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들과 디딤스쿨 참여 아동·청소년들이 캠프닉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디딤스쿨’은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가족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자립 역량을 키우고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연인원 467명이었던 참여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516명으로 늘었다. 지역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필요로 한다는 방증이다.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돌봄은 흔히 ‘가정의 몫’으로 좁혀지곤 하지만, 디딤스쿨은 이를 가족의 부담에서 지역 공동체의 과제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서도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태블릿을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은 단순한 미술 교육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창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로 작동한다. 청소년 농구클럽은 발달장애 청소년이 체력과 협동심을 기르면서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만든다. 보호자 교육은 부모를 단순히 돌봄 제공자에 머물지 않게 하고, 비슷한 상황의 보호자들끼리 지지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발달장애인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의 인식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다만 이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장애 돌봄에는 제도적 공백이 많고, 공적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디딤스쿨 같은 지역 기반 프로그램은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실험장이자, 향후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발달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이 실제 현실 위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뒷받침하며 지속 가능한 체계로 자리 잡는 일이다.
결국 디딤스쿨의 2년 차 성과는 단순한 참여자 증가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돌봄을 공동체의 책임으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의 출발점이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홀로 짐을 지는 구조를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한 걸음씩 디딘다’는 이름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제도 외면한 교육기관…실효성 높일 해법은
49개 기관 중 절반 이상 기준 미달… 제도 인식 개선과 관리 강화 절실 연구 장비·기자재와 품목 불일치, 예산·점검 부재 등 구조적 한계 지적
2024년 교육부 법정의무구매(중증장애인생산품) 실적 현황 <자료=김문수 의원실>
교육부 산하 국립대와 국립 특수학교 절반 이상이 장애인생산품 구매 의무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 기관은 2년 연속 같은 문제를 반복해 제도의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무자 인식 부족, 품목 불일치, 예산·관리 부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2024년 법정의무구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관할 49개 기관 가운데 28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 법정비율(총구매액의 1%)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목표를 충족한 기관은 21곳에 그쳤다.
미달성 기관에는 국립대 25곳과 국립 특수학교 3곳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23개 기관은 2년 연속 기준에 미달해 교육기관들의 제도 준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구조적·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우선 국립대와 특수학교의 상당수 실무자가 제도 자체나 구매 가능한 품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행정 인력이 자주 교체되는 대학 특성상 제도 안내와 교육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또 대학과 특수학교가 주로 구매하는 연구 장비, 기자재, 전문 서비스 등은 현재 지정된 장애인생산품 범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목표 달성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입찰·조달 과정에서도 장애인생산품을 우선 반영할 수 있는 예산이나 계획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사업 진행 중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사례가 잦다.
제도 운영 방식 역시 허점이 많다. 대학 자율성에만 맡겨져 ‘의무’라기보다 ‘권고사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교육부의 점검과 평가, 불이익 제도가 미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져야 할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받는 중요한 척도다. 특수교육 현장을 책임질 교육기관들이 제도의 본령을 잊고 있다는 지적은 더욱 무겁다.
김문수 의원은 “글로컬대학, 국립대, 특수교사 양성대학, 국립 특수학교 일부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를 사실상 외면했다”며 “교육부 차원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실하게 제도를 준수하는 동료 기관들의 선례를 보고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공공기관이 연간 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한 제도다. 이는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보장, 자립 기반 마련을 위해 도입됐으며, 2025년부터는 기존 1.0%에서 1.1%로 상향됐다.
대전 발달장애인 13% 복지서비스 미이용, 복지 사각지대 여전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전수조사 결과 발표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시급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중 13% 이상이 복지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센터장 박정은)는 26일 ‘발달장애인 복지 사각지대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등록 발달장애인 8,723명 가운데 약 13.5%인 1,182명이 어떠한 복지서비스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러 명의 발달장애인이 함께 거주하면서도 서비스가 단절된 가구가 적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전광역시와 5개 자치구, 대전발달센터가 협력해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행정망 자료를 토대로 복지서비스 미이용자와 다(多)발달장애인 가구, 서비스 대기자 등을 선별한 뒤 유선 확인과 가정방문을 병행했다.
1차 조사에서는 복지서비스 이용이 전혀 없는 다발달장애인 가구를 우선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 가족이 없는 발달장애인 4인 가구를 새롭게 발굴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가구는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올해 2월 진행된 2차 조사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 가운데 약 절반이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달장애인 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며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장애인연금이나 수당만 받고 복지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대상자는 1,182명에 달했다.
대전발달센터는 상담에 동의한 가구에 대해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맞춤형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할 방침이다. 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가구에 대해서도 연 2회 이상 안부 전화를 실시해 생활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시와 자치구와 협력해 2년 주기의 행정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공공·민간 자원을 연계해 돌봄 부담 완화와 지원 체계 강화를 추진한다.
박정은 대전발달센터장은 “복지 사각지대는 단순히 경제적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발달장애인 가족의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 2분기 모니터링] “당사자 목소리·일자리 시각 담아야”
제1기 이용자위원회 위원 5명, 2025년 2분기 기사 검토… 차별 고발·정책 균형 보도 호평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일자리신문 제1기 이용자위원회가 지난 4일 장애인일자리신문 회의실에서 제1회 모니터링 회의를 열고 지난 2분기에 게재된 기사들을 점검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이용자위원회는 독자와 현장의 시각을 편집 방향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구성됐다. 장애인 당사자, 복지·고용 현장 전문가, 지역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기사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매체가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실질적인 독자 중심 보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날 회의에는 장호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이사, 김홍규 전 평택시 복지재단 이사장, 양경석 전 평택시의회 전반기 부의장, 임우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이상택 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 등 5명이 참석해 보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위원들은 2분기 보도가 장애인 복지 분야의 다양성을 고루 담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사가 행사 개최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쳐 독자가 실질적으로 얻어갈 정보가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특히 기관 간 협력을 다룬 기사들에 대해서는 “협력 다짐”이라는 선언에서 멈추지 않고 구체적인 후속 결과까지 추적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자리 의제와의 연결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홍규 전 이사장은 “복지 행사나 기념일 관련 기사도 ‘일자리’와 연결하는 시각을 보태준다면 매체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변화와 정책을 다룬 기사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양경석 전 부의장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용 가능 범위 확대, 와상장애인 항공료 차별 문제 등은 제목만 봐도 독자가 나와 관계있는 정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면서도 “기관 협약이나 포럼 개최 소식은 독자 입장에서 ‘그래서 내 삶에 무엇이 달라지나’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임우근 이사는 현장감 있는 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관의 공식 입장보다 실제 참가한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기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며 당사자 목소리를 기사에 더 적극적으로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상택 센터장도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고용 효과는 어떤지를 구체적인 수치나 사례와 함께 다뤄준다면 전문 매체로서의 깊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세 편을 특히 주목할 만한 보도로 꼽았다.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막… 장애인 일자리 확대 위한 기술 한자리에’는 매체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기사로 평가받았다. AI와 음성·영상 인식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기기 소개, 중증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 정부 당국자 발언을 고루 담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상택 센터장은 “보조공학기기가 실제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독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람회에서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를 심층 취재한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 삶은 내가 결정”…발달장애인, 일률적 탈시설 추진보다 맞춤형 돌봄 구축’은 사회적으로 첨예한 논쟁 사안을 당사자 중심으로 풀어낸 기사로 호평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 내용을 전하면서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 다양한 주거 모델 제안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잘 담았다는 평가다. 양경석 전 부의장은 “선언적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와상장애인 항공료 6배 차별 논란, 인권위 진정 기각에 반발 행정심판 청구’는 이번 달 가장 임팩트 있는 기사로 꼽혔다.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참여를 가로막힌 와상장애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인권위 기각 결정의 근거와 장애인단체 측의 법적 반박을 균형 있게 담아 완결성이 높다는 평가다. 장호철 이사는 “차별이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누군가의 삶을 막아선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위원들은 향후 보도 방향으로 네 가지를 제언했다. 협약·다짐 기사의 이행 결과를 추적하는 후속 보도 체계 마련, 모든 기사에 일자리 연결 고리를 의식하는 편집 방침 수립, 장애인 당사자 인터뷰 확대, 차별·권리 이슈에 대한 심층 보도 강화가 그것이다.
한편, 제1기 이용자위원회는 이번 첫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1년간 활동을 이어간다. 매분기 게재된 기사를 검토하고 편집국에 의견을 전달하는 정기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보도 방향 제언과 독자 관점의 피드백을 꾸준히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용자위원회의 활동을 편집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해 현장과 소통하는 매체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3)] “안전도 지키고 고용도 잡고”… 장애인 신직무 ‘소방 안전 파트너스’ 주목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장애인 채용 결합한 혁신 모델 교보문고 등 선제적 도입… “반복적 점검 직무, 장애인 적합성 높아”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된 ‘소방 안전 파트너스’ 직무가 현장에 안착하며 제도 변화와 기업 수요를 연결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신규 채용 성과를 넘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장애인 일자리 확대 정책을 결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북부지사는 지난해 사업장 내 소방 안전시설을 점검·관리하는 직무인 ‘소방 안전 파트너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총 16명의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채용 인원은 교보문고 7명, 이노위드 9명이다.
이번 직무 개발의 배경에는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강화했다.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5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효율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소규모 또는 비제조 업종 사업장의 경우 전문 인력을 별도로 두기에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북부지사는 이러한 현실에 착안해 기존 안전관리 인력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장 내 소화전·소화기·비상출입구 등 기본적인 소방 안전시설의 점검과 기록 관리, 이상 유무 확인을 전담하는 직무를 설계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안전팀과의 업무 중복, 기존 인력 대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지사는 각 사업장의 인력 구조와 시설 현황을 분석해 역할을 세분화하고, 기존 인력은 법정 점검과 총괄 관리에 집중하도록 조정했다.
직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도 마련됐다. 소방 안전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직무 모형을 설계하고, 맞춤형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했다. 기초 직업 소양 교육에 이어 소방시설 구조 이해, 점검 절차, 안전 수칙 교육 등 현장 중심의 심화 과정이 병행됐다. 훈련 이후에는 지원고용 프로그램과 취업 후 적응 지도가 이어져 근로자의 직무 숙련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참여 기업 입장에서도 제도적 유인이 작용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하던 사업체의 경우, 이번 채용을 통해 의무 고용률을 초과 달성하면서 부담금 면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의무고용을 이행하던 사업체는 고용장려금 증가라는 재정적 효과를 얻는다.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현장에서는 직무 안정성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소방 안전시설 점검은 정기성과 반복성이 뚜렷해 업무 범위가 명확하고, 일정한 매뉴얼에 따라 수행할 수 있어 직무 표준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에게 적합한 근무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직무가 단순 보조 업무에 머물지 않도록 역량 단계별 경력 경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타 업종과 타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안전관리 체계에 맞춘 세부 직무 조정이 요구된다. 셋째, 실제 재해 예방 효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뒤따라야 제도적 설득력이 강화될 수 있다.
경기북부지사는 향후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직무 설명회와 간담회를 확대하고, 참여 기업의 전국 지점으로 채용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단 역시 직무 표준안 고도화와 후속 모니터링을 통해 모델의 안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소방 안전 파트너스’는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구조적 수요와 연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안전관리 강화라는 사회적 과제와 고용 확대라는 정책 목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옥란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다”…천호역서 장애여성 권리 선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사회, 차별금지법 제정·탈시설 확대 촉구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지난 4월 24일 오후 1시 서울 지하철 천호역 3번 출구 앞에서 ‘장애여성 권리 선언대회’와 ‘420 강동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강동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단 등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했으며, 현장에는 장애인과 시민들이 모여 차별 철폐와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8개 단체회원과 590명의 개인회원으로 구성된 연대체로, 장애인의 이동권·생존권·노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요구해 온 단체다. 이들은 무대 발언을 통해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장애인을 바라봐야 한다”며, 사회가 설정해온 ‘정상성’의 기준에 맞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문에서는 장애여성의 복합적 차별 현실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장애여성 고(故) 최옥란 열사의 투쟁이 언급됐다. 최 열사는 2000년대 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과 낮은 급여 수준이 장애인의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고발하며 거리에서 싸웠던 인물이다. 장애여성이자 노점상이었던 그는 생계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사회 의제로 끌어올렸고, 이후 장애인 빈곤 문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논의에 상징적 전환점을 남겼다.
참가자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여성의 삶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선언문은 장애여성의 삶이 장애, 성별, 성정체성, 연령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조건 위에 놓여 있다고 강조하며, 젠더 관점이 배제된 복지·고용·돌봄 정책의 한계를 비판했다. 특히 정치권이 구조적 성차별을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여성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강동구가 전국 자치구 가운데 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곳 중 하나라며, 인권 보장의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례와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탈시설 지원 확대,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피켓과 발언을 통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장애인과 성소수자, 청소년, 이주민, 노동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권리가 연결돼 있음을 역설했다.
주최 측은 “광장의 힘을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며,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지속적 행동을 예고했다. 최옥란 열사가 남긴 생존권 투쟁의 문제 제기가 오늘날 장애여성 권리 선언으로 다시 호명된 이날 집회는, 제도의 개선 없이는 존엄한 삶도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법정기념일 ‘장애인 편의증진의 날’, 인식 넘어 실천으로
제정 취지와 과제 돌아본 가운데 부산시, 제2회 기념행사 개최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매년 4월 10일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장애인 편의증진의 날’이다. 이 기념일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이동과 시설 이용에 제약을 겪는 시민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편의시설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은 공공건물과 교통시설,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기본권 보장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편의증진의 날은 이러한 법적 취지를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상징적 장치다.
그동안 각 지자체와 장애인단체는 기념식을 중심으로 유공자 표창, 편의시설 체험행사, 정책 홍보 활동 등을 진행해 왔다. 휠체어·유모차 체험, 건축 관계자 대상 교육, 시민 참여형 캠페인 등은 비장애인의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해 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념행사가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설치 기준 준수 여부 점검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부산시도 제2회 편의증진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무장애 도시 조성 의지를 밝혔다. 부산시는 28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모두를 위한 편의, 함께 만드는 희망의 세상’을 주제로 제2회 편의증진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부산시가 후원하고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산광역시협회가 주최·주관했으며, 박형준 부산시장과 황재연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을 비롯해 장애인과 가족,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는 편의증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이 수여됐으며, 현장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졌다. 편의시설 촉진대회를 비롯해 휠체어·유모차·캐리어·임산부 체험복 등을 활용한 편의시설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시민 대상 편의시설 퀴즈풀이 행사도 마련됐다. 건축사와 관공서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실무 교육도 병행돼 제도 이해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부산시는 기념행사와 함께 이동권 강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저상버스 이용의 날(버스랑 배프 데이)’은 매주 화요일 교통약자가 저상버스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12월까지 총 160회 진행될 예정이다. ‘부울경 공감여행’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원봉사자가 함께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무장애 관광지를 찾는 사업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12회 운영된다.
박형준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는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도시”라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무장애 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편의증진의 날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사회적 인식을 확장하는 상징적 계기다. 향후 기념일이 홍보 중심을 넘어 실질적 접근성 개선과 정책 점검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방정부의 실행력과 지속적 관리 체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 “장애포괄적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
정책 설계 전 과정에 ‘장애 관점’ 반영…법제화·통계기반 구축이 관건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지난 4월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로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 도입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논의는 단순한 제도 소개를 넘어, 현행 정책 구조가 장애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확장됐다.
장애영향평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집행하는 법령과 정책, 각종 사업이 장애인에게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제도다. 이는 정책 시행 이후 발생하는 차별이나 배제의 문제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의 접근권과 참여권, 정보권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장애인지예산은 재정 운용 전 과정에서 장애인의 관점을 반영해 예산의 형평성과 효과성을 점검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현재 일부 지방정부에서 관련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가 차원의 통합적 기준과 평가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지예산이 단순히 특정 사업 예산을 늘리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예산이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재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단계적 접근을 전제로 한다. 우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자는 것이다. 이후 장애구분통계 체계를 정비하고, 전담 전문조직을 설치해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예산의 도입 경험이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성평등 정책이 법적 근거와 통계 기반을 갖추면서 제도화된 것처럼, 장애 분야 역시 독립적 법률과 전문 인력, 표준화된 지표 체계가 마련되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은 평등법에 근거해 공공기관이 정책 수립 시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고 있으며, 덴마크 역시 장애정책 실행 과정에서 영향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두 사례 모두 법적 의무와 행정 지침,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정책 설계 단계에서 차별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평가 결과의 공개 범위와 시민 참여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발제에 나선 한국법제연구원 장민영 연구위원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관점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영향평가와 예산 제도가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장애구분통계의 부재를 핵심 한계로 꼽았다. “장애 유형과 정도, 지역별·연령별 특성을 반영한 기초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는다면 영향평가 역시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장애 관련 정책은 부처별로 분산돼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 영향 분석이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교통·주거·고용·문화 정책이 각각 개별 부처에서 설계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정보 접근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합 지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정책 사각지대를 낳고,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보완 예산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은 이러한 사후 보완 구조를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과 더불어 평가 결과의 공개, 시민 참여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 복합적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평가가 단순한 행정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독립성과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번 세미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나, 향후 입법 과정과 정부 정책 반영 여부가 실질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권리를 선언적 수준에서 넘어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재정 운용의 기준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 논의는 한국 사회의 정책 패러다임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 3.21%…민간-법정 의무고용률 격차 역대 최소, 그러나 현장 체감은 ‘딴 세상’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비장애인의 절반…통계와 현장 사이 간극은 여전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지난해 말 기준 장애인 고용률이 3.21%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고용 인원도 298,654명으로 7,331명 늘었다. 특히 민간부문의 법정 의무고용률 달성률이 1991년 제도 시행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수치상으로는 뚜렷한 개선세다.
그러나 의무고용 통계 바깥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 같은 해 하반기 기준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 전체의 고용률은 34.5%로, 같은 기간 전체 인구 고용률 63.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무고용 제도 안에서는 목표치 근접을 말하지만 노동시장 전체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비장애인의 절반에 묶여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28일 2024년 장애인 의무고용현황을 발표했다. 조사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 등 총 32,692개소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실시됐다. 민간부문 고용률은 3.03%로 전년 대비 0.04%포인트 올랐으며 법정 의무고용률 3.1%와의 격차는 0.0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1991년 의무고용제도 시행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고용인원 증가분 7,331명 가운데 민간부문이 6,914명을 차지해 전체 고용 증가를 주도했지만 이는 의무고용 대상 전체 상시근로자를 모수로 볼 때 극히 미세한 변동이다. 일반 사업장에서 장애인 동료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뜻이다.
대기업의 고용 개선세도 제도의 경직성을 드러낸다. 1,000인 이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7%로 전년보다 0.09%포인트 상승했으며 2021년 2.73%에서 3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민간 전체 의무고용률 3.1%에는 여전히 0.07%포인트 미달이다.
대기업들이 미달분을 어떻게 채우는지 들여다보면 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기업이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이 2024년 기준 약 4조2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제도 시행 30년이 지난 시점에도 전체 업종의 실제 장애인 고용률이 1.57%에 그친다는 것은 부담금을 내면서도 채용은 최소화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뜻이다.
20대 대기업 중 13곳이 여전히 의무고용률을 맞추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했다. 삼성전자는 약 213억 원, 현대차 96억 원, 대한항공 61억 원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규모는 형식적 고용회피 선택이 단순한 경영 판단을 넘어 재정 규모 있는 기업 전략임을 보여준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도 마찬가지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128곳에 6,117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증장애인 비중이 77.6%에 달해 제도 자체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의무고용 대상 전체 장애인 근로자 29만8,654명과 비교하면 자회사형을 통한 고용은 약 2%에 불과하다. 최소치만 맞추는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은 현장의 회피 패턴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반증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4월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는 의무고용 통계와 현실의 간극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등록장애인 전체 고용률 34.5%는 경제활동참가율 35.9%, 실업률 4.0%와 함께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각각 0.5%포인트 상승했지만 절대수준의 격차는 거의 줄지 않은 상태다.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 인구 범위 장애인 고용률도 49.4%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 장애인은 88만8천 명으로 전년 대비 7천 명 증가했으나 미취업 비경제활동인구는 164만9천 명에 달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은 쉬었음 상태의 인원이 52만 명에 이르며 전년 대비 3만9천 명 증가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취업을 원하지 않는 인구가 아니라 일할 준비는 되어 있으나 기회가 없는 잠재 구직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애인 취업자들이 종사하는 직업과 산업도 극도로 편중되어 있다. 취업자의 33.7%가 단순노무직에, 17.0%가 사무직에, 10.9%가 장치·기계조작 업무에 집중되어 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분야 15.8%, 제조업 13.7%, 공공행정 9.8% 순이다. 이러한 편중은 장애인이 제한된 직종에만 취업 기회를 갖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근로 형태의 변화도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임금근로자가 2만7천 명 증가했고 이 중 상용근로자도 3만 명 증가했으나 자영업자는 1만1천 명 감소했다. 겉보기에는 임금근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지는 않다는 신호다.
공공부문도 평균 수치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공공부문 평균 고용률이 3.9%로 의무고용률 3.8%를 소폭 상회하지만 세부 유형별 격차는 심각하다. 지자체가 5.92%, 공공기관이 4.05%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중앙행정기관은 3.36%, 헌법기관은 2.83%, 교육청은 2.52%에 그쳤다.
이 격차는 단순한 통계 편차가 아니다. 교원 비중이 큰 교육청과 군무원이 주축을 이루는 국방 조직 같은 특정직 공무원이 많은 기관의 고용률이 낮다는 것은 교육과 국방처럼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조직에서 장애인 직원이 구조적으로 보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가 의무를 지킨다는 서술과 달리 학교와 군 조직 같은 현장에서 장애인 동료를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는 뜻이다.
장애인 근로자의 질적 구성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증 장애인 비중은 35.8%, 여성 장애인 비중은 28.7%로 각각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으며 두 지표 모두 5년 연속 상승세다. 이는 의무고용 제도가 취약 집단 포용이라는 본래 목표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개선도 전체 장애인 노동시장의 절대적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고용노동부 권진호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장애인 고용 컨설팅 제공,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와 협력해 정부부문의 장애인 채용을 독려하고, 연계고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 고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적되는 부분은 정책 기조 자체의 방향성이다. 자회사형 규제 완화는 일반 사업장에서의 통합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컨설팅 지원도 기존 제도 범주 내에서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평가다.
의무고용 통계가 3.21%로 목표에 근접해 보이는 동안 실제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선택지는 여전히 극도로 제한적이다. 0.04%포인트의 상승이 만드는 통계적 착시 속에서 장애인 일자리의 질적 전환과 구조적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 직무 개발 방치 기기 관리 통해 보행권 보호·최대 4,584개 일자리 창출 가능성 제시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최근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공유 모빌리티가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라스트마일 이동 수단으로서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이면에는 무질서한 주·정차와 방치 문제, 보행 안전 위협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쌓이고 있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와 유모차 동반 보행자,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침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관리 체계의 보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기기가 점자블록 위나 횡단보도 진입부, 건물 출입구 앞에 방치될 경우 보행 동선이 차단되고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흰지팡이로 감지하기 어려운 각도와 위치에 기기가 세워져 있을 경우 낙상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자체와 운영업체가 수거 및 재배치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나, 도심 전역을 상시 관리하기에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따른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는 ‘공유 모빌리티 안전관리원’이라는 신규 직무를 개발했다. 이 직무는 방치되거나 무단 주차된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를 지정 구역으로 이동시키고, 외관 이상 여부와 작동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 수거 업무에 그치지 않고, 보행 동선 확보와 안전 위험 요소 사전 제거라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직무 설계 과정에서는 업무 강도와 이동 동선, 장비 무게, 의사소통 방식 등을 세분화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동과 운반이 가능하고 반복 업무 수행이 가능한 발달장애인, 그리고 현장 의사소통에 큰 제약이 없는 청각장애인에게 적합성이 높다는 판단이 도출됐다.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2인 1조 근무, 안전 교육, 보호 장비 착용, 활동 구역 사전 지정 등의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됐다.
시범 운영은 인하대학교와 협력해 진행됐다. 경증 청각장애인 1명과 중증 청각장애인 1명을 채용해 캠퍼스 내 공유 모빌리티 기기 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일정 기간 운영 결과, 지정 구역 내 정위치율이 향상되고 보행 불편 민원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인천지사는 분석했다. 직무 적응도와 근무 지속 가능성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발달장애인 2명을 추가 채용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확산 단계에서는 민간 운영사와의 협력도 이뤄졌다. 공유 모빌리티 기업인 지바이크와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추가 고용에 참여하면서 총 3명이 더 채용됐다. 이는 공공기관 주도의 직무 개발이 민간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로, 사회적 가치와 사업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도시 문제 해결과 장애인 고용이라는 두 과제를 결합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나 보호 고용 중심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공유 모빌리티 안전관리원은 급변하는 도시 교통 환경 속에서 실질적 수요가 존재하는 영역을 직무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도시의 질서 회복이라는 공익적 목표와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인천지사는 대학, 공공기관, 대규모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이 모델을 전국 단위로 확산할 경우 최대 4,584개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관별 평균 필요 인력, 운영 구역 규모, 근무 형태 등을 반영한 잠정치로, 향후 참여 기관 수와 계약 구조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현재는 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 간담회, 현장 설명회,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직무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제도적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운영업체와의 비용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해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둘째,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와 보험 체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단기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 조례나 협약을 통한 제도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공유 모빌리티는 이미 도시 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관리 체계가 뒤따르지 못할 경우 편의성은 곧 위험 요소로 전환될 수 있다. 공유 모빌리티 안전관리원 모델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장애인에게 새로운 노동 기회를 제공하는 실험적 시도다. 도시의 보행 안전을 회복하는 일이 곧 포용적 고용 확대와 연결될 수 있는지, 이번 사례의 확산 여부가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