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장애인 고용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단순 지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경기·전남·경북 등 지자체별 역대 최대 예산 투입과 법정 고용률 상회하는 공격적 채용 정책 분석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3월에 접어들 국내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발표한 장애인 일자리 시행계획에는 공통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지방 재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되었으며, 정책의 지향점 또한 단순한 소득 보조 차원을 넘어 전문 직무 개발과 권리 옹호라는 능동적 자립 설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을 사회적 수혜자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경기도의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도는 올해 장애인 일자리 예산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2,353억 원을 편성하며 1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예산을 최우선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일자리가 곧 최상의 복지라는 정책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공공기관 법정 의무 고용률인 3.8%를 상회하는 5%의 자체 목표를 수립하고, 장애 청년 인턴제를 확대 시행함으로써 공공부문이 민간 시장의 고용을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자처한다.

경상북도교육청 역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파격적인 채용 수치를 제시하였다. 올해 신규 지방공무원 임용 시험에서 장애인 선발 비율을 법정 기준의 두 배가 넘는 8%로 설정한 것은 공직 진출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실천적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수치 중심의 성장은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직무의 전문화와 결합하며 정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전라남도는 올해 문화예술, 인식개선, 권익증진 등 장애 특성을 반영한 11개 맞춤형 신규 직무를 도입하며, 중증 장애인이 동료의 자립을 돕는 상담가로 활동하거나 지역사회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였다.

이번 기획 취재를 통해 확인된 2026년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시행 중인 기회수당과 같이 훈련 단계부터 안정적인 소득을 지원하고, 이를 전문 직무 교육과 취업으로 연결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는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된다. 다만 이러한 공공부문의 노력이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발된 직무들이 민간 기업의 채용 수요와 맞물릴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한 인센티브 제도 보완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2026년 3월에 나타난 장애인 일자리 동향은 지자체들이 법적 의무라는 소극적 테두리를 벗어나,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 정주 여건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각 지역에서 시작된 역대 최대 규모의 고용 실험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넘어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산 없다”며 수어통역 거부한 학교… 인권위 “차별”

방송통신중학교 청각장애 학생에 통역 제공 의무 외면… 자녀가 대신 통역 나서

<사진=Unsplash>

국가인권위원회는 모 학교(피진정학교)가 청각장애 학생에게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학교장과 관할 교육청에 편의 제공 및 예산 지원을 권고했다고 2월 6일 밝혔다.

진정은 수어통역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제기했다. 농인인 피해자는 피진정학교 입학 전부터 학교 측과 교육청에 수어 통역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학교 측은 통역사를 당사자가 직접 구해 데려오라고 안내했다.

출석 수업은 격주 일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교시로 진행된다.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을 합산해 전체 수업일의 3분의 2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구조로, 수어 통역 없이는 수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피해자는 결국 수어를 할 수 있는 자녀를 매번 데리고 출석 수업에 참석했고,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이던 또 다른 청각장애 학생 역시 지인이 통역을 대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학교 측의 대응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피진정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기관으로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편의를 적극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예산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법률로 규정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합리적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해당 학교가 속한 교육청도 수어 통역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교육감에게도 감독기관으로서 정당한 편의 제공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비용 문제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의 수어통역 교육비 수당 기준표에 따르면 중학교 수어 통역 비용은 1교시당 4만5천원이다. 출석 수업이 학기당 20일 이상, 매회 6교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학기당 최소 54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권위는 타 학교 사례를 들어 예산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장벽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정문은 농아복지관과 협의해 수어통역사를 봉사자로 위촉해 편의를 제공한 다른 학교의 사례를 언급하며 “학교가 교육청과 예산 마련을 위해 적극 협의하고 관련 기관과의 협력 방안을 찾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는 교육기관이 청각장애 학생에게 한국수어 통역, 문자통역(속기) 등 수단을 적극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 의무가 반복적으로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 국가 장애인 고용 정책 비교 보고서 발표… “자격 강화와 고용 지원 병행이 성과 좌우”

영국 노동연금부 의뢰 연구, 덴마크·네덜란드 등 사례 분석… 기업 참여와 통합 지원 체계 중요성 강조

<사진=Pixabay>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장애인 고용 정책과 장애 수당 제도를 비교 분석한 국제 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 보고서는 장애 수당 자격 강화와 함께 고용 지원을 확대할 경우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가 실질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고용과 포용을 추진하는 글로벌 비영리 비즈니스 네트워크인 Disability:IN은 지난 11일 기업의 장애인 고용 성과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2026 장애 지수(Disability Index)’ 신규 가이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평가 준비에 들어갔다. Disability:IN은 기업 내 장애 포용 정책과 고용 성과를 국제 기준으로 비교·분석하는 비영리 비즈니스 네트워크 기업이다.

이번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장애 혜택 제도와 장애인 고용 지원 정책을 비교한 문헌 검토 결과를 담았다. 연구는 장애인의 취업 지원에 대한 국제적 접근 방식을 분석해 향후 정책 개발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영국 노동연금부 의뢰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건강 관련 소득 대체 급여 청구가 급증해 2019년 이후 수급자가 80만 명 이상 늘었다. 장애인 고용률은 비장애인보다 여전히 2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장애인 고용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복지 및 노동 정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각국의 장애 수당 구조와 고용 지원 정책을 네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첫째, 장애 수당 제도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근로 능력 감소 여부를 자격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직업 재활 참여와 연계하는 조건부 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국가는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급여의 관대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왔다.

둘째,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크게 조기 개입, 조건부·무조건 고용 프로그램, 목표형 일자리 배치로 구분됐다. 노르웨이는 질병 발생 후 한 달 이내에 직장 복귀 절차를 의무화해 복지 유입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고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분 근로 가능자의 절반 이상이 2년 후에도 유급 고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의 ‘플렉시 잡(Flexi-job)’ 제도는 국가가 임금의 최대 3분의 2를 보조하는 시간제 일자리 모델로, 장애인 고용 격차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셋째, 고용주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으로는 차별 금지법, 고용 할당제, 임금 보조금 등이 활용되고 있으나, 집행력이 약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노르웨이의 경우 고용주 의무 규정이 존재하지만 처벌이 약해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반면, 네덜란드는 고용주에게 최대 2년간 재통합 책임을 부여해 장애 급여 유입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사례 연구 결과, 자격 요건 강화의 효과는 고용 지원 서비스가 얼마나 함께 제공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제도 개편 이후 장애 수당 신청이 40% 감소하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1.2%포인트 상승했다. 호주에서는 주요 장애 급여 수급자가 줄어든 반면, 실업 급여 수급자와 고용률이 동시에 증가했다. 덴마크는 플렉시 잡 제도 확대와 함께 노동시장 참여율이 78.1%에서 81%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핵심 과제로 ‘활성화 정책의 맞춤화’를 제시했다. 직업 재활과 훈련, 일자리 배치를 개인의 역량과 상황에 맞춰 설계할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표적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합된 복지·고용 지원 시스템이 정책 신뢰성과 조정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덴마크는 지방 일자리 센터와 재활팀이 협력하는 통합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주와 노조, 장애인 단체 간 협력도 제도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호주는 민간 위탁 중심의 고용 서비스 체계로 인해 서비스 전달이 분절화됐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연구진은 이번 검토가 다양한 국가 사례를 폭넓게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량적 영향 평가와 현장 경험을 반영한 질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향후 장애인 고용 정책 성과가 확인된 국가들과의 직접 협력을 통해 실행 과정과 제도 운영의 실제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수당 제도의 개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용주 책임 강화와 직업 재활, 맞춤형 지원이 결합된 통합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발표…3월 서울신라호텔 전시

대상에 양진영 작가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 수상
캔버스 위에서 살아 숨쉬는 장애 예술가 48인의 하루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 수상작, 양진영 작가의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 <사진=SDAM 제공>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 플랫폼 SDAM, 장애인일자리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이 최종 수상작 48점을 확정했다.

이번 공모전은 ‘나의 하루’를 주제로 장애인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순간들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을 모집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이면 연령과 예술 경력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대상은 양진영의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가 수상했다. 작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신의 마음을 개구리의 시선에 빗댔다. 긴 시간 얼음 속에 머물다 깨어난 개구리가 낯선 세상과 마주하며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용기를 내어 새로운 존재들과 공생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를 대담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최우수상은 강석문의 ‘하이힐을 타고 항해하는 나의 하루’와 김우진의 ‘호수 공원 산책’이 각각 선정됐다. 강석문 작가는 3살 때 찾아온 소아마비로 평생 휠체어를 타며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였다. 하이힐을 신고 세상을 자유로이 누비는 상상을 거대한 구두 배에 올라 항해하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김우진 작가는 주말 호수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과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기는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팝아트의 화풍으로 빼곡히 그려냈다.

우수상에는 김휘준의 ‘오보에 협주곡’, 박현우의 ‘내 하루는 이렇게 생겼다’, 김하윤의 ‘나의 하루’, 류현비의 ‘재미난 나의 일상’ 등 4점이 이름을 올렸다. 장려상 14명, 입선 27명도 함께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100만원, 최우수상 30만원, 우수상 10만원이다.

SDAM 관계자는 “저마다의 하루를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보며 깊이 감동받았다”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두근거림을 개구리의 눈으로 담아내거나, 휠체어 위에서 하이힐을 신고 항해하는 상상을 펼치는 등 장애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감각과 이야기가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오는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전시된다. 전시 당일 참석하는 수상자에게는 현장에서 실물 상장이 수여되며, 참석이 어려운 수상자에게는 모바일 상장이 발급된다. 수상 기록을 담은 전시 도록도 제작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SDA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피니언]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 3년, 복지 실험을 넘어 고용 연계 모델로

의무고용제와의 구조적 결합 통해 지속 가능성 높여야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경기도청이 2023년 7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장애인 기회소득’은 기존 소득보장 정책과 결이 다른 실험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등록 장애인이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주 2회 이상, 1회 1시간 이상의 건강활동을 인증하면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단순 현금 이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활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도에 따르면 현재 참여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참여자 2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4.8%가 신체 건강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정책 도입 취지였던 건강권 증진과 사회적 고립 예방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기존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서비스가 생계와 돌봄을 중심에 둔 제도라면, 기회소득은 활동 참여를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 정책은 아직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 건강 개선 효과가 참여자 자기응답 방식에 기반하고 있어 의료지표 등 외부 통계와의 연계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재정 부담이다. 월 10만 원씩 최대 30개월 지급하는 구조는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예산 규모가 급증한다.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셋째, 중앙정부 복지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다. 장애인연금·장애수당·활동지원서비스 등 기존 제도와 기능이 중첩되거나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험적 가치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해법은 확산 여부 자체보다 ‘어떻게 구조를 고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그 연결 고리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며, 이를 관리하는 기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납부한다. 공단 통계에 따르면 매년 상당수 기업이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부담금 규모도 2024년 기준, 약 830억원대에 이른다. 제도의 취지가 고용 확대에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미이행에 대한 비용 지불’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장애인 기회소득을 고용 전 단계의 역량 축적 플랫폼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부담금 일부를 활동 기반 소득 지원과 직무훈련 프로그램에 연계해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건강활동 인증에 더해 직무교육, 디지털 역량 강화, 현장 실습 등을 결합하면 참여자는 소득 안정과 함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준비된 인재풀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대해 부담금 감면, ESG 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부담금을 단순 제재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이 고용을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득 보장은 안전망이고, 고용은 권리라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복지와 고용정책이 분리된 채 작동하는 현재 구조로는 장애인의 실질적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기도의 장애인 기회소득은 아직 완성형 모델이 아니다. 효과 검증과 재정 지속 가능성, 중앙정부 제도와의 정합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정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문제가 아니라, 고용정책과의 구조적 결합을 통해 진화시킬 시점이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에 머물게 할 것인지, 사회적 가치 생산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이제 제도의 방향을 가를 것이다.




장애인체육회, 스포츠 등급분류 온라인 교육포털 열어

누구나 무료 수강…5개 강의·자료실·FAQ 갖춰

사진. 장애인스포츠 등급분류 온라인 교육포털 「등급분류 한걸음」 홈페이지 캡쳐본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스포츠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대국민 교육과 정보 접근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 교육포털 ‘등급분류 한걸음’을 개설했다.

장애인 스포츠 등급분류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규정한 근력 저하·시각장애 등 10가지 장애 유형을 기준으로 선수의 경기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육상만 해도 세부 등급이 50여 개에 달하는 등 종목마다 분류 체계가 다양하지만, 그동안 종목별로 규정과 교육이 따로 운영돼 일반인이 관련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포털은 국제등급분류사와 분야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개발한 5개 강의로 구성됐다. 등급분류의 기초 개념부터 국제 규정, 실제 판정 절차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퀴즈와 영상 자료 등 참여형 콘텐츠를 더해 이해도를 높였다. 공식 문서를 모아둔 자료실과 자주 묻는 질문 메뉴도 마련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기기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강화한 반응형 구조로 설계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교육 이수율 등 통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향후 콘텐츠 보강과 정책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포털이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고 정보 접근성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콘텐츠 보완과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인식 개선과 교육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털은 대한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 등에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기업 경기지수 사상 최대 낙폭…내수 의존 구조 한계 드러나

1월 BSI 53.6으로 22.9포인트 급락
공공판로 확대 정책 실효성 재점검 요구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장애인기업의 체감 경기가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내수 수요 위축과 가격 경쟁 심화가 겹치면서 영세 사업체 중심의 경영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업군이 먼저 타격을 받는 현상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27일 발표한 ‘2026년 1월 장애인기업 동향’에 따르면 1월 경기 체감 지수(BSI)는 53.6으로 전월 대비 22.9포인트 하락했다. 2월 경기 전망 지수도 54.8로 23.0포인트 떨어졌다. 체감과 전망 지수 모두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현재 수치는 뚜렷한 위축 국면을 보여준다.

일반 중소기업 경기 흐름과 비교해도 낙폭은 가파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BSI 역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단기간에 2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장애인기업이 공공·국내 민간시장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비 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별로는 전 권역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1월 체감 지수는 강원권이 38.5로 가장 낮았으며, 제주권과 충청권, 경상권, 전라권, 수도권 순으로 모두 하락했다. 2월 전망 역시 충청권과 제주권의 낙폭이 컸다. 지역 건설경기 둔화와 관광 소비 감소 등 지역경제 전반의 위축 흐름이 소규모 장애인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44.8로 30포인트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건설업도 45.0으로 24.6포인트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부담과 발주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서비스업과 도소매업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 업종이 동반 하락한 점은 특정 산업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 수요 부진이 배경임을 시사한다.

장애 정도별로는 경증 장애 기업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자금 여력과 거래 기반이 취약한 영세 사업체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수도권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장애인기업 대표는 “공공기관 발주 일정이 늦어지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했고, 민간 거래처도 주문 물량을 줄이고 있다”며 “단기 운전자금 확보가 쉽지 않아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꼽은 체감 악화 원인은 ‘내수 수요 위축’이 37.3%로 가장 많았고, ‘가격경쟁력 약화 및 경쟁 심화’가 뒤를 이었다. 전망 악화 이유 역시 같은 순서를 보였다. 이는 장애인기업의 매출 기반이 국내 시장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부는 공공구매 확대와 판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장애인기업 제품 우선구매 제도와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 예산 집행 지연이나 발주 감소가 일부 업종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과 함께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민간 대기업 협력 프로그램 확대, 공동브랜드 구축, 디지털 유통 채널 진입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동시에 경기 하강기에 취약계층 기업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 금융과 긴급 운전자금 지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박마루 이사장은 “체감과 전망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해 현장의 경영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내수 부진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판로 확대 등 경영 애로 해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표 하락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기업의 시장 구조와 정책 지원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사회적 약자 기반 기업이 반복적으로 먼저 흔들리는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위기는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빅데이터로 본 1월 미디어 속 장애인 보도] 재판 키워드 급증…장애인 이슈, 범죄와 권리 사이

장애통계데이터포털 뉴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사법 절차 급증 속 지원 확대·이동권·접근성·체육·기술 의제 동시 부상

<사진=pixabay>

장애인일자리신문이 장애통계데이터포털을 통해 12월 한 달간 전국 일간지 경제지 지역지 등 주요 언론사의 장애인 관련 뉴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법 절차와 범죄 보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복지 지원 확대와 이동권 접근성 개선 이슈도 동시에 부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결과 1월 장애인 관련 보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키워드는 사법 절차와 범죄였다. ‘혐의(621건)’, ‘선고(467건)’, ‘기소(277건)’, ‘징역(247건)’이 상위권에 올랐고, ‘피해자(347건)’도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성폭행(185건)’, ‘강간(118건)’, ‘살해(100건)’ 등 강력 범죄 관련 단어도 함께 등장했다.. 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시설 내 인권 침해 사건이 집중 보도된 흐름과 맞물린다.

시설 내 인권 침해 문제는 1월 내내 주요 이슈로 이어졌다. 인천 색동원 사건 조사 결과 공개와 함께 구속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여성변호사회는 가해자 엄벌과 피해자 법률 지원을 촉구했다.

시설 밖에서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보도가 잇따랐다. 지적장애인을 폭행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가로챈 사건, 장애 여성을 협박한 사건, 가족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 등이 연이어 전해졌다. 일부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되며 사법 처리 방식에 대한 논쟁도 함께 나타났다.

사법 제도와 관련해 검찰의 기소 관행 변화도 주목을 받았다. 대검찰청은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과 같은 경미한 재산 범죄에 대해 기소를 자제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사정을 양형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전세사기 사건에서 공범 관계를 뒤늦게 바로잡은 사례가 보도되며 수사 정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복지 정책과 지원 확대 역시 주요 축을 이뤘다. ‘지원(305건)’, ‘제공(116건)’, ‘확대(113건)’, ‘국민(160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 조정과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확대 계획이 발표됐고, 일부 지자체는 병원 동행 서비스와 장애인 공무원 임용을 늘렸다.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도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시각장애인 자료 확충, 점자 관광 안내지도 제작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민간 차원의 기부와 나눔 활동도 이어졌다. 금융권과 기업 봉사단체가 장애인 시설을 지원했고, 연예인의 기부 소식도 전해졌다. 반면 장애인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 기초수급 자격이 박탈되는 구조가 보도되면서 성과가 오히려 복지 박탈로 이어지는 제도의 모순이 지적됐다.

이동권과 접근성 이슈는 주차장과 키오스크 문제를 중심으로 부각됐다. 장애인 주차구역 훼손 사례와 공영주차장 축소 계획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고, 점자와 음성 안내가 부족한 키오스크로 인해 주문을 포기하는 사례도 보도됐다. 반면 일부 대형 시설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을 발표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교통약자 우선 예매 제도와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단속 강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문화와 인식 영역에서는 긍정과 논란이 교차했다. 발달장애 연주 단체와 성악 앙상블의 공연과 수상 소식이 전해졌고, 장애 비하 발언과 관련한 연예인 논란도 발생했다.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가 이어지며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기술 분야에서는 장애인을 돕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제 전시회에서 소개됐고, 패럴림픽 중계 확대 필요성에 대해 국민 과반이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AI 보이스봇을 활용한 전화 예매 서비스 도입은 기술 기반 접근성 개선 사례로 주목받았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열려 강원도 선수단이 사상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 종목에서 다관왕이 탄생했고, 장애인 체육회 활동과 선수 채용 소식도 이어졌다. 언어재활사 시험 합격률 급락 논란은 장애인 서비스 전문 인력 수급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이번 결과는 키워드 데이터만을 가지고 분석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나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내년 장애인 일자리 1만 개 시대 연다…역대 최대 2353억 투입

전년 대비 예산 11.1% 증액해 고용 안전망 강화
맞춤형 직무 교육 확대 및 공공기관 고용률 5% 목표 설정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청 제공>

경기도가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 내년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고 1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도는 고른 고용 기회 제공과 장애인 일자리 활성화를 비전으로 삼아 3대 정책 목표와 4대 과제를 담은 2026년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 계획을 수립해 25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총 29개의 세부 사업이 포함됐다.

내년도 관련 예산은 지난해와 비교해 240억 원이 늘어난 2,353억 원으로 편성됐다. 도는 세수 감소 등 어려운 재무 여건 속에서도 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 기반을 넓히고자 예산 규모를 11.1%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 공급 물량 역시 전년보다 952개 늘어난 1만 115개로 확충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맞춤형 일자리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기회수당을 유지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시설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회적 가치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문 교육과 실무 훈련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심화 훈련을 비롯해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 교육과 택시 운전원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한다. 발달장애인 보조기기 관리사처럼 특화된 인력을 양성해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우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계 체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공공 부문의 마중물 역할도 확대한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은 법정 의무 고용률인 3.8%를 상회하는 5%를 고용 목표로 정해 장애인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 청년 인턴제와 장애인 생산품 구매를 통한 연계 고용 방식을 활성화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은주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장은 “고령화 및 경제침체 등으로 장애인의 경제활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도장애인 전환재활 제도화 시동…경남 조례안, 지역사회 복귀 해법 될까

의료·직업재활 사이 공백 해소 목표
통계와 현장 과제 짚어본 정책 의미

중도장애인 재활의 모습<사진=장애인일자리 신문>

질병이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입은 중도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 문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경남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조례 발의 소식을 넘어, 의료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등록장애인의 88.1%는 질환이나 사고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가 선천적 요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급성기 치료 이후의 적응 단계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퇴원 이후 일상 복귀를 돕는 체계가 미비해 요양병원에 장기간 머무르는 현상과 가족 돌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해 네 가지 축을 강조한다. 첫째, 의료재활과 지역사회 서비스의 연계 강화다. 급성기 병원 치료 이후 기능 회복과 사회 적응을 돕는 중간 단계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둘째, 심리·정서 지원이다. 장애 수용 과정에서 겪는 우울과 불안은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셋째, 직업 재활과 고용 유지 지원이다. 기존 직무 수행이 어려워진 경우 직무 재설계, 재교육, 전직 지원이 병행돼야 경제활동 복귀가 가능하다. 넷째, 초기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적 지원과 주거·이동 환경 개선 등 생활 기반 확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경상남도의회 정규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상남도 중도장애인 전환재활 지원 조례안」은 의료재활과 직업재활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전환재활’ 체계를 공공 인프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례안에는 5년 단위 지원계획 수립, 학업 및 직장 복귀 훈련, 가족 재활상담 등 맞춤형 지원사업 추진, 전환재활센터 설치 및 재활의료기관·교육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전환재활은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사회적 역할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재활정책과 구별된다. 퇴원이 곧 지원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도록 제도적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중도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잠재적 경제활동 인구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정 의원은 토론회 등 공론의 장에서 의료와 직업재활 사이의 공백을 지적하며 조례 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발의는 그 약속을 제도화 단계로 옮긴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조례의 실효성은 향후 예산 규모, 전담 인력 확보, 기존 재활병원 및 고용 지원기관과의 연계 수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선언적 규정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서비스 전달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 의원은 “중도장애는 도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임에도 그동안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공공의 역할은 많이 부족했다”며,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병원 퇴원이 막막한 끝이 아니라, 온전한 도민으로서 다시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도장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사회적 과제다. 경남의 조례안은 그 대응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향후 심의와 시행 과정에서 구체적 실행 방안과 재정 계획이 어떻게 마련되는지에 따라, 이번 입법이 지역 복지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