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신체로 미학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 김만리, 극단 ‘타이헨’ 한국 무대 선다

중증 장애인의 몸을 예술의 중심에 세운 세계적 신체극 단체
모두예술극장서 초청작 ‘브레인’ 공연 예정

<사진=모두의예술극장 제공>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신체극 단체 타이헨은 장애예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이 단체를 이끄는 예술가 김만리는 중증 신체장애를 지닌 자신의 몸을 무대 위 표현의 중심에 세우며, 기존 예술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상적인 몸’ 중심의 미학에 도전해 온 인물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활동을 넘어 장애인의 신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하나의 예술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극단 타이헨은 1983년 일본 오사카에서 창단됐다. 창단 당시부터 구성원 대부분이 중증 신체장애인이었으며, 이는 당시 공연예술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였다. 이들은 장애인의 몸을 극복하거나 감추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가 지닌 움직임과 형태를 예술적 표현의 핵심으로 삼았다. 바닥을 기어 이동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느린 움직임을 활용하는 등 기존 무용과 연극의 규범에서 벗어난 신체 표현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타이헨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단체는 초기부터 재활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예술 활동과 선을 긋고, 장애 신체 자체가 새로운 미학을 창조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시도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공연예술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스위스와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제 예술 축제에 초청되며 실험적 신체극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단체를 이끄는 김만리는 1953년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겪으며 중증 장애를 지니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을 장애인 시설에서 보내며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삶을 경험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청년 시절에는 일본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에 참여하며 중증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실현하는 과정에 앞장섰고, 이후 자신의 신체 경험을 예술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만리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연출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장애인의 몸이 사회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무대 위에서 그 몸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선언으로 삼아 왔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기억과 욕망 등 보편적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장애 신체라는 고유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작업은 장애예술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장애예술이 재활이나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타이헨의 등장은 장애예술을 하나의 독립된 미학적 영역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여러 공연예술 연구에서는 타이헨을 기존 신체 중심 공연의 틀을 확장한 사례로 평가하며, 장애예술이 예술적 실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한 단체로 언급하고 있다.

타이헨의 활동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왔다.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오며 각국 관객과 만나 온 이들은 장애 신체가 가진 표현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특히 공연마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을 요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 같은 세계적 신체극 단체 타이헨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서울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리며, 해외초청작 ‘브레인’이 오는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품은 약 8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인간의 신체와 인지,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장애 신체를 예술의 중심에 놓아 온 타이헨의 철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애예술이 단순한 참여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학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이들의 한국 공연은 국내 장애예술 환경에도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세바시, ‘편견 없는 직장’ 두 번째 특집 강연 펼쳐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 맞아 5명 연사 무대… 5월 1일부터 유튜브 순차 공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x 세바시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한계 없는 성장’ 강연자들의 모습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21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과 함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세바시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4월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행사는 ‘편견 없는 직장, 한계 없는 성장’을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이번 강연에는 총 5명의 연사가 나섰다. 이찬혁 뮤직비디오 <비비드라라러브>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 뮤지컬 배우 김유남, 세계 최초 중증장애인 치과의사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규환, SBS <몽글상담소>의 주인공이자 성악가·모델·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N잡러 오지현, 사이배슬론 우승자 출신으로 착용형 보행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원 김승환이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해 온 여정을 전했다. 여기에 국내 최다 메달리스트이자 2026년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3개를 획득한 김윤지 선수가 도전의 의지를 관객과 나눴다.

세바시는 15분이라는 짧은 강연 형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사가 삶의 통찰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연 플랫폼이다. 국내 대표 지식·인문 콘텐츠 채널로 자리잡았으며,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을 통해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강연들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기업·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사회 이슈 특집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단과 세바시의 협업은 지난해 첫 번째 특집 강연회 ‘편견 없는 직장, 차별 없는 성장’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강연에는 개그맨 김기리,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 시각장애인 개발자 서인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박수빈, 화가 정은혜 등 6인이 연사로 올랐다. 해당 영상들은 현재도 세바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일부 강연은 수십만 건에서 100만 건을 웃도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로는 이례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화가 정은혜 작가의 강연은 14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강연회 영상은 오는 5월 1일부터 유튜브 채널 ‘세바시’를 통해 순차 공개된다.

이종성 이사장은 “이번 강연회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걷어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장애인 인식 개선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 장애 예술인 34인, 국회 로비를 별빛으로 물들이다

장애인의 날 맞아 여야 의원 10명 공동 주최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개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국회로 찾아가는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시즌2-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 예술인 34인의 작품 56점이 국회의원회관 제1 로비를 가득 채웠다.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는 15일 ‘2026년 국회로 찾아가는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시즌2-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 개막식을 열었다. 전시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전시 테마는 ‘시지프스의 신화, 그 별빛처럼’이다.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가 무거원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리듯, 장애 예술가들이 중첩되는 어려움을 헤쳐가며 작품을 빚어내는 여정을 별빛에 빗댔다.

개회 선언에 나선 배은주 이사장은 이날 참여 작가 34인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직접 호명하며 직접 쓴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개회 선언을 대신했다. 그는 시를 통해 “장애예술가들의 여정은 시지프스 신화처럼 고된 여정이다. 무거운 돌을 매일 옮기는 그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노력으로 별빛을 모아 마침내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4년간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대회장을 맡아온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여야 10명의 의원이 국회 행사를 함께 공동 주최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그 결과 별보다 더 빛난 작품들이 국회에 걸려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음 대회는 2층 로비를 빌려서 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장애 예술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다. 여야 의원들과 힘을 합쳐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시지프스처럼 고통을 이겨내며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주시는 이 장애인들을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앞으로 조금 더 많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수희 의원은 15살 때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장애 당사자임을 밝히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제약들을 계속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한 제약이 있음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표현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할 수 있는 환경들을 제공하는 것이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약속이고, 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김문수·이정현·이용선 의원은 이날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메시지로 축하를 전했다.

김수광 작가(사진 오른쪽)와 작가의 작품 ‘사랑스러워’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 2점을 출품한 김수광 작가는 캔버스 표면에 물감을 두껍게 쌓아 입체감을 구현하는 ‘마티에르(matière)’ 기법으로 주목받았다.

김 작가는 출품작 ‘사막의 무지개 선인장 3’에 대해 “납작하고, 뚱뚱하고, 길쭉한 선인장 형태를 색으로 개성 있게 표현했다. 이건 그 중 세번째인 길쭉한 선인장을 표현한 것”이라며 “사막 배경에 금색 점을 찍어 질감을 살렸고, 붓 대신 면봉과 나무젓가락을 활용해 입체감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사랑스러워’는 2년 전 쌍둥이 딸을 얻은 사촌 누나의 조카들을 모델로 삼았다. 김 작가는 “조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쌍둥이 코끼리 형상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 말미에는 34명의 참여 작가를 대표해 최연소 작가인 박준서 작가가 참가 인증서를 수여받았다.




문화예술 접목한 장애인식개선교육, ‘질적 전환’ 시험대 오른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6년 문화예술 특화형 교육 추진
형식 중심 교육 한계 넘어 참여형 모델 확산 가능성 주목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우리나라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양적 확대 단계를 지나 질적 전환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문화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교육 모델이 등장해 주목된다. 기존 강의 중심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교육 방식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문화예술을 접목한 ‘2026년 문화예술 특화형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존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공연과 체험을 기반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개발원은 앞서 지난 3월 본 사업을 수행할 8개 전문 기관을 선정했다. 선정된 수행기관은 (사)문화복지하음, 행복한우리복지관, ㈜한국파릇하우스, ㈜아트랑, 얼쑤사회적협동조합,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문화예술연구소 플랫폼, 문화예술단체 가온 등이다. 이들 기관은 클래식 음악, 미술전시, 뮤지컬, 국악, 인형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특화형 장애인식개선교육은 기존의 일방적 강의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행기관은 클래식 음악, 인형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 장애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모든 교육과정에는 장애예술인이 참여해 공연과 강의를 함께 진행한다.

이 같은 시도는 현재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은 법적 의무화 이후 대부분 기관에서 연 1회 단시간 교육 형태로 운영되며 빠르게 확산됐지만, 실제 인식 변화로 이어지는 효과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특히 온라인 영상 시청이나 단시간 강의 중심 교육이 반복되면서 교육의 실질적 효과보다 ‘이수 여부’ 자체가 강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예술을 활용한 참여형 교육은 기존 교육 방식의 대안으로 평가된다. 예술 활동은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감정적 공감과 경험 축적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애예술인이 교육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은 장애를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 대상이 어린이집과 학교,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된 점 역시 중요한 변화로 읽힌다. 수행기관은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기관을 대상으로 연 12회 이상 교육을 진행할 예정으로, 비교적 장기간 운영을 통해 참여형 교육 모델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성격도 갖는다. 개발원에 따르면 2025년 동일 사업에서는 총 7개 수행기관이 88회 교육을 운영했으며, 1만 5천여 명이 교육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혜 원장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듣는 것’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해하고 소통할 기회를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프로그램 확대를 넘어 장애인식개선교육의 방향성을 시험하는 정책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이 ‘실시 여부’ 중심으로 관리돼 왔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인식을 변화시키는가’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형 교육 모델이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입증할 경우, 향후 표준 교육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확산성과 효과 측정은 향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참여 기관 수와 교육 횟수만으로는 전국 단위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범 모델이 제도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또한 체험형 교육의 특성상 인식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체계 구축 역시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문화예술 특화형 장애인식개선교육은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형식 중심 교육에서 경험 기반 교육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제도적 확대 단계를 넘어 실질적 인식 변화 단계로 이동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 정보 한자리에 모은 ‘오티즘엑스포’, 4회 맞아 산업·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치료·교육 중심 출발에서 생애설계·AI 기술까지 확장
지속 성장 위한 공공 연계 강화 필요

<사진=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공>

자폐성 장애와 발달지연 관련 정보를 한자리에서 제공하는 ‘제4회 오티즘엑스포(Autism Expo 2026)’가 오는 7월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티즘엑스포는 발달장애 분야에서 필요한 치료, 교육, 복지, 고용, 기술 정보를 한자리에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달장애 관련 정보가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보호자와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가운데,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구조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특히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와 최신 지원 기술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단일 분야 중심 행사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오티즘엑스포의 출발은 비교적 소규모 정보 제공 행사에 가까웠다. 최초 개최 당시에는 발달장애 치료기관과 교육기관 중심의 참여가 이뤄졌으며, 주요 대상 역시 보호자와 관련 종사자에 집중돼 있었다. 강연과 상담 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며 행사 성격 또한 설명회와 박람회 사이의 형태에 가까웠다. 이는 당시 발달장애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보 공유 창구를 마련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후 회차를 거듭하며 행사의 성격은 점차 확장됐다. 두 번째 행사부터는 체험형 프로그램과 문화 요소가 도입되며 가족 단위 참여가 증가했다. 발달장애 예술인의 공연과 작품 전시가 포함되면서, 발달장애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영역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과 맞물리며 행사 성격을 ‘정보 제공형’에서 ‘참여형 축제’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 번째 행사에 이르러서는 규모 확대와 함께 산업적 성격이 강화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참여 기관 수와 관람객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의료·교육기관뿐 아니라 보조공학 기업과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의 참여가 확대됐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소통 보조기기와 감각 지원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전시되면서, 발달장애 지원 분야가 단순 복지 영역을 넘어 산업과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올해 개최되는 제4회 행사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 복지, 의료, 교육, 치료 분야를 포함해 약 120여 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며, ‘오티즘 스쿨’, ‘오티즘 아트 페스티벌’, ‘오티즘 톡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특히 감각친화 공간과 심신 안정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한 환경 설계가 반영된 점은 행사 운영 방식에서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발전 과정은 발달장애 지원 정책과 서비스 환경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치료와 교육 중심의 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성인기 이후 자립과 사회 참여까지 포함하는 생애주기형 지원이 강조되고 있다. 오티즘엑스포는 이러한 정책적 흐름을 반영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직업, 문화, 기술을 포함한 종합적 생애 설계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제기된다. 우선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민간기관과 일부 공공기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지역 기반 서비스와 연계된 실질적 상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단위 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는 행사 이후 실제 서비스 연결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기술 중심 전시가 증가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의 검증과 정보 제공 체계 구축도 요구된다. 보조공학 기기와 디지털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 적용성과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 전시를 넘어 사용자 경험 공유와 성과 검증 사례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오티즘엑스포가 단일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산업,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발달장애 분야는 의료와 교육, 고용, 복지가 긴밀히 연결된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구조가 마련될 경우 관련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발달장애 관련 정보와 기술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오티즘엑스포의 성장 과정은 국내 발달장애 지원 환경이 변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이 행사가 단순한 박람회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과 서비스 변화를 이끌어내는 연결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시, 장애인 의사소통 개별지원 본격화… 맞춤형 컨설팅·AAC 보급 확대

조례 개정 기반 통합 지원체계 구축… 주간이용시설 68곳에 AAC 키트 보급, 무장애 소통 환경 조성 추진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부산광역시는 「2026년 부산광역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뇌병변·발달·언어장애 등으로 일상적인 의사 표현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업 추진의 기반은 지난 2월 개정된 부산광역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 조례다. 시는 해당 조례 개정을 통해 지원의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기존 단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상담·교육·기기 활용을 연계한 통합형 지원체계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사업은 당사자 중심 개별 맞춤형 컨설팅, 지원 인력 역량 강화, 무장애 소통 환경 조성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개별 맞춤형 컨설팅은 장애 유형과 생활 환경을 반영한 평가를 통해 소통 욕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교육과 기기 지원, 재원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개별 교육은 언어재활사가 참여해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시설 방문이 가능한 대상자에게는 최대 20회 내방 교육이 제공되며, 이동이 어려운 지체·뇌병변 장애인을 위해서는 최대 6회 방문 교육이 별도로 운영된다. 필요 시 전문가 심의를 통해 교육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또한 보호자와 활동지원사, 복지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된다. 이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소통을 지원하는 주변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지원 방법과 사례 중심 교육이 제공될 예정이다.

무장애 소통 환경 조성 사업도 확대된다. 시는 2023년부터 추진해 온 AAC 보급 정책을 기반으로, 올해는 KB국민은행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해 지역 내 장애인 주간이용시설 68곳에 특화된 AAC 키트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 키트는 그림 상징과 음성 출력 기능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부산장애인종합복지관 내에는 AAC 보조기기 체험관이 상시 운영된다. 시민 누구나 다양한 보조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기기 활용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도 제공해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개별 맞춤형 컨설팅이 실제 생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는 AAC 교육 이후 자녀가 기본적인 요구와 감정을 보다 정확히 표현하게 되면서 가족 간 의사소통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의사 표현 기능 향상을 넘어 자존감과 사회 적응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 사례로 평가된다.

부산시는 앞으로 맞춤형 컨설팅 과정에서 사전·사후 변화를 체계적으로 점검해 정책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지원 대상과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개구리처럼 세상을 몰랐지만, 이젠 나갈 시간”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 양진영 작가 인터뷰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양진영 작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가 플랫폼 SDAM과 장애인일자리신문이 공동 주관한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에서 청각장애인 양진영(21) 작가가 대상을 받으며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수상작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는 주제 ‘나의 하루’를 기반으로,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개구리를 통해 작가 자신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2004년생인 양 작가는 생후 15개월에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늘 외로움을 안고 살았다. 이후 경기도 평택의 특수학교 에바다학교로 옮겨 방과후 활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작품 제목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양 작가는 “개구리처럼 이 세상을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모르는 세상에는 해치는 사람도 있고,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제일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굳이 두려움을 억지로 믿을 필요는 없다. 가장 믿어야 할 쪽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일반 초등학교 시절, 양 작가에게 세상은 좁고 외로운 곳이었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너무 적어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놀이에서도 자연스레 배제됐다. 중학교 진학 후 특수학교로 옮겼지만 사춘기를 거치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켰다. “밖에 나가면 위축되고, 비장애인들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고 그는 돌아봤다.

전환점이 된 건 방과후 미술 활동이었다. 그리고 첫 공모전 대상 수상이 자존감을 되살렸다. 이후 전공과 제과제빵과에 진학해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국 장애인 바리스타 대회에서도 수상하며 조금씩 세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공과에 들어간 후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환경과 일상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과 불안감이 줄었다”고 했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특별한 감정을 그는 “느긋하고 자유로운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작품에는 무지개 해파리 지네, 분홍 긴털 선인장, 우주적인 여왕개미 등 기묘하고 독창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끝없는 창의성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중 애착이 가는 존재를 묻자 지네를 꼽았다. “몸이 길고 다리가 많아서 자유분방하고 편할 것 같은 캐릭터”라고 했다.

양진영 작가의 대상 수상작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 붓과 주사기를 이용한 독특한 화법과 강렬한 색채감으로 주목받았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두려움이 어느 순간 다른 감정으로 바뀌는 지점도 작품에 담겼다. 작가는 “개구리가 세상을 무섭다고 착각했지만, 막상 밖을 보다가 신비롭고 기괴하고 예술 같은 광경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너무 신기하고 무섭지만 아름다워서,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양 작가의 전작 ‘기묘한 짐승들의 삶’은 강렬한 주황색 호랑이 등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JW아트어워즈에서 수상한 바 있다. 동물을 즐겨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춘기 때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동물들로 대신했다”고 털어놓았다. “동물과 곤충의 세계에는 그들만의 질서와 공존, 그 안의 평화로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게 동물은 소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열심히 살고, 고통스럽게 살고, 고난을 버티는 생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그린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라는 현실보다 더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화법도 독특하다. 양 작가는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아 주사를 많이 맞았다면서 “그 주사기로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생각해 작업해봤다”며 “붓과 주사기를 아무거나 쓸 수 있는 자유분방한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상 수상에 대해 양 작가는 “솔직히 대상을 받을 생각을 못 했다. 또 대상을 받으니 매우 깜짝 놀랐다”며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이제 개구리는 대상을 받은 이상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구상 중인 작품도 이미 여럿이다. ‘김밥머리소년’, ‘부모를 잃어버린 곰과 나의 왕’, ‘세상을 불신해버리는 기린의 삶’ 등이다. 양 작가는 “영감을 모아서 아름답고 깊은 공감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수상작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더 블룸(THE BLOOM) 2026’을 통해 관람객과 만났다. 11~12층과 일부 17~18층에 걸쳐 마련된 68개 이상의 부스에 70여 개 갤러리, 300여 명의 작가 작품 1000점 이상이 전시됐다.




신라호텔 객실을 가득 채운 장애 예술가들의 하루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48점, ‘더 블룸 2026’ 아트페어서 일반 관객과 만나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지난 20일, 서울신라호텔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침대 머리맡에, 협탁 위에, 욕실 벽면에까지 그림이 걸려 있었다. 호수공원의 주말 오후를 팝아트로 빼곡히 눌러 담은 화면, 오보에와 피아노와 말발굽 소리가 어우러지는 하루를 형형색색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객실 곳곳에 자리했다. 이 모든 그림은 장애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하루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였다.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신라호텔에서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더 블룸(THE BLOOM) 2026’이 열렸다. 11~12층, 일부 17~18층에 걸쳐 마련된 68개 이상의 부스에 70여 개 갤러리, 300여 명의 작가 작품 1000점이 넘게 걸렸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자리였다.

이 가운데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48점이 전시장 벽면을 채웠다.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가 플랫폼 SDAM과 장애인일자리신문이 공동 주관한 이번 공모전 주제는 ‘나의 하루’.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고,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그 부름에 응했다.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띄고 있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두근거림을 개구리의 눈으로 담아낸 그림이 있는가 하면, 희귀질환과 중증 장애로 막막한 하루를 살아가다 그림을 만나 내일을 꿈꾸게 된 작가의 이야기도 있었다. 작가는 휠체어에 앉아 캔버스 앞에서 질주하는 말을 그리며 희망을 담았다. 푸르른 나무와 나비, 작은 고양이와 노란 물통이 함께 어우러진 화면에는 희망과 일상이 나란히 자리했다.

또 다른 작가는 오보에와 피아노의 선율, 심장 소리를 닮은 드럼의 울림, 말발굽 소리가 어우러지는 자신의 하루를 형형색색으로 풀어냈다. 나의 하루는 그 소리들로 가득 찬 오보에 협주곡이라는 것이 작가의 말이었다.

이번 아트페어의 눈길을 끈 요소 중 하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이었다. 갤러리 흰 벽이 아닌 호텔 객실의 침대 옆, 협탁 위, 욕실 공간에까지 작품이 놓였다. 예술이 생활 공간 안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이 작품을 일상의 맥락 속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공간을 옮기자 또 다른 하루들이 이어졌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소년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캐릭터와 감정, 기억들을 화면 가득 풀어냈다. 혼란처럼 보이는 화면 속에는 그만의 질서와 집중이 담겨 있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한 작가는 아침 알람 소리, 음식 만드는 소리,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소리로 이루어진 하루를 그림으로 옮겼다. 청각이 예민해 버릇처럼 귀를 막고 다니면서도 도시에 적응해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과, 세상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작품에 담았다. 또 다른 발달장애 청소년 작가는 수영장을 그렸다. 물속에서는 소리도 마음도 가라앉고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 그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쉼터를 반짝이는 물결과 물고기로 표현했다.

또 다른 작가는 “두려움과 불안이 내 안에서 울고 있어도 웃는 얼굴로 하루를 견딘다”며 매일 숨기고, 참고, 버티는 일상의 감정을 작품에 솔직하게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대상을 수상한 양진영 작가는 수상 후 약 30분간 직접 도슨트에 나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풀어냈다.

현장에는 박형준, 조은숙, 최윤영 등 스타 도슨트들이 직접 관람객을 안내하며 전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수상자 29명과 그 가족, 지인, 기관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현장 밖에서도 반응은 이어졌다. 한 수상자의 보호자는 “아이가 상을 받은 것도 좋지만, 친구들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관람한 아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림 그리는 흉내를 냈다. 무언가 자극이 된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SDAM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수상작품 모두 소중히 대해주시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세심한 구성 덕분에 모든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SDAM 관계자는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이 이렇게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는 것을 보며, 우리가 이 전시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여행은 권리인가 사치인가…무장애 여행사 사례가 던진 이동권의 질문

‘현장CEO열전’ 시즌2 2화 공개…무빙트립 사례 통해 본 장애인 관광의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

<사진=’현장 CEO열전’ 유튜브 방송 갈무리>

장애인의 여행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 이전에 환경의 허용 여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동수단과 숙박시설, 관광지 접근성 가운데 단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실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장애인 여행을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풀어낸 사례가 소개되며, 이동권과 관광 접근성에 대한 정책적 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우수 장애인기업을 소개하는 콘텐츠 ‘현장CEO열전’ 시즌2 2화를 3월 23일 공개하고, 무장애 여행사 무빙트립의 운영 사례를 조명했다. 이번 영상은 장애인과 고령자 등 여행 취약계층이 겪는 이동과 관광의 제약을 사업 모델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며, 단순한 기업 소개를 넘어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영상에 소개된 무빙트립은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이동에 제약이 있는 이용자들이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 코스를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이다. 특히 대표가 직접 관광지를 사전 답사해 이동 동선과 체험 편의성을 점검하고, 이동 보조 장비와 접근 가능한 관광지 정보를 종합해 여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방식이 특징으로 소개됐다. 이는 기존 관광 산업이 장애인을 주요 고객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구조적 공백에서 출발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장애인 여행 문제가 단순한 여가 문제가 아니라 이동권과 사회 참여권의 문제라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단순한 휴식 활동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다양한 공간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통, 숙박, 관광지 접근성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여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이동권 문제가 관광 분야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례는 장애인 정책이 복지 중심에서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장애인 관련 서비스는 비용 부담이나 복지 지출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무장애 관광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산업 모델로 평가된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일시적 이동 제한을 겪는 일반인까지 포함하면 접근성 개선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체 관광 수요를 확대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이동 약자를 고려한 관광 인프라가 지역 관광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장애 관광이 활성화될 경우 지역 관광지 방문객 증가와 함께 숙박, 교통, 관광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 이동권 개선이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가능성과 함께 구조적 한계도 동시에 드러난다. 무장애 여행은 일반 여행보다 장비와 인력 투입이 많아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접근 가능한 숙소와 관광지의 절대적 부족 역시 사업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시설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지만, 지역 간 편차가 커 전국 단위 서비스 확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된다.

또한 민간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구조는 정책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접근성 기준의 표준화와 공공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전국적인 이동권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특정 사업자의 성과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 예술가의 ‘나의 하루’, 신라호텔 벽면을 채우다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더 블룸(THE BLOOM) 2026 개최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신라호텔서 전시

신라호텔 객실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 예술인의 작품이 프리미엄 호텔 아트페어 무대에 오른다.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가 플랫폼 SDAM, 장애인일자리신문이 공동 주관한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48점이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더 블룸(THE BLOOM) 2026》에 전시된다.

이번 아트페어는 서울신라호텔 11~12층(일부 17~18층)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68개 이상의 부스가 마련된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자리로, 이번 전시에서 장애 예술인의 목소리까지 더해지며 의미를 확장했다.

공모전은 했다. ‘나의 하루’를 주제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두근거림을 개구리의 눈으로 담아낸 작품, 휠체어 위에서 하이힐을 신고 세상을 항해하는 상상을 펼친 작품, 주말 호수공원의 따뜻한 일상을 팝아트로 빼곡히 그려낸 작품 등 장애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하루를 다채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이번 전시장 벽면을 채운다.

SDAM 관계자는 “장애 예술인의 작품이 신라호텔이라는 프리미엄 공간에서 일반 관객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며 “장애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감각과 이야기가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만큼, 이번 전시가 장애 예술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