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1)] 국제학생 증가 시대, 장애인 일자리로 답하다… 한남대 ‘국제학생 어드바이저’ 모델의 의미

대학 국제화 수요와 장애인 고용정책 접목
직무 세분화·교육체계 구축으로 지속가능성 모색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장애인 고용 확대와 대학 국제화 수요를 접목한 ‘국제학생 어드바이저’ 직무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직무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업 관계자, 직무 컨설팅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설계됐다.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닌, 국제학생 지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문 직무로 기획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장애인 고용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의무고용제도가 적용되고 있으나, 대학을 포함한 교육·연구 분야에서는 직무 특수성과 업무 구조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장애인 고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행정·연구 지원 분야는 전문성 요구 수준이 높고 업무 분장이 세분화돼 있어, 장애 특성을 반영한 직무 재설계 없이는 고용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다.

국제학생 어드바이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무를 기능 단위로 세분화했다. 주요 업무는 국제학생 대상 교육 콘텐츠 기획·제작, 국제교류팀 행정업무 지원, 교육환경 관리, 교육자료 번역 및 검수 등으로 구성된다. 단순 안내 수준을 넘어, 한국 생활과 대학 제도, 학사 절차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제작하고 이를 다국어로 보완하는 역할까지 포함한다.

직무 설계 과정에서는 장애 유형별 직무 적합성 분석이 병행됐다. 예컨대 문서 기획과 콘텐츠 제작에 강점을 지닌 인력은 교육자료 개발을 맡고, 외국어 역량을 갖춘 인력은 번역·검수 및 국제학생 상담 보조를 담당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업무 매뉴얼과 직무기술서를 별도로 마련해 표준화했으며, 일정 기간 직무 적응 교육을 거친 뒤 현장에 배치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 직무는 역할 단계도 구분했다. 국제학생 교육 기획자, 강사, 번역가, 교육 어시스턴트 등으로 직무를 세분화해 경력 축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기 계약직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직무 숙련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반복적·단순 업무에 한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직무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 측은 국제학생 지원의 질적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학생 증가와 함께 학사 안내 미흡,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행정 절차 이해 부족 등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제학생 어드바이저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전 오리엔테이션 자료 제작, 생활 안내 콘텐츠 보완, 학내 행정 절차 설명 자료의 다국어화 등을 통해 국제학생의 초기 적응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무의 표준화와 성과 측정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학생 만족도, 행정 효율성 개선 여부 등 객관적 지표를 통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 자체 예산에만 의존할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고용 장려금과 연계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타 대학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공유하고, 제도적 지원을 통해 확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향후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직무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다른 대학 및 교육기관으로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일 대학의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교육·연구 산업 전반에서 적용 가능한 장애인 전문 직무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국제화 전략과 장애인 고용 정책을 결합한 이번 시도는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유학생 지원이라는 실질적 수요에 기반해 직무를 설계함으로써 고용의 명분과 현장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날 특집]성인기 발달장애인의 길을 묻다…스포츠가 여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

교육 이후 단절되는 지원체계, 체육활동 기반 고용 연계로 돌파구 모색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이다. 유아기와 학령기에는 특수교육과 치료 지원,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일정 부분 작동하지만 졸업 이후 성인기로 접어들면 지원 체계는 급격히 줄어든다. 교육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많은 가정이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장의 고민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직무 적응과 사회적 관계 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의 배경으로 ‘학교 이후 공백’을 꼽는다. 학령기 동안에는 특수교육과 다양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졸업 이후에는 체계적인 활동 공간이나 직업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장애인복지관과 평생교육기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직업훈련과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촘촘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체육 활동과 고용을 결합한 모델이다. 반복 훈련과 팀 활동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환경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비교적 잘 맞는 영역으로 평가되면서다.

지역에서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라온 장애인 배드민턴부’ 강태경 이사는 “발달장애인에게 운동은 단순한 재활이나 여가를 넘어 일상 리듬을 형성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 직업과 연결될 경우 당사자의 동기와 자존감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이어 “일반 고용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스포츠 활동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 일자리 모델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선수로서 소속감을 갖고 활동하는 경험 자체가 사회적 관계 형성과 생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참여 선수 보호자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선수 보호자 A씨는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출발점이 됐다”며 “직장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의 표정과 생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이후 오히려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루 일과를 스스로 관리하려는 모습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정책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지원 정책이 보호 중심 접근에서 사회 참여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 공간과 소득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와 체육 분야는 반복 훈련과 협력 활동이 가능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비교적 잘 맞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다만 스포츠 기반 고용 모델이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지도자 전문성 강화, 선수의 경력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장기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부모 모임과 지역 커뮤니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모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정책과 제도를 학습한다. 법률 상담이나 직업 정보 탐색, 체육 프로그램 참여 정보 등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비공식적인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문제는 더 이상 개별 가정만의 고민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교육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 지역사회의 포용성까지 좌우하는 사회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스포츠 기반 고용 사례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사회가 함께 설계할 수 있을 때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는 공백의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의 날 맞아 지역사회 소통 확대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병행…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과제도 제기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관 21주년과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23일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단순한 기념식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을 동시에 조명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행사는 황성진 관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황 관장은 “장애인의 날이 하루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가 장애인의 일상과 권리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장에서는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김지환 경위가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최근 메신저 피싱, 개인정보 도용 등 디지털 범죄가 고도화되면서 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장애인과 고령층을 주요 보호 대상으로 분류해 맞춤형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보안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여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행사장 지하 식당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잔칫상’을 주제로 점심이 제공됐고, 3층 강당에서는 예선을 거친 7개 팀이 참여한 노래자랑 무대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무대에 올라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다. 무대에 오른 최예진 씨는 “오늘처럼 일상에 활력이 되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며 “장애인의 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지정된 취지, 즉 재활 의욕 고취와 사회적 인식 제고라는 목표와 연결된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문화·여가 프로그램 접근성, 디지털 정보 격차, 지역별 복지 인프라 편차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단체 활동과 지역사회 경험이 자립 역량 강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체험보다 지속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관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오는 29일 에버랜드로 봄나들이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성인 발달장애인 15명이 참여하며,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 형성과 의사결정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참여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 속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문화·여가 참여가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안정적 예산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또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정보 보호 교육을 정례화하고, 교육 내용과 접근성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취약계층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장애인복지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예산·교육이 함께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기념식, 교육, 문화 활동을 통합해 장애인의 권리와 일상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지역사회 기반 강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시도가 상징적 행사에 머물 위험이 있다는 점도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지역사회 복지관과 행정, 교육 기관 간 연계 모델을 확산해 장애인 참여권과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약자 곁에 선 12년의 기록

장애인 포용 메시지와 실천 남긴 채 영면…한국 사회에도 과제 남겨

<사진=바티칸 CNS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특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기존의 시혜적 접근을 넘어, 존엄과 권리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 천명했다. 2016년 바티칸에서 열린 장애인 관련 국제 행사에서는 “장애를 가진 이들은 교회의 사목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주체”라고 밝히며, 배제와 고립을 구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매년 발표해 온 세계 장애인의 날 메시지에서도 그는 접근성 보장, 교육과 노동 참여 확대, 낙인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는 상징적 언어에 머물지 않았다. 2013년 즉위 직후 이탈리아의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 세족식을 집전하며 입소자들의 발을 씻은 장면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전통적으로 성직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의식을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한 행보였다. 성베드로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아동에게 다가가 포옹하거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가 제단 가까이 다가왔을 때 제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이한 모습 역시 교황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됐다.

국제 사회는 그의 선종 소식에 일제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주요 국가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린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엔 또한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해 온 그의 행보를 기리는 메시지를 냈다.

한국 사회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교황은 한국 방문 당시에도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먼저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며 “교회의 존재 이유를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라고 밝혔다. 한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장애를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 호명한 상징적 지도자였다”며 “그의 메시지가 한국의 이동권·탈시설·고용 정책 논의 속에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장애인 고용 의무제 개선 등 여러 정책 과제를 안고 있다. 제도적 틀은 확대돼 왔지만, 일상 속 차별과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교황이 남긴 ‘가장 약한 이를 중심에 두라’는 메시지는 국내 정책 환경에서도 유효한 질문으로 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은 화려한 권위보다 낮은 자리에서의 실천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포옹과 경청, 직접 발걸음을 옮기는 방식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선종은 한 인물의 생애를 넘어,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의 메시지를 선언이 아닌 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약자를 향한 존중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일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교황의 부재 이후 각 사회의 선택이 주목된다.




장애인 보조견 출입 기준 명확화…이동권 보장 기대 속 보급 현실은 ‘걸음마’

출입 거부 여전·보조견 수 부족…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 과제로

<사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보조견 동반 출입과 관련한 기준을 구체화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령을 시행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의 후속 조치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견 동반 출입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출입 제한이 가능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견의 필요성과 출입 거부 금지에 관한 법적 사항 등을 영상, 교육, 간행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의 수술실이나 무균실, 식품접객업소의 조리장 등 감염 관리와 위생 관리가 필요한 공간에 한해서는 보조견 출입 제한이 가능하도록 명확히 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나 보조견 훈련자 등의 출입을 거부할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여전히 출입 거부 사례가 발생하면서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실제 출입 거부 현황을 들여다보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약 5년간 전국에서 장애인 보조견 출입 거부로 과태료 처분된 사례는 총 18건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적발된 사례만을 의미한다는 점이 문제다. 적발되지 않은 채 용인되는 거부 사례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는 부산 4건, 충남 4건, 서울 3건, 경기 2건으로 집계됐으며 강원, 대구, 대전, 인천, 전남이 각 1건씩 기록됐다. 과태료 처분 건수가 최소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갈등과 거부는 훨씬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사회적 갈등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정비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보조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출입 거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개선과 별개로 국내 보조견 보급 현실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국내 대표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약 30년 동안 총 283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했다. 이론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수치로 보이지만 실제 활동 중인 안내견은 훨씬 적다.

안내견의 은퇴와 세대 교체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실제 활동 중인 안내견은 약 70마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국 시각장애인 인구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이동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중요한 보조 수단인 만큼 보급 확대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현실 개선은 더디다.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데에는 1년 반에서 2년 이상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며 수천만 원 수준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제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국내 보조견 공급은 상당 부분 민간 기관이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과 보급 지원 방안을 강구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표지 발급을 담당하도록 했지만 실제 보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보조견의 종류 역시 안내견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해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각보조견, 지체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견, 발작이나 혈당 변화를 감지하는 의료대응견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견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보조견 제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보조견 제도가 실제 이동권 보장으로 이어지려면 교통 인프라 전체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보조견 동반 출입이 대중교통과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인프라 현황은 여전히 미흡하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대표적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7.8%로 목표 42.0%에 크게 미달했다. 2023년 기준으로도 전남 20.3%, 충남 21.7%, 경북 22.7%로 지역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이 2021년 기준 65.6%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역별 이동권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별교통수단도 부족하다. 2021년 기준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운행 대수는 전국 4,074대로 법정 기준 4,738대의 86.0%에 불과했다. 2023년 기준 지역별 도입률도 경북 78%, 전남 85.5%, 충남 86.8%으로 여전히 목표에 미달하는 지역이 많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도 서울시 2021년 기준 22개에 달했으며 2022년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초 인프라의 부족 속에서 보조견 제도만의 확대로는 장애인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보조견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 인프라 전반의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보조견 제도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법적 기준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보조견 양성 확대와 공공 지원 체계 구축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장애인단체 정책 제안 수렴…“대선 공약에 반영” 약속

9개 단체 참여 ‘정책 제안 페스티벌’ 개최…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표준사업장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요구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는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1대 대선 장애인 정책 제안 페스티벌’을 열고 장애인단체와 활동가들의 정책 제안을 청취했다. 이날 행사에는 9개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용, 소득, 자립생활, 권리보장 등 분야별 과제를 제시했다.

행사를 주최한 서미화 의원은 “다가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는 장애인의 권리가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오늘 제안된 의제가 당 공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접수된 제안은 정책위원회와 공약기획단 검토를 거쳐 대선 공약 반영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 분야에서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측은 장애인표준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표준사업장 지원 기준 강화와 장기 고용 유인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민간기업의 법정 고용률 미달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상당수 기업이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 일자리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별도 입법을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 공공일자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단기 일자리 제공을 넘어 직무 설계와 임금 체계 개선을 포함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자립 기반 강화를 위해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5만 개 확대’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표준사업장 의무 설치를 제안했다. 부모연대는 “성인기 이후 선택 가능한 일자리 모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고용모델 구축을 요구했다.

정치권의 화답도 이어졌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장애 당사자의 요구를 구체적 제도와 법으로 연결하는 것이 정치의 책무”라며 “차별 없는 사회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제안된 정책들이 실제 공약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 방안과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고용 확대 정책은 기업 부담 증가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시행과 인센티브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공공일자리 확대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분담 구조에 대한 협의도 과제로 남는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0)] 단순 고용 넘어 ‘직무 분절’의 마법으로… 의료 현장 바꾼 메디컬패커의 혁신

병원 물류 공정 분리한 ‘메디컬패커’ 모델,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기준 제시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의 운영 지원을 맡고 있는 ㈜평화아름은 최근 ‘메디컬패커(Medical Packer)’ 직무를 도입해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현장에 적용했다. 해당 직무는 거즈, 붕대, 면봉 등 의료 소모품을 규격과 진료과 수요에 맞춰 분류·포장하는 업무로, 기존에는 간호사나 의료기사들이 진료 준비 과정에서 병행해왔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진료 전 준비 과정에서 반복되는 소모품 분류와 확인 업무가 누적되면서 현장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전담 인력이 배치된 이후 준비 시간이 단축되고 업무 집중도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부천 지역의 부천성모병원 역시 시범 도입 이후 동일 공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직무 분절(Job Carving)’이다. 의료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높은 정확성과 반복 숙련을 요구하는 공정을 별도 직무로 분리한 것이다. 직무 설계 과정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무지도원과 외부 컨설팅 기관이 참여해 작업 동선, 위생 기준, 멸균 확인 절차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발달장애 근로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과 기호 중심의 매뉴얼을 제작했고, 작업대는 물품 혼입을 방지하도록 구획화했다.

현재 해당 직무에는 총 4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투입돼 있다. 이들은 의료진이 사전에 입력한 수요 리스트에 따라 물품을 분류·패키징하고, 이중 확인 절차를 거쳐 공급한다. 병원 측은 내부 점검 결과, 도입 이전 대비 소모품 준비 시간이 평균 수십 분 단축됐다고 밝혔다. 간호사 1인당 준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환자 상담과 처치 준비에 투입 가능한 시간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현장 간호사 A씨는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들면서 응급 상황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 감염관리팀은 “외부 인력이 의료 공간에 투입되는 만큼 위생과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정기 교육과 점검을 병행하지 않으면 모델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공유가치 창출(CSV)’ 관점에서 해석한다. 기업의 본업과 장애인 고용을 분리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생산 공정의 일부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의료기관의 규모, 진료과 구성, 물류 시스템에 따라 직무 설계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초기 컨설팅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인력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조 공정의 효율화는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간호 인력의 이직률과 업무 과중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으며, 단순 보조 업무의 분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메디컬패커 모델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와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정책 과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셈이다.

㈜평화아름은 향후 의료 폐기물 분류 보조, 외래 안내 지원 등으로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직무 확장은 안전성 검증과 책임 소재 명확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병원 측의 입장이다.




[장애인의날 특집]장애는 불가능이 아닌 불편함… 여전한 편견, 바뀌는가

장애는 불편함일 뿐인가… 통계와 현장이 보여준 ‘보이지 않는 차별’

<사진= AI Gamma 생성 이미지>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4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모 씨(31·서울)는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면접에서 겪은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필기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들었지만 면접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면접관 중 누구도 그의 이동 편의를 묻지 않았고, 보조기구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

김 씨의 경험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2023년 장애인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34.8%가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9.9%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 모두 차별의 실재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분야의 차별 인식은 특히 두드러진다. 보육·초등교육 단계에서의 배제 경험이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며, 통합교육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도 현장의 실행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 현장의 구조적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3년 실시한 구인광고 실태조사 결과, 온라인 채용 공고를 낸 455개 기업 중 93.8%가 장애인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요소를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93.8%)·학력 제한(87.8%)은 물론, 면접·시험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98.9%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팀 이모 조사관은 “명시적 차별보다 구조적 장벽이 더 문제”라며 “채용 단계에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대부분 기업이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인천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는 필기 고득점 중증장애인 응시자가 면접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면접위원단에 장애 이해 교육이 사전에 제공되지 않았고, 해당 응시자의 장애 특성에 맞는 편의 제공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수원지방법원은 2024년 1월 원고 청구를 기각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면접 과정의 구조적 문제가 공론화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소송 이후 편의 제공 대상 응시자 식별 방식을 개선하고, ‘미흡’ 평가자에 대한 추가 면접 기준을 신설했다. 해당 응시자는 2024년 재응시 끝에 최종 합격했다.

인천시교육청 인사담당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면접위원 사전 교육과 편의 제공 절차를 전면 재검토했다”며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채용·교육·이동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적 의무 이행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장애인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전후로 장애 관련 보도가 집중되는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일 년에 한 번 주목받고 사라지는 구조로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 편의시설 확충, 인식개선 교육이 연중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37.3%로 비장애인(63.3%)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무고용제도와 직업재활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9)] 매장 관리의 ‘조연’에서 고객 경험의 ‘주역’으로… 장애인 직무 재설계가 가져온 유통 현장의 변화

통신 매장의 단순 보조 업무를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로 전문화한 케이티아이에스의 실험
직무 분화 전략을 통한 상생 모델의 가능성과 과제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인력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부수적인 업무들을 정밀하게 타격해 독립된 전문 직무로 분리시킨 직무 분화 전략에 있다. 통신 매장의 판매 사원들은 그동안 고객 상담과 개통이라는 핵심 영업 활동 외에도 시연 단말기 소독, 홍보물 정비, 액정 보호 필름 교체 등 수많은 잔무에 노출되어 왔다. 케이티아이에스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해 이 현장 업무 전반을 해부했고, 이 중 세밀한 관리와 반복적 집중력이 요구되는 영역을 추출해 중증장애인에게 최적화된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라는 새 명칭을 부여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해 쉬운 일을 찾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매장의 고객 경험 품질을 관리하는 별도의 전문 섹션을 구성한 것에 가깝다.

실제로 수도권 매장에 배치된 13명의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은 매장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쇼케이스 관리와 고객 체험 환경 유지를 전담하며 영업 현장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고무적이다. 판매 인력들이 온전히 상담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객 응대 대기 시간이 단축되는 실질적인 운영 효율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 기술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에게 액정 필름 교체나 단말기 조작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교감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낳고 있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비용 지출이나 사회적 부채를 탕감하는 수단이 아니라, 매장 운영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가 일회성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표준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직무 분화가 자칫 직무 고착화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라는 직무가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무를 경우, 해당 근로자들의 승진이나 직무 확장 경로가 차단되어 조직 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섬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단위의 매장 확산 과정에서 지역별 매장 규모에 따른 인력 배치 불균형과 인건비 구조의 적정성 확보 등 현실적인 경영 지표와의 정교한 조율도 필수적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8)] 장애인 고용과 ESG의 접점, 엔씨소프트서비스 ‘그린플레이어’의 가능성과 과제

다회용 컵 관리 직무로 50명 채용
친환경 경영과 직무 설계의 구조적 성과, 확산 위한 조건은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더 이상 법적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입증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씨소프트서비스가 도입한 ‘그린플레이어’ 직무는 장애인 일자리와 친환경 경영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로, 사내 복지와 시설 관리, 서비스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그린플레이어’는 사내 다회용 컵의 수거, 세척, 재배치, 배송을 전담하고 커피머신의 원두 보충과 위생 관리, 기기 점검을 수행하는 직무다. 단순 지원 업무를 넘어 사내 친환경 시스템 운영의 핵심 축을 맡는 구조다.

이 직무의 배경에는 기업 내 일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이 있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주요 경영 과제로 부상하면서 다회용 컵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전담 인력이 없다면 정책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이 지점에서 장애인 고용과 환경 관리 업무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 보조직이 아닌 ‘환경 관리 운영 직무’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직무 설계 과정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회사는 직무디자인 전담팀을 구성해 장애 유형별 수행 가능 업무를 분석하고, 업무 단계를 세분화했다. 수거, 세척, 건조, 재배치, 점검 등 공정을 나누고 표준화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는 현장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직무를 단순히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 체계와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다는 점도 구조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직무로 근무하는 장애인은 50명 규모다.

그린플레이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장애인 고용의 직무 영역 확장이다. 기존 장애인 일자리가 사무 보조, 단순 제조, 청소 직무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사례는 환경 관리와 사내 서비스 운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제시한다. 둘째, ESG 경영과의 결합이다. 친환경 시스템 유지라는 기업 전략 과제를 장애인 고용과 연결함으로써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 구조로 설계했다. 셋째, 조직문화 변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협업하며 환경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은 포용적 조직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완 과제도 분명하다. 다회용 컵 세척과 물류 업무에는 일정 수준의 물리적 강도가 수반될 수 있다. 장애 유형에 따른 세밀한 직무 배치와 작업 보조 장비 도입, 안전 관리 체계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 근속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반복 작업 중심의 업무 구조는 직무 만족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업무 로테이션, 숙련도에 따른 역할 확대, 환경 관리 데이터 분석 등 상위 직무로의 확장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산 가능성도 관건이다. 다회용 컵 관리 시스템은 대기업 사옥이나 복합 오피스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려면 공동 세척 시스템 구축, 지역 단위 순환 모델 도입 등 구조적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과 친환경 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연계될 때, 이러한 모델은 더욱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서비스의 그린플레이어는 장애인 고용을 비용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재해석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친환경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50명의 장애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모델이 일회성 사례에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무 고도화, 안전 체계 강화, 경력 개발 경로 마련이라는 과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