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애인고용공단 사업 키워드는 ‘체감형 지원’·‘규제 혁파’

구직촉진수당 인상·현장훈련수당 통합…중소기업 장려금 신설에 부담금 이의신청도 도입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월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6년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내놓은 2026년 주요 사업 계획의 핵심은 한마디로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더 두터운 소득 안전망을, 기업에는 더 쉬운 고용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데 맞춰져 있다. 지원의 체감도를 높이면서도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현장의 실제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방향성이 곳곳에서 읽힌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6년 사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달라지는 사업들을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장애인 구직자와 훈련생을 향한 보상 체계가 한층 두꺼워진다.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의 구직촉진수당은 기존 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된다. 구직 기간 동안 지출이 불가피한 교통비, 식비, 면접 준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단순한 금액 상향을 넘어 구직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원고용 현장훈련 수당 개편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훈련비와 훈련준비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면서 구조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통합해 1일 3만5천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행정 절차를 단순화해 참여 문턱을 낮추고, 현장훈련의 본래 목적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새로 도입되는 ‘전환성공지원금’은 직업재활시설 등 보호된 환경에서 일반 고용시장으로 옮겨가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최대 60만원을 지원한다. 공단의 지원이 훈련과 취업 연계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고용으로의 이동이라는 질적 목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도 한 단계 들어선다. 공단은 AI 잡케어를 활용한 심층 상담을 정식 운영해 데이터 기반 직무 매칭을 강화한다. 장애인 고용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직무 부적응 문제를 완화하려면 입사 전후의 적합도 진단과 사후 관리가 관건인데, 공단은 AI 기반 도구를 통해 상담과 매칭의 정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지원책은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은 50인 이상 99인 이하 기업을 겨냥해 중증장애인 채용 시 1인당 최대 연 540만원 수준의 장려금을 제공한다.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용과 운영 부담을 이유로 망설였던 중소·중견 규모 기업에 실질적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원은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강조한다. 무상지원금 예산을 590억원 규모로 늘리는 동시에, 기존에 창업 예정자 중심으로 제한됐던 홍보·마케팅 지원을 모든 표준사업장으로 확대한다. 표준사업장을 일자리 제공 모델에만 묶어두지 않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사업체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업의 행정 부담을 덜기 위한 절차 개선도 포함됐다. 고용부담금 이의신청 절차가 새로 마련되고, 연체료 부과 방식은 월 단위에서 일 단위로 조정된다. 납부 지연에 따른 부담을 더 세밀하게 반영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납부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제도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도 병행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의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결과 보고가 의무화되고, 명단 공표 과정에서는 장애인 고용 ‘0명’ 기관을 별도로 구분해 공개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형식적 이행을 줄이고, 고용 의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장애인 통합돌봄 시행 앞두고 준비 속도…국민연금 인력 보강은 긍정 신호

조사 체계 강화 성과 속 지자체 격차·현장 연계 미흡은 과제로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전면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와 공공기관의 준비 상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제도 설계와 핵심 기능 구축은 일정 수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지역별 실행력과 현장 연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통합돌봄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 거주 지역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받도록 하는 제도로, 오는 3월 27일부터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기본 틀을 정비했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운영 체계를 구축해 왔다.

국민연금공단은 통합돌봄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전담 인력 20명을 신규 채용해 장애인 조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통합돌봄 거점지사와 본부에 배치돼 지자체가 선정한 대상 장애인을 직접 방문 조사하고, 그 결과를 개별 서비스 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를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돌봄의 출발점인 대상자 조사 단계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높이려는 조치이다.

반면 통합돌봄의 실질적 운영 주체인 지자체의 준비 상황은 지역별 편차가 적지 않다. 일부 지자체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력과 조직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거나 의료·돌봄·주거 서비스 간 연계 체계가 미흡한 곳도 있다. 이 경우 통합돌봄이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제도 안내와 현장 종사자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이용자와 현장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2026년 사회복지계 신년 인사회에서 “정부는 사회복지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종사자들이 전문성과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통합돌봄과 그냥드림 사업이 본격 확산하는 올해 사회복지계의 역할을 더욱 기대한다”며, 통합돌봄을 포함한 복지 정책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준비 상황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인력과 예산, 운영 경험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공단의 전담 인력 배치처럼 기능별 역할을 명확히 하는 준비는 긍정적이지만, 통합돌봄의 성패는 결국 지역 현장에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뒷받침할 핵심 제도로 꼽힌다. 시행일을 앞둔 지금,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점검하며 제도의 빈틈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시정 권고는 요식행위였나”… 스타벅스 장애인 차별 5년째 ‘방치’

인권위, 스타벅스 ‘반쪽 이행계획’ 덜컥 승인… 2년 넘도록 현장 이행 전무
장추련 “인권위 무책임에 차별 고착화… 공식 사과와 시정조치 요구”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차별 시정 엉터리 이행계획 승인, 국가인권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사진=유튜브 채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갈무리>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스타벅스의 드라이브스루(DT) 장애인 차별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하며 강력한 항의에 나섰다. 차별 시정 재결이 내려진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스타벅스의 이행은 전무하며, 감독 기관인 인권위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스타벅스 DT 서비스의 청각·언어장애인 접근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째 법적 다툼과 단체 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벅스 DT 시스템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말로 주문하는 방식 위주로 운영되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됐다. 이에 장추련은 2021년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초 인권위는 스타벅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주차 후 매장 이용이나 스마트폰 앱 사전 주문 등의 대체 수단이 있다”며 그해 8월 진정을 기각했다. 하지만 장추련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3년 9월 행정심판위원회는 인권위의 기각 결정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당시 행정심판위는 “스마트폰 앱 주문 등은 DT 본래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 대체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매출 1위 기업인 스타벅스가 화상 수어 서비스나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경영상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명시했다.

문제는 재결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했다. 행심위 결정에 따라 스타벅스는 2024년 1월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장추련 확인 결과 해당 계획에는 언어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설치 등이 빠진 채 청각장애인용 화상 수어 서비스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 같은 ‘반쪽짜리’ 계획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후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거세다. 이행계획 승인 후 2년이 경과한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스타벅스 현장에서는 시정 권고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추련 측은 “인권위가 권고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예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진정인에게 이행 계획에 대한 안내조차 하지 않는 등 철저히 장애인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옹호 단체들은 조만간 인권위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권위에 엉터리 이행계획 승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시정조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장추련 관계자는 “연 매출 수조 원을 기록하는 거대 기업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가 이를 묵인하는 사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은 5년째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 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5) 경계선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

2026년 200명 대상 직업역량 강화
취업지원 제도 연계도 추진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는 인지와 적응 능력의 한계로 취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경계선지능청년을 대상으로 직업역량 강화와 구직 연계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계선지능청년은 지능지수(IQ) 71~84 수준으로 지적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학습과 사회적 적응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다. 전체 인구의 약 13.6%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경계선지능청년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범사업과 개별 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돼 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년재단,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해 진로상담, 기초 직무교육, 직장예절 교육, 현장 직무체험 등을 결합한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며, 일부 사업에서는 기업 인턴십이나 현장 실습을 통해 실제 업무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한 단기·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됐다.

이번에 신설되는 사업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만 20세부터 39세까지의 경계선지능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기초소양 교육과 구직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위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대상자 발굴과 상담, 프로그램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참여수당으로 1인당 20만 원이 지급된다. 또한 프로그램 이수 후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등 기존 고용지원 정책과 연계해 단계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경계선지능청년의 직업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단기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 구조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사업 시행 시점은 2026년 3월로 잠정 계획돼 있으며, 향후 운영 성과에 따라 확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강화 장애인시설 성폭력 파문… 장애인단체, “즉각 폐쇄” 촉구

여성 장애인 19명 수년간 성학대 의혹 “행정 방치가 키운 구조적 참사”

색동원 전경 <사진=색동원 홈페이지>

인천 강화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장이 입소 장애인들을 수년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장애인단체들이 시설 즉각 폐쇄와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강화군 색동원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실태를 규탄하며 인천시와 강화군의 결단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보도와 대책위에 따르면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색동원 시설장 A씨는 입소 여성 장애인 19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행과 강제추행 등 성적 학대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30대에서 60대 사이의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이 가운데 13명은 연고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연구팀의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A씨가 흉기를 동원해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방과 소파 등 시설 곳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담겼다. 피해자들은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언어적 표현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시설이라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상대로 한 권력형 범죄이자 관리 감독이 작동하지 않은 제도적 학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시설 직원들이 장기간 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행정 당국의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대책위는 강화군이 심층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도 즉각적인 행정처분을 미루고, 인천시와 보건복지부에 보고를 누락하는 등 사건 은폐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처분을 늦추는 데 대해 대책위는 사법 판단과 행정 책임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미 인권 침해 실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만큼 시설 즉각 폐쇄와 법인 설립 허가 취소가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인천시와 강화군에 색동원 시설 폐쇄,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 취소, 남성 거주인 추가 심층조사, 거주인 전원에 대한 자립 지원과 피해 회복 조치 시행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행정이 방치한 구조적 인권 참사”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뉴스] 경계선지능청년 취업지원 사업 소개




인천 색동원과 안성 장애인 시설 사건이 드러낸 ‘가면 뒤의 복지’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성폭력, 처벌 뒤에 남은 구조적 공백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인천 강화군의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며, 장애인시설 내부 성폭력의 실태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 입소했거나 과거 거주했던 여성 중증장애인 19명이 원장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자였다. 이들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6년까지 시설에 거주하며 가해자에게 장기간 노출돼 있었다.

피해자들은 방과 소파, 시설 내 카페 등 구체적인 범행 장소를 지목했고, 다른 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거나 신체 동작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사례도 포함됐다. 일부 피해자는 시설 원장을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보호자의 가면을 쓰고 저지르는 범죄가 얼마나 큰 배신감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수사에 착수했으나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의 요구로 강화군이 대학 연구팀에 조사를 의뢰한 후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다. 그러나 군이 이를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피해 규모와 실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경기도 안성의 장애인시설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1심 판단이 내려졌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해당 시설 종사자가 입소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함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7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시설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며 피해자를 보호·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정신적 장애로 항거가 어려운 상태를 이용해 2022년 6월 수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범행 장소는 시설 내부 화장실과 차량 등 일상적인 공간이었으며, 이는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안성 사건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당 시설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는 현행 시설 평가 제도가 거주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보다는 서류 중심의 행정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색동원 사건과 안성 판결은 장애인시설 성폭력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폐쇄적인 운영 구조와 형식적인 관리·감독 속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내부 종사자 본인이 내부를 감시하는 체계, 외부 감시의 부재, 피해자의 의사 표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고·조사 시스템은 범죄를 장기간 은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과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성폭력이나 중대 학대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최우수 등급 박탈과 시설 폐쇄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변호사와 인권 전문가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민관 합동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 느린 학습자 일자리 물꼬 튼다…고용부, 전용 지원사업 첫 가동

IQ 71~84 “지원은 필요하지만 제도 밖” 지적 반영…
4주 이상 직무기초 프로그램 뒤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으로 연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주요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와 함께 내년도 일자리 전망과 청년층 고용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일자리 정책 방향을 보완하기 위해 ‘고용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지능지수(IQ) 71~84 범위의 ‘경계선지능인’, 일명 느린 학습자 청년을 위한 전용 취업지원 사업이 올해 처음 신설된다. IQ 70 이하인 지적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평균 대비 낮은 지적 기능으로 인지·학습·사회적 적응 능력이 제한될 수 있어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집단을, 기존 고용서비스 체계 안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경계선지능청년취업지원 사업’에 참여할 광역자치단체를 오는 30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최근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 조례가 80개 이상으로 확대되고 관련 법안 논의도 이어지는 등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을 이번 사업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그동안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일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사업이나 관계부처의 진단·상담 등 복지적 접근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사업은 경계선지능청년의 학습 속도, 정서 지원 등 특성과 욕구를 고려해 취업 준비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이후 노동시장 진입과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지원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장애 기준에는 미달해 제도 밖에 머무는’ 사각지대를, 고용정책 영역에서 메우겠다는 의미다.

지원 대상은 18~39살 경계선 지능 청년이며, 주요 지원 내용은 참여자 참여수당과 지자체 사업비 지급이다. 사업은 공모를 통한 지자체 선정, 운영기관 선정 및 사업비 교부, 참여자 발굴·모집, 상담 및 지역·참여자 특성을 반영한 기초소양·구직기술 습득 프로그램 운영, 평가·정산 순으로 진행된다. 예산 흐름은 고용노동부가 지자체에 교부하고, 지자체가 운영기관에 사업비를 내려 운영기관이 참여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구조다.

핵심은 ‘단기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도록 한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프로그램 종료 뒤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등 기존 고용서비스로 연계해 지속적인 취업 지원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계선지능청년이 별도 트랙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고용정책 체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취약계층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을 신설하는 등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는 장치를 마련했고, 저소득층 장애인 등을 포함한 구직자의 취업 준비 기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촉진수당 인상 등 제도 보완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경계선 지능청년이 기존 고용 정책 체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아울러 사업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확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설명했다.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확산…충북 ‘일하는 밥퍼’, 고령화와 일손 부족 해법 제시

전국 지자체 공공·복지형 일자리 운영 속 충북도, 노인·장애인 사회참여 모델로 주목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의 특성과 지역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충청북도의 ‘일하는 밥퍼’ 사업이 고령화와 지역 일손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 14일 기준 ‘일하는 밥퍼’ 사업의 누적 참여 인원이 4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30만 명을 달성한 이후 두 달 만에 10만 명이 추가로 참여한 것으로, 사업 초기 10만 명 달성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참여 증가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이 사업은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이 자발적 봉사활동 형태로 농산물 손질, 공산품 단순 조립 등 소일거리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활동비를 지급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충북도는 도내 전 시·군에 걸쳐 경로당과 작업장을 확대하고, 기업과 농가, 소상공인과 협력해 일감을 확보해 왔다. 현재 11개 시·군 170개소에서 사업이 운영 중이며, 민간 기부와 후원이 더해지면서 관 주도 사업을 넘어 민·관 협력형 복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도는 향후 작업장을 추가 개소해 지역 간 참여 기회를 고르게 보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른 지자체들도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공공 영역에서의 고용 기회를 넓히고 있다. 전라남도는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공공·복지 분야 직무를 세분화한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일반형·복지형·특화형 일자리로 구분해 행정 보조, 복지서비스 지원, 장애 유형별 특화 업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와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충북도의 ‘일하는 밥퍼’ 사업이 다른 지자체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과 비교해 지역 특성을 적극 반영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농업과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지역 구조를 활용해 일손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노인과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일하는 밥퍼 참여자 40만 명 돌파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어르신과 장애인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고령화와 장애인 고용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자체 주도의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지역 여건에 맞는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충청북도의 ‘일하는 밥퍼’는 복지와 경제를 결합한 지역형 일자리 모델로, 향후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7) 서울재활병원, 재활 이후의 삶까지 잇다

의료사회복지사와 일자리 지원기관 협력으로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길 열어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서울재활병원이 재활 치료 이후의 삶까지 포괄하는 지원 모델을 통해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자립을 돕고 있다.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뇌졸중과 척수손상 등으로 중도장애를 입은 환자들과 장애등록 이전 단계부터 함께하며 재활 이후의 삶을 설계해 왔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발병 이전의 직업과 퇴원 이후의 삶에 대해 묻고, 재활의 목표를 일상 회복에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로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발병 이후 약 6개월간 이어지는 재활의 골든타임이 장애등록 이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상 장애인 고용서비스는 장애등록 이후에만 제공돼, 이 시기는 사회복귀 관점에서 지원의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윤 의료사회복지사는 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원 이후 낮병동 통원치료 단계까지 환자를 추적 관리하며, 장애등록이 완료되는 즉시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취업 상담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의 결과로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장애인 인턴 취업 사례가 나왔다. 발병 전 편의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A씨는 재활치료를 마친 뒤에도 기능 회복을 이어가며 “다시 내 힘으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장애등록 직후 센터와의 상담이 진행됐고, 직업 상담과 취업 알선을 거쳐 공공기관 사무직 인턴으로 채용됐다. 병원과 일자리 지원기관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였다.

센터는 이러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재활병원 1층과 5층 엘리베이터 옆에 홍보용 LED 광고를 게시했다. 치료 중인 환자와 보호자가 자연스럽게 취업 정보를 접하고, 회복 이후의 삶을 미리 그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은 중도장애인에게 사회로 나아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라며 “병원에서 조금만 더 정보 제공과 연계가 이뤄진다면 퇴원 이후에도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재활의 목표는 집으로 돌아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 잡고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는 데 있다.

윤종민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취업지원팀 대리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재활병원과 협력해 재활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연계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맞춤형 상담과 다양한 취업 정보 제공을 통해 중도장애인의 자립적인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회복의 여정 한가운데에는, 치료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려는 의료사회복지사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제도와 현장을 잇는 작은 실천이 중도장애인의 내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