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1)] 국제학생 증가 시대, 장애인 일자리로 답하다… 한남대 ‘국제학생 어드바이저’ 모델의 의미
대학 국제화 수요와 장애인 고용정책 접목
직무 세분화·교육체계 구축으로 지속가능성 모색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확산으로 한국 유학을 선택하는 외국인 학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최근 10여 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 왔으며, 정부는 ‘Study Korea 300K’ 정책을 통해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의 국제화 전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학생의 학업·생활 적응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인력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장애인 고용 확대와 대학 국제화 수요를 접목한 ‘국제학생 어드바이저’ 직무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직무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업 관계자, 직무 컨설팅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설계됐다.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닌, 국제학생 지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문 직무로 기획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장애인 고용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의무고용제도가 적용되고 있으나, 대학을 포함한 교육·연구 분야에서는 직무 특수성과 업무 구조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장애인 고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행정·연구 지원 분야는 전문성 요구 수준이 높고 업무 분장이 세분화돼 있어, 장애 특성을 반영한 직무 재설계 없이는 고용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다.
국제학생 어드바이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무를 기능 단위로 세분화했다. 주요 업무는 국제학생 대상 교육 콘텐츠 기획·제작, 국제교류팀 행정업무 지원, 교육환경 관리, 교육자료 번역 및 검수 등으로 구성된다. 단순 안내 수준을 넘어, 한국 생활과 대학 제도, 학사 절차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제작하고 이를 다국어로 보완하는 역할까지 포함한다.
직무 설계 과정에서는 장애 유형별 직무 적합성 분석이 병행됐다. 예컨대 문서 기획과 콘텐츠 제작에 강점을 지닌 인력은 교육자료 개발을 맡고, 외국어 역량을 갖춘 인력은 번역·검수 및 국제학생 상담 보조를 담당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업무 매뉴얼과 직무기술서를 별도로 마련해 표준화했으며, 일정 기간 직무 적응 교육을 거친 뒤 현장에 배치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 직무는 역할 단계도 구분했다. 국제학생 교육 기획자, 강사, 번역가, 교육 어시스턴트 등으로 직무를 세분화해 경력 축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기 계약직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직무 숙련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반복적·단순 업무에 한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직무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 측은 국제학생 지원의 질적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학생 증가와 함께 학사 안내 미흡,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행정 절차 이해 부족 등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제학생 어드바이저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전 오리엔테이션 자료 제작, 생활 안내 콘텐츠 보완, 학내 행정 절차 설명 자료의 다국어화 등을 통해 국제학생의 초기 적응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무의 표준화와 성과 측정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학생 만족도, 행정 효율성 개선 여부 등 객관적 지표를 통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 자체 예산에만 의존할 경우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고용 장려금과 연계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타 대학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공유하고, 제도적 지원을 통해 확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향후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직무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다른 대학 및 교육기관으로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일 대학의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교육·연구 산업 전반에서 적용 가능한 장애인 전문 직무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국제화 전략과 장애인 고용 정책을 결합한 이번 시도는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유학생 지원이라는 실질적 수요에 기반해 직무를 설계함으로써 고용의 명분과 현장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이 의무 이행 차원을 넘어 전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그리고 국제학생 지원의 질적 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운영 결과에 달려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새로운 산업 수요와 만날 때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