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다”…게임 접근성이 바꾸는 장애인 문화권의 기준

넷마블 사례로 본 ‘즐길 권리’의 확장
장애인 접근성, 복지 아닌 콘텐츠 경쟁력으로 떠올라

<사진=넷마블 제공>

게임 산업에서 장애인 접근성은 오랫동안 ‘부가 기능’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접근성을 단순한 배려가 아닌 ‘문화 향유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의견을 실제 게임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한 넷마블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넷마블은 최근 오픈월드 RPG ‘일곱 개의 대죄: Origin’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접근성 기능을 도입했다. 계기는 일본의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보낸 점자 편지였다. 이용자는 게임의 음향 연출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방향 탐색과 사물 위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고, 개발진은 이를 반영해 청각 기반 안내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의 ‘미담’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접근성 논의는 주로 교통, 교육, 고용, 금융 등 필수 생활영역에 집중돼 왔다. 반면 게임과 문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가 심화될수록 문화 콘텐츠 접근 역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적 경험,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까지 연결되는 현대의 대표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장애인 이용자들은 화면 중심 UI, 빠른 조작 요구, 음성 안내 부재 등의 장벽으로 인해 콘텐츠 이용 자체에 제한을 받아왔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게임은 애초에 즐길 수 없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 설계와 접근성 기술이 결합될 경우 시각 중심 콘텐츠 역시 충분히 새로운 방식의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기업의 대응 방식이다. 넷마블은 단순 문의 응대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시스템 구조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몬스터 공격 상황이나 체력 저하를 경고음으로 전달하고, 보물상자 위치를 효과음으로 안내하는 방식은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향후 오브젝트 위치를 음성으로 설명하는 기능까지 추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술이 결과적으로 전체 이용자 경험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글로벌 IT·콘텐츠 업계에서는 자막, 음성안내, 진동 피드백 같은 접근성 기능이 비장애인 이용자에게도 활용되며 표준 기능으로 자리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역시 최근 들어 접근성 논의에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시도가 이어지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접근성을 CSR이나 이미지 제고 차원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기본 설계 철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의 문화 접근권은 단순한 ‘서비스 추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참여의 문제이기도 하다. 게임 속 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플레이 가능 여부를 넘어, 같은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장애인 접근성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과 관점의 문제라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변화는 앞으로 다른 문화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3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개최…장애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무대 확대

㈜WE하다·스담·장애인일자리신문 공동 주최
역대 수상작 전시 이어오며 장애 예술인 사회 참여 플랫폼으로 성장

<사진=SDAM 제공>

㈜WE하다와 스담, 장애인일자리신문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3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모전은 장애 예술인의 작품 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전시와 도록 제작 등을 통해 사회적 예술 참여 기반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주제는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다. 참가자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 삶의 이야기를 회화 작품으로 표현하면 되며,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출품은 1인 1작품으로 제한된다.

공모 부문은 회화 분야로 유화, 아크릴, 수채화 작품 접수가 가능하다. 영상·사진·공예 작품은 제외되며, 작품 규격은 캔버스 기준 20호 이하로 제한된다.

접수는 1차로 작품 이미지를 JPG 또는 PNG 형태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1차 합격자에 한해 실물 작품 접수가 이뤄지며, 캔버스 작품 또는 표구 작업이 완료된 형태여야 한다.

공모 기간은 오는 5월 22일부터 7월 8일까지다. 참가자는 구글폼을 통해 작품을 접수한 뒤 참가비를 입금하면 된다. 참가비는 3만원으로 공모전 운영 전반에 사용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심사가 진행된 이후에는 결과와 관계없이 참가비 환불이 불가능하지만, 중복 납부나 접수 기간 내 취소 등의 경우에는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차 합격자는 7월 15일 발표되며, 실물 작품 접수는 7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최종 수상자는 7월 31일 발표될 예정이다. 심사는 창의성, 표현력, 전달력, 독창성,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심사위원단이 맡는다.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은 이번이 세 번째 개최다. 앞서 진행된 1·2회 공모전에서는 장애 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이 선정됐으며, 수상작들은 별도 갤러리와 아트페어 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과 만나왔다. 특히 제2회 공모전 수상작들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더 블룸(THE BLOOM) 2026’ 아트페어에 전시되며 장애 예술인의 창작 세계를 대중에게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제2회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양진영 작가 인터뷰 등 후속 콘텐츠도 이어지며 단순한 일회성 공모를 넘어 장애 예술인의 지속적인 활동과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공모전 총상금은 200만원 규모다.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 우수상 4명 등이 선정되며, 수상자에게는 모바일 상장이 제공된다. 일부 선정작은 오는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별도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장애 예술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작 무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예술 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문화 참여 기회와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 48종 개발·배포

물리적·감각적·콘텐츠 서비스 접근성 세 분야 아우르는 그래픽 심볼 가이드도 함께 제공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콘텐츠·서비스 접근성) 일부 <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소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문화시설 이용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총 48종의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을 개발하고 무료 배포에 나선다.

이번 픽토그램은 2020년 12월 시행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계기로 장문원이 추진해온 문화시설 접근성 개선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장문원은 앞서 공연시설·전시시설 등 문화시설에 적용 가능한 접근성 개념과 원칙을 정리한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2024)’를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시각적 안내 도구인 픽토그램을 새로 마련했다.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은 다양한 장애 특성과 이용 환경을 반영해 언어 없이 그림만으로 문화시설 환경 및 콘텐츠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각적 정보 디자인이다.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에 초점을 뒀으며, 감각적 표현보다는 실용적 활용을 우선한 것이 특징이다.

48종의 픽토그램은 세 가지 접근성 분야로 구분된다. 먼저 물리적 접근성 분야에는 자동문, 차량 이동 지원, 경사로, 단차, 안내 보행 지원, 접근성 테이블, 경로 안내, 키오스크,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 등 9종이 포함됐다. 문화시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설 내 이동까지 동선 전반을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감각적 접근성 분야는 보조도구와 웹 항목으로 나뉜다. 보조도구에는 휠체어, 안심 인형·스트레스 볼, 소음 차단 헤드셋·이어 플러그, 색약 보조 안경, 스마트글라스, 우퍼조끼 등 6종이 담겼다. 예컨대 안심 인형·스트레스 볼 픽토그램은 불안감이나 감각 과부하를 느끼는 관람객을 위해 정서적 안정과 감각 조절을 돕는 보조도구 대여가 가능함을 안내한다. 웹 항목으로는 고대비와 글자 확대·축소 픽토그램 2종이 개발됐다.

콘텐츠·서비스 접근성 분야는 48종 중 가장 많은 항목이 포함된 핵심 영역으로, 공통·공연·전시·교육·감각지도 등 다섯 갈래로 세분화된다. 공통 항목에는 수어통역·해설, 문자통역·자막해설, 음성해설·화면해설, 큰글씨, 점자, 쉬운 글, 사전 안내 자료, 필담, AAC, 큰자극 주의, 후각 자료 등이 포함됐다. 수어통역 픽토그램은 손 모양을 활용한 수어 동작 이미지로 청각 정보를 수어 형태로 제공함을 나타내고, 문자통역·자막해설 픽토그램은 스피커 이미지와 화살표, 문자 요소를 조합해 청각 정보가 텍스트로 변환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공연 분야에는 편안한 공연과 터치 투어, 전시 분야에는 촉각 자료·감각 상자·체험형 작품, 교육·체험 분야에는 교육 보조기기와 교육 도구 사용 주의 픽토그램이 각각 개발됐다. 감각지도 항목으로는 조용한·시끄러운, 밝은·어두운, 혼잡한, 냄새가 강한, 편안한 공간 등 5종이 포함돼 공간별 감각 환경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편안한 공간 픽토그램은 지붕 형태와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 형상을 결합해 감각적 피로를 느끼는 이용자가 부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임을 한눈에 전달한다.

픽토그램 제작은 라운드 정사각형 템플릿을 기본 형태로 하며, 양화 사용을 권장한다. 형태 임의 변형, 비례 변경, 임의 색상 적용, 그림자 사용 등은 금지돼 있어 전국 어디서나 일관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단에 픽토그램 명을 병기하는 것도 가능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이용자의 이해를 돕는다.

장문원은 이번 픽토그램을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 그래픽 심볼 가이드’와 함께 무료로 배포한다. 포스터, 리플릿, 영상 등 각종 홍보물 제작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관련 자료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누리집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용’ 넘어 ‘참여’로…진화하는 장애인 접근성

교육·문화·산업 현장서 확장되는 접근성 개념
“처음부터 모두를 위한 설계 필요”

<사진=미래엔 제공>

오는 5월 21일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Global Accessibility Awareness Day, GAAD)’을 앞두고 장애인 접근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교육과 문화,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장애인이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교과서 발행 기업 미래엔은 최근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와 공동 개발한 음악 활동 앱 ‘모두의 음악’을 공개했다. 해당 앱은 저시력 학생을 위한 확대 기능과 색상 반전,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보이스오버 기능 등을 제공한다.

특히 ‘모두의 음악’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별도 수업이 아니라 통합학급 안에서 모든 학생이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접근성을 ‘보조 기능’이 아닌 ‘포용형 교육 환경’의 개념으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접근성의 범위가 실제 문화 향유 경험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최근 문화시설 접근성 픽토그램 48종을 개발해 무료 배포했다.

픽토그램은 수어·자막·음성해설·터치투어 등 문화시설에서 제공하는 접근성 서비스를 그림 형태로 안내하는 디자인이다.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감각적 접근성과 콘텐츠·서비스 접근성까지 포함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는 단순히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장애인이 실제로 공연과 전시를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근 접근성 논의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산업계에서는 접근성이 기업 경쟁력과 사용자 경험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대 접근성 혁신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는 점자패널과 수어안내, 스크린리더 기능을 적용한 키오스크와 높낮이 조절 기능 등을 선보였으며, 장애인과 고령자, 영유아 보호자 등 다양한 사용 환경을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키오스크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장애인 접근성 문제가 가장 많이 지적됐던 분야 중 하나다. 최근에는 접근성 기능 강화가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술 혁신과 보편적 사용자 경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 사례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장애인을 사회 시스템의 ‘예외적 사용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고려해야 할 기본 사용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접근성의 개념이 단순한 이용 가능성을 넘어 사회 참여 구조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치료 넘어 브랜드로…서울시 어린이병원 ‘아르피쉬’, 발달장애 예술 자립모델 제시

공공병원 중심 첫 예술 브랜드 론칭…굿즈·캐릭터·SNS 연계한 지속가능 구조 구축
기존 전시·공연 지원 넘어 창작·유통·수익환원까지 연결 시도

아르피쉬의 캐릭터들<사진=서울시 제공>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이 최근 공식 론칭한 발달장애 예술 브랜드 ‘아르피쉬(AREFISH)’가 기존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단순 치료나 전시 지원을 넘어 브랜드와 콘텐츠 산업 구조를 접목해 발달장애 예술인의 경제적 자립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지난 12일 병원 발달센터에서 ‘AREFISH DAY’를 열고 의료 기반 발달장애 예술 브랜드 ‘아르피쉬’를 공식 출범했다. 병원 측은 2023년 국내 최초 의료 기반 ‘레인보우 예술심리센터’를 신설한 이후 축적된 예술치료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 브랜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피쉬’는 예술(Art)과 감정(Emotion), 물고기(Fish)를 결합한 이름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이 예술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 작품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굿즈, SNS 콘텐츠를 결합한 IP 기반 사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티셔츠, 휴대전화 케이스, 컵, 키링 등의 상품이 공개됐으며, 향후 상시 쇼룸 운영과 온라인 홍보를 통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수익 일부는 참여 예술가들에게 환원된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까지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사업들은 대체로 창작 활동이나 공연·전시 기회 제공 중심이었다면, 아르피쉬는 창작 이후 상품화와 유통, 브랜딩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존재해왔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전시·공연·레지던시 등을 지원해왔고,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을 기업 디자인과 굿즈 사업으로 연결해왔다. 하트-하트재단 역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운영을 통해 직업 예술 활동 기반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직접 중심이 되어 치료·교육·브랜딩·사회참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특히 병원이 민간기업과 협력해 굿즈 제작과 콘텐츠 유통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도 기존 복지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굿즈 제작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획 기업이 참여했으며, 던킨과 매일유업 등 여러 기업들도 후원에 동참했다. 병원 측은 단순 기부를 넘어 민간기업이 유통과 제작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구조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애예술 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이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산업·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이 일회성 행사나 전시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아르피쉬는 발달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하나의 브랜드와 성장 서사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다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굿즈 판매를 넘어 라이선싱과 기업 협업, 콘텐츠 확장 등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민 서울시 어린이병원장은 “이번 아르피쉬 론칭은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치료 이후에도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예술가로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첫걸음”이라며,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어 예술적 재능을 경제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 예술인 ‘일자리·자립’ 이끄는 문화예술 공모전 잇달아 개최

누림센터·스프링샤인·한국장애예술인협회 등 미술·문학 분야 공모전 풍성
창작 활동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 연결

(사진 왼쪽부터) ‘제17회 경기도 장애인 미술 공모전’ 포스터, ‘CREATE YOUR BEAUTY’ 포스터, 제36회 구상솟대문학상과 제9회 이원형어워드 공모 포스터

5월을 맞아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하고 직업적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한 다양한 예술 공모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수상작이 실제 산업 디자인에 적용되거나 출판으로 이어지는 등 장애 예술인의 경제적 자립과 직업적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는 지역사회 내 신진 장애 예술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17회 경기도 장애인 미술 공모전’의 막을 올렸다. 환경과 일상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지속가능한 오늘, 모두의 내일’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참가자들은 자연이나 안전한 무장애 환경 등을 캔버스, 도화지, 디지털 드로잉 등 여러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다음 달 1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누림센터 측은 “이번 행사를 거쳐 묻혀있던 재능 있는 작가를 찾아내고, 이들의 작품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상상력을 실제 상품에 접목해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그리는 행사도 열린다. 스프링샤인 사회적협동조합은 로레알코리아와 손잡고 발달장애 예술인 미술 공모전인 ‘CREATE YOUR BEAUTY’를 주관한다. 다음 달 26일까지 ‘내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접수를 진행하며,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특히 1명의 대상 수상작은 향후 로레알코리아의 온라인 판매용 포장 디자인으로 쓰이게 돼, 장애 예술이 산업 현장과 맞닿아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낳는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도 주어진다.

김종수 스프링샤인 대표와 로드리고 피자로 로레알코리아 대표이사는 “장애 예술인의 독창성이 사회에 남다른 가치를 전하고 편견을 없애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업 예술인으로서의 기반을 넓히는 데 힘쓰겠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문학과 미술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시상식도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기다린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는 ‘제36회 구상솟대문학상’과 ‘제9회 이원형어워드’의 접수를 다음 달 23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다. 시 부문인 구상솟대문학상은 장애 문인이라면 누구나 미발표작 10편으로 응모할 수 있으며, 최종 1명에게 상금 500만원과 개인 시집 발간의 기회를 제공해 전업 작가로서의 발돋움을 돕는다.

장애 미술인을 조명하는 이원형어워드 역시 1명에게 2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해 창작 의욕을 돋울 예정이다.

석창우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실력 있는 작가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장애 예술계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글 점자교육의 출발점 복원… ‘로제타 홀 점자 교재’가 던지는 의미

선교사 도입에서 ‘훈맹정음’까지
장애인 교육사 되짚는 문화유산 보존의 가치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한국 최초의 한글 점자 교재를 복원하면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교육의 출발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문화재 보존을 넘어, 장애인 교육의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의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교재는 로제타 셔우드 홀이 제작한 시각장애인용 한글 학습 자료로, 19세기 말 한국에서 점자 교육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우리나라 한글 점자교육은 외국 선교사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1897년경 홀은 뉴욕식 4점 점자를 바탕으로 한글 점자를 고안하고, 초학언문 일부를 점자로 옮겨 교육에 활용했다. 이는 점자가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점자교육은 점차 제도화 과정을 거쳤다. 일제강점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이 설립되며 교육 기반이 형성됐고, 1926년 박두성이 발표한 ‘훈맹정음’이 등장하면서 한글 점자의 표준이 확립됐다. 한글의 음운 구조를 반영한 이 체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시각장애인의 문자 생활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복원된 점자 교재는 이러한 흐름의 ‘출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름을 먹인 한지를 여러 겹 사용해 점자를 구현한 제작 방식은 당시에도 촉각 인식을 고려한 교육적 설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단 한 권만 남아 있는 원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희소성 역시 높다.

보존처리 이전 교재는 제본 끈이 끊어지고 종이가 찢어지는 등 심각한 훼손 상태였으나, 연구원은 재질 분석과 복원 과정을 거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점자의 돌출부까지 고려한 이번 복원은 단순한 외형 복구를 넘어 ‘읽을 수 있는 자료’로서의 기능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역사적·교육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는 소장처인 대구대학교 박물관으로 반환되어 향후 전시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유산의 특성을 반영한 보존처리와 연구를 지속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 가능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복원은 문화유산의 범주가 왕실 유물이나 전통 예술품을 넘어, 장애인의 교육과 권리의 역사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글 점자교육의 시작을 담은 유물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장애인 교육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애 신체로 미학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 김만리, 극단 ‘타이헨’ 한국 무대 선다

중증 장애인의 몸을 예술의 중심에 세운 세계적 신체극 단체
모두예술극장서 초청작 ‘브레인’ 공연 예정

<사진=모두의예술극장 제공>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신체극 단체 타이헨은 장애예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이 단체를 이끄는 예술가 김만리는 중증 신체장애를 지닌 자신의 몸을 무대 위 표현의 중심에 세우며, 기존 예술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상적인 몸’ 중심의 미학에 도전해 온 인물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활동을 넘어 장애인의 신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하나의 예술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극단 타이헨은 1983년 일본 오사카에서 창단됐다. 창단 당시부터 구성원 대부분이 중증 신체장애인이었으며, 이는 당시 공연예술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였다. 이들은 장애인의 몸을 극복하거나 감추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가 지닌 움직임과 형태를 예술적 표현의 핵심으로 삼았다. 바닥을 기어 이동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느린 움직임을 활용하는 등 기존 무용과 연극의 규범에서 벗어난 신체 표현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타이헨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단체는 초기부터 재활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예술 활동과 선을 긋고, 장애 신체 자체가 새로운 미학을 창조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시도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공연예술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스위스와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제 예술 축제에 초청되며 실험적 신체극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단체를 이끄는 김만리는 1953년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겪으며 중증 장애를 지니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을 장애인 시설에서 보내며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삶을 경험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청년 시절에는 일본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에 참여하며 중증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실현하는 과정에 앞장섰고, 이후 자신의 신체 경험을 예술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만리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연출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장애인의 몸이 사회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무대 위에서 그 몸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선언으로 삼아 왔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기억과 욕망 등 보편적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장애 신체라는 고유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작업은 장애예술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장애예술이 재활이나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타이헨의 등장은 장애예술을 하나의 독립된 미학적 영역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여러 공연예술 연구에서는 타이헨을 기존 신체 중심 공연의 틀을 확장한 사례로 평가하며, 장애예술이 예술적 실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한 단체로 언급하고 있다.

타이헨의 활동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왔다.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오며 각국 관객과 만나 온 이들은 장애 신체가 가진 표현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특히 공연마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을 요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 같은 세계적 신체극 단체 타이헨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서울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리며, 해외초청작 ‘브레인’이 오는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품은 약 8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인간의 신체와 인지,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장애 신체를 예술의 중심에 놓아 온 타이헨의 철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애예술이 단순한 참여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학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이들의 한국 공연은 국내 장애예술 환경에도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바시, ‘편견 없는 직장’ 두 번째 특집 강연 펼쳐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 맞아 5명 연사 무대… 5월 1일부터 유튜브 순차 공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x 세바시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한계 없는 성장’ 강연자들의 모습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21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과 함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세바시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4월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행사는 ‘편견 없는 직장, 한계 없는 성장’을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이번 강연에는 총 5명의 연사가 나섰다. 이찬혁 뮤직비디오 <비비드라라러브>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 뮤지컬 배우 김유남, 세계 최초 중증장애인 치과의사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규환, SBS <몽글상담소>의 주인공이자 성악가·모델·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N잡러 오지현, 사이배슬론 우승자 출신으로 착용형 보행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원 김승환이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해 온 여정을 전했다. 여기에 국내 최다 메달리스트이자 2026년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3개를 획득한 김윤지 선수가 도전의 의지를 관객과 나눴다.

세바시는 15분이라는 짧은 강연 형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사가 삶의 통찰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연 플랫폼이다. 국내 대표 지식·인문 콘텐츠 채널로 자리잡았으며,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을 통해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강연들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기업·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사회 이슈 특집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단과 세바시의 협업은 지난해 첫 번째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강연에는 개그맨 김기리,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 시각장애인 개발자 서인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박수빈, 화가 정은혜 등 6인이 연사로 올랐다. 해당 영상들은 현재도 세바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일부 강연은 수십만 건에서 100만 건을 웃도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로는 이례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화가 정은혜 작가의 강연은 14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강연회 영상은 오는 5월 1일부터 유튜브 채널 ‘세바시’를 통해 순차 공개된다.

이종성 이사장은 “이번 강연회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걷어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장애인 인식 개선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 장애 예술인 34인, 국회 로비를 별빛으로 물들이다

장애인의 날 맞아 여야 의원 10명 공동 주최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개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국회로 찾아가는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시즌2-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 예술인 34인의 작품 56점이 국회의원회관 제1 로비를 가득 채웠다.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는 15일 ‘2026년 국회로 찾아가는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시즌2-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 개막식을 열었다. 전시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전시 테마는 ‘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이다.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가 무거원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리듯, 장애 예술가들이 중첩되는 어려움을 헤쳐가며 작품을 빚어내는 여정을 별빛에 빗댔다.

개회 선언에 나선 배은주 이사장은 이날 참여 작가 34인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직접 호명하며 직접 쓴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개회 선언을 대신했다. 그는 시를 통해 “장애예술가들의 여정은 시지프스 신화처럼 고된 여정이다. 무거운 돌을 매일 옮기는 그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노력으로 별빛을 모아 마침내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4년간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대회장을 맡아온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여야 10명의 의원이 국회 행사를 함께 공동 주최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그 결과 별보다 더 빛난 작품들이 국회에 걸려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음 대회는 2층 로비를 빌려서 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장애 예술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다. 여야 의원들과 힘을 합쳐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시지프스처럼 고통을 이겨내며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주시는 이 장애인들을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앞으로 조금 더 많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수희 의원은 15살 때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장애 당사자임을 밝히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제약들을 계속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한 제약이 있음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표현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할 수 있는 환경들을 제공하는 것이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약속이고, 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김문수·이정현·이용선 의원은 이날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메시지로 축하를 전했다.

김수광 작가(사진 오른쪽)와 작가의 작품 ‘사랑스러워’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 2점을 출품한 김수광 작가는 캔버스 표면에 물감을 두껍게 쌓아 입체감을 구현하는 ‘마티에르(matière)’ 기법으로 주목받았다.

김 작가는 출품작 ‘사막의 무지개 선인장 3’에 대해 “납작하고, 뚱뚱하고, 길쭉한 선인장 형태를 색으로 개성 있게 표현했다. 이건 그 중 세번째인 길쭉한 선인장을 표현한 것”이라며 “사막 배경에 금색 점을 찍어 질감을 살렸고, 붓 대신 면봉과 나무젓가락을 활용해 입체감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사랑스러워’는 2년 전 쌍둥이 딸을 얻은 사촌 누나의 조카들을 모델로 삼았다. 김 작가는 “조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쌍둥이 코끼리 형상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 말미에는 34명의 참여 작가를 대표해 최연소 작가인 박준서 작가가 참가 인증서를 수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