신이 가능하다. 인가서 발급 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은 “유사 직종 근로자의 임금수준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것”을 사용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 의무가 아니라 권고다. 그 결과는 어떨까. 2025년 기준 신청자 1만 206명 중 인가자는 1만 145명으로, 승인률이 97.1%에 달한다. 사실상 신청하면 거의 모두 통과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 근로자는 매년 약 1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특성은 매우 뚜렷하게 집중돼 있다. 장애 정도를 보면 98%가 중증장애인이다. 장애 유형으로는 지적장애인이 80%, 자폐성장애인이 9%로, 발달장애인이 전체의 약 89%를 차지한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2025년 기준 월평균 42만719원이다. 2026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주 40시간 기준 약 215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분포다. 1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170명(1.7%)이고, 10만30만원 구간이 3271명(32.2%), 30만50만원 구간이 3719명(36.7%)으로, 전체의 약 70%가 월 5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출자료, 2026. 4.>

이들이 일하는 곳은 어디일까. 2025년 기준으로 보면 97.1%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그 중 보호작업장이 90%, 근로사업장이 7.1%다. 일반 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는 고작 1.6%(164명)에 불과하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로, 일반 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특별히 준비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근로사업장은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접근성 등의 제약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 고용시장으로의 이행을 돕는 시설이다. 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훈련을 제공하고 보호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 기회를 주되,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2022년 기준 데이터를 보면 두 유형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근로사업장은 월평균 임금 125만5000원, 평균 시급 8126원이었던 반면, 보호작업장은 월평균 임금 49만8000원, 평균 시급 4782원에 불과했다. 보호작업장의 발달장애 비율은 85.6%에 달한다. 결국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대부분은 일반 고용시장이 아닌 복지시설 안에서, 최저임금 적용 의무도 없는 보호작업장에,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 가지를 더 있다. 보호작업장에는 ‘근로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다. ‘훈련장애인’도 함께 있다. 이들은 아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직업훈련을 받으며, 임금 대신 훈련수당을 받는다. 2022년 기준 보호작업장의 훈련장애인은 5619명으로, 근로장애인 1만 1398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의 월평균 훈련수당은 9만 9000원이다. 부산·울산·강원·전북·경남 등 5개 지역에서는 훈련수당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근로장애인’, 어떤 사람은 ‘훈련장애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그 구분 기준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다. 시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동일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두 신분을 오가기도 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도, 그 아래의 훈련수당 지급 여부도 모두 법의 바깥, 시설의 재량 안에 있다.

40년. 최저임금이 17배 오르고, 의무고용 장애인이 30배 늘어난 시간 동안,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는 그 사이 매달 평균 42만원을 손에 쥐었다. 법이 그래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6)] 같은 장애인이라도 달랐다…장애 유형이 만드는 삶의 격차

발달장애인 고용률 27~28%, 지체장애인은 48%
노동시장 진입 차이가 소득과 사회참여의 격차로 이어져

<사진= AI Gemini 생성 이미지>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의 취업이 비장애인보다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격차가 존재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아니라 장애 유형에 따라 노동시장 진입 기회와 이후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2024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6.1%였다. 하지만 장애 유형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안면장애는 50.5%, 간장애는 49.8%, 지체장애는 48.0%, 시각장애는 41.7%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자폐성장애는 28.0%, 지적장애는 27.2%, 청각장애는 26.0%, 호흡기장애는 20.0%, 뇌병변장애는 13.6%, 정신장애는 10.5%에 그쳤다. 같은 장애인 안에서도 고용률이 약 40%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발달장애인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체장애인은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일하고 있지만,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은 네 명 중 한 명 정도만 취업한 상태다. 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 노동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취업 이후에도 직장 적응과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취업 여부는 경제적 자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100만 원 미만이 28.2%를 차지했다. 100만~150만 원은 12.3%, 150만~200만 원은 10.2%, 200만~300만 원은 25.2%, 300만 원 이상도 25.2%였다. 장애인 임금근로자 10명 가운데 약 4명은 월 15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도 안정적이지 않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와 장애인고용 관련 연구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다른 장애 유형보다 단순노무직과 시간제 근무 비중이 높고, 일반 기업보다 보호고용이나 지원고용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근속기간이 짧고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취업의 차이는 사회참여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사회활동 참여와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취업 여부는 사회참여와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할수록 사회활동과 대인관계가 제한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결국 장애 유형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 격차는 취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취업의 차이는 소득의 차이로 이어지고, 소득의 차이는 사회참여와 자립 수준의 차이로 연결된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높은 장벽을 경험하면서 다른 장애 유형보다 삶의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정책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장애인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정책이 많았지만, 최근 통계는 장애 유형에 따라 노동시장 접근성과 자립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학교에서 직업으로 이어지는 전환교육과 직무지도, 고용 유지 지원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용자위원회, 2026년 2분기 모니터링] “공약 이행·대법 판결 후속, 본지가 추적해야”

제1기 이용자위원회 제5회 정기 모니터링 회의 개최
의무고용률 첫 달성·대법 판결 환급 현실화·AI 일자리 위기 등 주요 의제 짚어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가 지난 3일 정기 모니터링 회의를 열고 올해 2분기 보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호철 위원장(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이사), 김형규 위원(전 평택시복지재단 이사장), 양경석 위원(전 평택시의회 전반기 부의장), 임우근 위원(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이상택 위원(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2분기 기사 전반에 대한 총평과 함께 ‘민간기업, 34년 만에 장애인 의무고용률 첫 달성’ 기사, 대법 판결 이후 법인세 환급 현실화 보도, AI 시대 데이터 라벨링 붕괴 보도 등 세 편을 심층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장호철 위원장은 2분기 보도 전반에 대해 “6·3 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정치 일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국회 통과, 대법 판결 후속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어느 분기보다 장애인 의제의 밀도가 높았다”며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감시·추적·현장 세 축을 고루 가동한 것은 이번 분기 보도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장애인권리보장법 국회 통과 보도와 6·3 지방선거 장애계 공약 관련 기사들을 거론하며 “법이 통과됐다는 사실보다, 그 법이 탈시설·자립·고용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선거 장애인 공약 기사들이 후보 발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선 이후 이행 여부를 추적하는 후속 보도로 이어져야 이 기사들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의무고용 달성 의미 있지만…중소기업·공무원 사각지대 해소가 진짜 과제”

김형규 위원은 “민간기업이 34년 만에 의무고용률을 처음 달성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록할 만한 성과”라며 “대기업 중심의 ESG 경영 확산이 수치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까지 함께 담은 것은 기사의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100인 미만 중소기업과 공무원 부문의 낮은 고용률 문제는 이번 분기 한 번의 기사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특히 부담금 납부 의무가 없는 100인 미만 기업의 구조적 공백을 본지가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장애인기업 경기전망 관련 기사에 대해서도 “경기지수가 처음으로 1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이후 회복 기대감 속에서도 내수 부진과 자금난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함께 짚은 것이 좋았다”며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장애인기업 현장의 복잡한 속사정을 수치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은 점이 기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공약, 이제 당선인 이행 여부 점검 시작해야”

양경석 위원은 “이번 분기에서 가장 시의성 높았던 흐름은 단연 지방선거 장애계 공약 보도들”이라며 “후보별 공약 경쟁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단체가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고 대담회를 여는 현장까지 포착한 것은 이 신문이 장애계 목소리를 담는 매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양 위원은 선관위의 점자 선거공보 개선 권고 거부 보도를 거론하며 “권고를 거부한 이유, 이후 장애인단체의 대응, 다음 선거에서의 제도 변화 여부까지 본지가 끝까지 추적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기형 김포시장 당선인의 농성 현장 방문 보도처럼, 지방선거 이후 당선인들이 장애계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계속 지켜보는 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럴림픽 선수 직접 고용·창업 지원, 스포츠와 일자리의 연결 보도 반가워”

임우근 위원은 “롯데면세점의 장애인 선수 5명 직접 고용 기사나 청각장애 체육인 창업 지원 기사처럼 스포츠와 일자리를 직접 연결한 보도들이 이번 분기에 나온 것이 반가웠다”며 “1분기에 제안했던 ‘선수의 은퇴 후 직업 전환’ 문제를 이번 분기 기사들이 일부 답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단발성 기업 지원 사례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 체육 지도자 양성과 지속 고용 구조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묻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보도에 대해서도 “역대 최다 4,283명이 참가했다는 수치가 인상적이었지만,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직업 세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본지가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이라고 말했다.

“AI 일자리 위기, 감동보다 구조를 먼저 짚었다”

이상택 위원은 “이번 분기에서 가장 주목한 기사는 AI 시대 데이터 라벨링 붕괴 보도”라며 “장애인 고용률을 견인해 온 직무가 기술 발전으로 무너지고, 그 피해가 중증·발달장애인에게 가장 먼저 집중된다는 구조를 명확히 짚어낸 것이 이 기사의 핵심 가치”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임금 미지급 사태와 비정규직 66.4%라는 수치를 연결한 분석에 대해 “데이터가 구체적이어서 현장감이 살아 있었다”며 “2회, 3회 후속 보도에서 직무 전환 사례와 정책 대안까지 담아낸다면 장애인 고용 보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 위원은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 외면’ 기사에 대해서도 “1분기 보조금 유용 기사와 같은 결을 가진 감시 보도”라며 “의무를 외면하는 기관 명단을 공개하는 후속 취재로 이어진다면 제도 개선의 실질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고용 첫 달성·환급 현실화·AI 일자리 위기…심층 평가 3편 선정

위원회는 2분기 기사 중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첫 달성’ 기사, ‘대법 판결 이후 법인세 환급 현실화’ 기사, ‘AI 시대 데이터 라벨링 붕괴’ 기사를 심층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첫 달성’ 기사에 대해 위원들은 대기업 ESG 경영 확산, 정신적 장애 유형 비중 상승, 중증·여성 장애인 증가라는 고용 구조 변화를 종합적으로 담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고용의 양적 성과가 임금 수준·고용 안정성·직장 내 지원 체계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후속 기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법 판결 이후 법인세 환급 현실화’ 기사에 대해 이상택 위원은 “SK하이닉스 35억 원 환급 판결이 현실 사례로 등장하면서 기사의 경고음이 더 날카로워졌다”며 “환급 흐름이 고용장려금·직업재활 등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모가 확인되는 시점에 본지가 빠르게 보도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데이터 라벨링 붕괴’ 기사에 대해 장호철 위원장은 “AI라는 외부 변수가 장애인 고용 안전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구체적 수치와 사례로 입증한 기사”라며 “시리즈 2회, 3회에서 정부와 훈련기관의 대응, 그리고 직무 전환에 성공한 당사자 사례까지 담아낸다면 이 기획이 정책을 바꾸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발표 기사는 출발점, 이행 추적이 본지의 역할”

위원회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편집국에 네 가지 사항을 제언했다. 6·3 지방선거 당선인들의 장애인 공약 이행 여부 추적 보도 계획 수립 , 대법 판결 이후 고용부담금 환급 규모 및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 변화 지속 점검, AI 시대 데이터 라벨링 붕괴 시리즈의 현장·정책 대안 심화,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 외면 기관에 대한 후속 감시 보도 강화 등이다.

장호철 위원장은 “이번 분기는 장애인 고용 제도의 성과와 균열이 동시에 드러난 시기였다”며 “의무고용률 수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AI 기술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신문이 놓치지 않고 담아낸 것이 이번 분기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발표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신문으로 자리를 지켜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1기 이용자위원회는 당초 지난 분기 공식 임기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연속성 유지와 장기 추적 보도 모니터링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위원 전원이 1년 연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1기 위원회는 내년 2분기까지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AI 시대, 장애인 일자리의 역설 ①] 고용률 견인차 ‘데이터 라벨링’의 붕괴… 재택·발달장애인 일자리 ‘비상’

오토 라벨링 확산에 비정규직 66.4%… 중증장애인 고용 안전망 흔들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제공>

AI 기술이 빠르게 일상을 바꾸는 사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기업 의무고용율에 상당 부분 기여해왔던 데이터 라벨링 직무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무너지면서, 이 일자리에 기대온 중증·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의 직업훈련 시스템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은 고용 유지와 자동화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장애인 고용 위기의 실체를 짚고, 기술 변화 속에서도 장애인 노동자가 도태되지 않을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투입됐던 장애인 노동자들이 역설적으로 기술 발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생성형 AI의 ‘오토 라벨링’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장애인 일자리의 주요 진입로였던 단순 데이터 라벨링 직무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라벨링은 그동안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어 중증장애인의 재택근무를 가능케 한 핵심 직무였다. 하지만 기술 발전 앞에서 이 같은 양적 팽창은 구조적 불안정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고용의 24%가 생성형 AI에 노출돼 있으며,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비중이 34%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단순 반복 위주의 데이터 라벨링은 자동화 압력을 가장 먼저 받는 최전선에 놓여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일자리들이 태생적으로 비정규직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기준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6.4%로, 전체 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비율(37.0%)의 1.8배에 달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인 상시근로자의 비정규직·시간제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도 뚜렷하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체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65%로,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3.1%에도 미달한다. 기업들이 의무고용 수치를 맞추기 위해 단기 계약직에 의존해 온 척박한 고용 환경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국내 데이터 라벨링 업계 선두 플랫폼에 등록된 작업자 수만 66만 9,219명에 이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기 계약과 직무 소멸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 데이터 라벨링 업체의 대규모 임금 미지급 사태(추정 피해자 약 300명, 미지급금 4억 원 규모)는 이 같은 취약한 노동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를 호소하며 자신의 상황을 밝힌 68명 중 13명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질병 가족을 돌보느라 일반 노동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이들이었다.

장애인 구직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했던 대규모 IT 진입로가 막히면서 취업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기존 장애인 노동자들 역시 단기 계약이 만료된 이후 동종 업계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심각한 고용 단절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중증장애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대규모 직무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원격 직무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기업과 지자체 역시 진퇴양난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라벨링 인력의 직무 전환 교육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인력을 줄이면 의무고용률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다. 지자체 역시 데이터 라벨링과 연계한 공공일자리 사업의 취업 성과가 곤두박질칠 위기에 처하면서 예산 집행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다.

첨단 기술의 혜택이 고용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의무고용률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단기·비정규직 일자리 양산에 기대온 장애인 고용 정책의 민낯이 AI 시대를 맞아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5)] 혼자 사는 장애인들, 사회적 고립의 그림자

장애인 4명 중 1명 1인 가구…관계의 단절이 삶의 질까지 위협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새로운 복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관계의 단절과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26.6%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2011년 17.4%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장애인 4명 중 1명 이상이 혼자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혼자 사는 장애인이 늘고 있지만 사회와 연결되는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삶패널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전체의 54.29%에 그쳤다.

활동 유형별로는 친목활동 참여율이 36.63%로 가장 높았고 여가·레저 활동은 22.19%, 종교활동은 20.48%였다. 자원봉사 활동은 3.36%, 정치·단체 활동은 1.35%에 불과했다.

대인관계 네트워크 역시 넓지 않았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 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25.62%로 가장 많았고, 3명은 19.87%, 1명은 11.21%였다. 아예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장애인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이동의 제약과 취업 기회 부족, 사회적 편견 등이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2023년 기준 10점 만점에 5.63점에 머물렀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4.51점, 뇌병변장애인은 4.95점으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수준만이 아니다”라며 “지역사회 모임, 문화활동, 평생교육, 장애인 자조모임 등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은 외출과 사회참여 감소로 이어진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여가활동과 외출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일수록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 현장에서는 독거 장애인의 증가가 고독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인 정책이 소득 지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가구 형태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경계선지능 700만, 사라진 노동력] ③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11건 발의 0건 통과

상위법 없이 막히는 지자체, 1개월짜리 시범사업의 한계
11건의 법안이 멈춰 있는 국회, 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은

<사진=Unsplash>

지능지수(IQ) 71~84에 해당하는 경계선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지만,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속하지 못한 채 고용과 복지 양쪽에서 배제돼 있다. 법적 정의조차 없는 이 700만 명은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된 노동력이기도 하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이들을 노동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3회에 걸쳐 경계선지능인의 고용 현실과 해외 사례, 그리고 한국에 필요한 제도적 과제를 짚는다. [편집자주]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 사업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조금씩 시작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법적 정의도, 지원 근거가 되는 전담법도 없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11건에 이르지만, 단 한 건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는 17개 시·도 가운데 15곳이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조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경남도의회가 2024년 경계선지능인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가 심사 보류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국가 차원의 상위 법령이 없으면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불안정하고, 전담 조직 신설이나 인력 배치에 제약이 따른다. 2024년 11월 제정된 취약계층청년 자립지원법에 경계선지능 청년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경계선지능인만을 위한 전담법이 아니어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2025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입법 공청회에서도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지원 체계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재차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착수한 전국 단위 실태조사의 결과가 2026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인 만큼, 이 조사 결과가 입법 논의에 어떤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앙정부가 편성한 경계선지능 청년 일자리 시범사업은 참여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하다. 앞선 연재에서 확인한 것처럼 경계선지능인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3~6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1개월은 업무 파악이 시작되는 시점에 사업이 종료되는 기간이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지원 기간을 36개월로 늘리고, 대상을 중장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사업은 2039세로 대상이 한정돼 있어, 40대 이후 경계선지능인은 지자체 개별 사업에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참여수당도 월 20만 원 수준으로, 교통비와 식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자비 참여에 가까운 구조라는 현장의 비판이 있다. 일 경험 이후 연계 취업으로 이어지는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시범사업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 체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계선지능인 고용이 작동하려면 두 가지 장치가 핵심이다. 직무 코치와 기능적 평가 체계다.

직무 코치는 경계선지능인이 새로운 사업장에 배치된 뒤 일정 기간 밀착 지원하는 전담 인력이다. 독일의 통합청 모델과 네덜란드의 UWV 직업 코치 제도가 대표적이다. 업무 절차를 단계별로 나눠 설명하고, 동료 및 관리자와의 소통을 중개하며,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경계선지능인의 고용 유지율이 낮은 핵심 원인이 적응 기간의 지원 공백이라는 점에서, 직무 코치는 가장 실효성 있는 개입 수단으로 꼽힌다.

기능적 평가는 장애 판정 여부가 아닌 직무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체계다. 호주의 직업능력평가(Job Capacity Assessment)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IQ 점수라는 단일 지표가 아니라, 인지 기능·적응 능력·직업 관련 기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의 종류와 수준을 결정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평가 체계가 도입되면, 현재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고용 현장에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경계선지능인의 강점은 반복 작업에서의 성실성과 꾸준함이다. 복잡한 업무를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시각적 매뉴얼을 갖추면, 물류·제조·외식 등 분야에서 안정적인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니클로의 ‘천천히 함께’ 사업이 보여주듯이, 1대1 맞춤 교육을 받은 경계선지능 아동의 기초학습능력이 평균 21%포인트 향상됐다. 교육 단계에서의 역량 향상이 직업훈련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경계선지능인의 노동시장 참여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고용주에게 인건비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임금 보조금 모델처럼 채용 단계에서의 기업 부담을 낮추면, 고용 기피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서미화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계선지능인 자립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은 경계선지능인의 법적 정의를 명문화하고, 발굴·연계 체계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실태조사, 직업훈련, 고용 연계 사업에 안정적 예산이 배정될 수 있고, 지자체의 조례 제정과 사업 추진에도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범주가 소극적이고, 장애인복지법 또한 의료적 기준을 적용해 엄격하다”며 “경계선 지능인과 같이 실제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들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복지의 실패인 동시에,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활용 가능한 인력자원을 쓰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장애인 고용 정책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일이 곧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11건의 법안이 국회에 멈춰 있는 지금, 문을 여는 것은 결국 법의 몫이다.




[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4)] “보이지 않는 장벽, 장애인이 가장 많이 차별을 겪는 공간

취업,교육,공공서비스
일상속 차별의 지도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단순한 불편 수준을 넘어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 사회참여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과 사회관계 영역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장애인 정책 역시 단순 지원 중심에서 차별 해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장애인삶 패널조사 데이터 품질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 추적한 국가 단위 조사다. 조사 항목에는 고용, 교육, 사회관계, 건강, 심리상태, 인권, 삶의 만족도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장애인의 사회적 관계 만족도는 10점 만점 기준 2018년 5.09점에서 2023년 5.63점으로 상승했지만,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지체·청각언어 장애인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중증장애인의 만족도는 경증장애인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참여 격차도 뚜렷했다. 종교·친목·여가·자원봉사·정치단체 활동 가운데 한 달에 1회 이상 참여한 비율은 2021년 38.12%에서 2023년 54.29%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뇌병변·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의 참여율은 다른 장애유형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회적 활동 참여 자체가 이동권과 정보 접근성, 지역사회 인식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 개인 선택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 영역에서는 구조적 차별 문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경우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 상태로 전환될 확률이 경증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정신장애인의 미취업 유지 비율은 96.36%에 달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미취업 유지 비율 역시 90.18%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 장애인의 고용 취약성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미취업 상태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미취업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장애와 성별이 결합되며 노동시장 안에서 이중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만족도 역시 취업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2023년 기준 취업 장애인의 수입 만족도는 5.50점이었던 반면, 미취업 장애인은 4.42점에 그쳤다. 단순히 소득 규모의 차이를 넘어, 고용 여부 자체가 삶의 안정감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차별 경험은 정신적 위축으로도 이어졌다. 보고서의 장애수용 문항에는 “나는 장애 때문에 사람들을 잘 사귀지 못한다”, “나는 장애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어 속상하다”와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실제 장애수용 점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2023년 2.22점으로 주요 장애유형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조사됐다. 중증장애인의 장애수용 점수 역시 2.30점으로 경증장애인 2.55점보다 낮았다.

이는 반복되는 차별과 사회적 배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기효능감 저하와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건강 영역에서도 취업 여부에 따른 격차가 나타났다. 2023년 기준 만성질환 보유 비율은 미취업 장애인이 취업 장애인보다 높게 조사됐다.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정이 건강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차별이 특정 개인의 편견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채용 과정에서의 배제, 학교 현장의 지원 부족, 공공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지역사회 내 관계 단절이 서로 연결되며 장애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차별이 단순히 순간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별은 사회관계 축소와 경제적 불안정, 낮은 삶의 만족도, 정신적 위축으로 이어지며 결국 장애인의 삶 자체를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3)] 장애인 가구의 소득 구조, 노동보다 복지에 의존

근로소득은 제한적… 연금과 수당이 생계를 지탱

<사진=Pexels>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 가구의 소득 구조를 들여다보면 노동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 수치로 드러난다. 일자리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연금과 각종 수당 등 이전소득이 생활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접근 자체의 장벽과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최근 장애인 삶 패널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92만99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은 175만7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약 59.7%를 차지했고, 나머지 117만9200원은 근로 외 소득에서 발생했다. 근로 외 소득은 연금소득과 공적 이전소득, 사적 이전소득, 금융소득 등으로 구성되며, 실질적으로는 각종 연금과 수당이 가구 소득의 약 40%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근로소득은 2021년 166만600원에서 2022년 171만2900원, 2023년 175만700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근로 외 소득은 106만6100원에서 112만800원, 117만9200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노동을 통한 소득 확대 속도보다 이전소득의 증가 속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생활비 부담 역시 이러한 구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생활비는 2021년 179만8400원에서 2022년 187만2800원, 2023년 196만5400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활비 상승 속도는 근로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공적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장애로 인한 추가 지출 역시 가계 구조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사에 따르면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월 평균 지출은 21만28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료비와 재활 치료비, 보호·간병비, 교통비, 보조기구 비용,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료 등이 주요 항목이다. 이러한 비용은 비장애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적거나 존재하지 않는 지출로, 노동소득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이전소득 의존 구조가 강화되는 배경에는 노동시장 진입 자체의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장애인의 노동 참여는 근무일수와 근무시간, 직무 선택의 폭 등에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동의 어려움과 근무 환경의 제약, 직무 적합성 부족, 고용주의 인식 문제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선택 가능한 일자리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근로소득 확대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시장 내부에서도 안정적인 근로를 이어가기 위한 여건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장애 특성에 맞춘 직무 개발이나 근무 환경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취업 이후에도 근로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결국 노동소득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이전소득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공적 이전소득이 생계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사회 안전망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수당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노동 참여가 어려운 계층에게는 사실상 생계 유지의 마지막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경우 노동을 통한 자립 기회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소득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전소득 의존이 지속될수록 개인의 경제적 자립 기반은 약화될 수 있으며, 사회 전체적으로도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가구의 소득 구조 문제를 단순히 복지 확대 여부로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직무 개발과 근무 환경 개선, 이동 지원 확대, 고용 안정성 강화 등 구조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근로소득 비중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 가구의 소득 구조는 개인의 선택이나 노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의 결과물에 가깝다. 노동소득과 이전소득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장애인 정책 전반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