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약자 곁에 선 12년의 기록

장애인 포용 메시지와 실천 남긴 채 영면…한국 사회에도 과제 남겨

<사진=바티칸 CNS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특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기존의 시혜적 접근을 넘어, 존엄과 권리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 천명했다. 2016년 바티칸에서 열린 장애인 관련 국제 행사에서는 “장애를 가진 이들은 교회의 사목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주체”라고 밝히며, 배제와 고립을 구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매년 발표해 온 세계 장애인의 날 메시지에서도 그는 접근성 보장, 교육과 노동 참여 확대, 낙인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는 상징적 언어에 머물지 않았다. 2013년 즉위 직후 이탈리아의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 세족식을 집전하며 입소자들의 발을 씻은 장면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전통적으로 성직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의식을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한 행보였다. 성베드로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아동에게 다가가 포옹하거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가 제단 가까이 다가왔을 때 제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이한 모습 역시 교황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됐다.

국제 사회는 그의 선종 소식에 일제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주요 국가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린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엔 또한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해 온 그의 행보를 기리는 메시지를 냈다.

한국 사회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교황은 한국 방문 당시에도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먼저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며 “교회의 존재 이유를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라고 밝혔다. 한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장애를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 호명한 상징적 지도자였다”며 “그의 메시지가 한국의 이동권·탈시설·고용 정책 논의 속에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장애인 고용 의무제 개선 등 여러 정책 과제를 안고 있다. 제도적 틀은 확대돼 왔지만, 일상 속 차별과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교황이 남긴 ‘가장 약한 이를 중심에 두라’는 메시지는 국내 정책 환경에서도 유효한 질문으로 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은 화려한 권위보다 낮은 자리에서의 실천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포옹과 경청, 직접 발걸음을 옮기는 방식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선종은 한 인물의 생애를 넘어,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의 메시지를 선언이 아닌 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약자를 향한 존중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일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교황의 부재 이후 각 사회의 선택이 주목된다.




민주당, 장애인단체 정책 제안 수렴…“대선 공약에 반영” 약속

9개 단체 참여 ‘정책 제안 페스티벌’ 개최…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표준사업장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요구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는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1대 대선 장애인 정책 제안 페스티벌’을 열고 장애인단체와 활동가들의 정책 제안을 청취했다. 이날 행사에는 9개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용, 소득, 자립생활, 권리보장 등 분야별 과제를 제시했다.

행사를 주최한 서미화 의원은 “다가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는 장애인의 권리가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오늘 제안된 의제가 당 공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접수된 제안은 정책위원회와 공약기획단 검토를 거쳐 대선 공약 반영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 분야에서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측은 장애인표준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표준사업장 지원 기준 강화와 장기 고용 유인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민간기업의 법정 고용률 미달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상당수 기업이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 일자리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별도 입법을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 공공일자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단기 일자리 제공을 넘어 직무 설계와 임금 체계 개선을 포함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자립 기반 강화를 위해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5만 개 확대’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표준사업장 의무 설치를 제안했다. 부모연대는 “성인기 이후 선택 가능한 일자리 모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고용모델 구축을 요구했다.

정치권의 화답도 이어졌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장애 당사자의 요구를 구체적 제도와 법으로 연결하는 것이 정치의 책무”라며 “차별 없는 사회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제안된 정책들이 실제 공약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 방안과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고용 확대 정책은 기업 부담 증가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시행과 인센티브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공공일자리 확대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분담 구조에 대한 협의도 과제로 남는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0)] 단순 고용 넘어 ‘직무 분절’의 마법으로… 의료 현장 바꾼 메디컬패커의 혁신

병원 물류 공정 분리한 ‘메디컬패커’ 모델,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기준 제시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의 운영 지원을 맡고 있는 ㈜평화아름은 최근 ‘메디컬패커(Medical Packer)’ 직무를 도입해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현장에 적용했다. 해당 직무는 거즈, 붕대, 면봉 등 의료 소모품을 규격과 진료과 수요에 맞춰 분류·포장하는 업무로, 기존에는 간호사나 의료기사들이 진료 준비 과정에서 병행해왔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진료 전 준비 과정에서 반복되는 소모품 분류와 확인 업무가 누적되면서 현장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전담 인력이 배치된 이후 준비 시간이 단축되고 업무 집중도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부천 지역의 부천성모병원 역시 시범 도입 이후 동일 공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직무 분절(Job Carving)’이다. 의료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높은 정확성과 반복 숙련을 요구하는 공정을 별도 직무로 분리한 것이다. 직무 설계 과정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무지도원과 외부 컨설팅 기관이 참여해 작업 동선, 위생 기준, 멸균 확인 절차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발달장애 근로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과 기호 중심의 매뉴얼을 제작했고, 작업대는 물품 혼입을 방지하도록 구획화했다.

현재 해당 직무에는 총 4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투입돼 있다. 이들은 의료진이 사전에 입력한 수요 리스트에 따라 물품을 분류·패키징하고, 이중 확인 절차를 거쳐 공급한다. 병원 측은 내부 점검 결과, 도입 이전 대비 소모품 준비 시간이 평균 수십 분 단축됐다고 밝혔다. 간호사 1인당 준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환자 상담과 처치 준비에 투입 가능한 시간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현장 간호사 A씨는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들면서 응급 상황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 감염관리팀은 “외부 인력이 의료 공간에 투입되는 만큼 위생과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정기 교육과 점검을 병행하지 않으면 모델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공유가치 창출(CSV)’ 관점에서 해석한다. 기업의 본업과 장애인 고용을 분리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생산 공정의 일부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의료기관의 규모, 진료과 구성, 물류 시스템에 따라 직무 설계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초기 컨설팅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인력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조 공정의 효율화는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간호 인력의 이직률과 업무 과중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으며, 단순 보조 업무의 분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메디컬패커 모델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와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정책 과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셈이다.

㈜평화아름은 향후 의료 폐기물 분류 보조, 외래 안내 지원 등으로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직무 확장은 안전성 검증과 책임 소재 명확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병원 측의 입장이다.




[장애인의날 특집]장애는 불가능이 아닌 불편함… 여전한 편견, 바뀌는가

장애는 불편함일 뿐인가… 통계와 현장이 보여준 ‘보이지 않는 차별’

<사진= AI Gamma 생성 이미지>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9)] 매장 관리의 ‘조연’에서 고객 경험의 ‘주역’으로… 장애인 직무 재설계가 가져온 유통 현장의 변화

통신 매장의 단순 보조 업무를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로 전문화한 케이티아이에스의 실험
직무 분화 전략을 통한 상생 모델의 가능성과 과제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인력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부수적인 업무들을 정밀하게 타격해 독립된 전문 직무로 분리시킨 직무 분화 전략에 있다. 통신 매장의 판매 사원들은 그동안 고객 상담과 개통이라는 핵심 영업 활동 외에도 시연 단말기 소독, 홍보물 정비, 액정 보호 필름 교체 등 수많은 잔무에 노출되어 왔다. 케이티아이에스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해 이 현장 업무 전반을 해부했고, 이 중 세밀한 관리와 반복적 집중력이 요구되는 영역을 추출해 중증장애인에게 최적화된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라는 새 명칭을 부여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해 쉬운 일을 찾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매장의 고객 경험 품질을 관리하는 별도의 전문 섹션을 구성한 것에 가깝다.

실제로 수도권 매장에 배치된 13명의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은 매장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쇼케이스 관리와 고객 체험 환경 유지를 전담하며 영업 현장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고무적이다. 판매 인력들이 온전히 상담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객 응대 대기 시간이 단축되는 실질적인 운영 효율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 기술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에게 액정 필름 교체나 단말기 조작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교감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낳고 있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비용 지출이나 사회적 부채를 탕감하는 수단이 아니라, 매장 운영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가 일회성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표준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직무 분화가 자칫 직무 고착화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객 체험 코디네이터라는 직무가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무를 경우, 해당 근로자들의 승진이나 직무 확장 경로가 차단되어 조직 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섬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단위의 매장 확산 과정에서 지역별 매장 규모에 따른 인력 배치 불균형과 인건비 구조의 적정성 확보 등 현실적인 경영 지표와의 정교한 조율도 필수적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8)] 장애인 고용과 ESG의 접점, 엔씨소프트서비스 ‘그린플레이어’의 가능성과 과제

다회용 컵 관리 직무로 50명 채용
친환경 경영과 직무 설계의 구조적 성과, 확산 위한 조건은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더 이상 법적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입증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씨소프트서비스가 도입한 ‘그린플레이어’ 직무는 장애인 일자리와 친환경 경영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로, 사내 복지와 시설 관리, 서비스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그린플레이어’는 사내 다회용 컵의 수거, 세척, 재배치, 배송을 전담하고 커피머신의 원두 보충과 위생 관리, 기기 점검을 수행하는 직무다. 단순 지원 업무를 넘어 사내 친환경 시스템 운영의 핵심 축을 맡는 구조다.

이 직무의 배경에는 기업 내 일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이 있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주요 경영 과제로 부상하면서 다회용 컵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전담 인력이 없다면 정책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이 지점에서 장애인 고용과 환경 관리 업무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 보조직이 아닌 ‘환경 관리 운영 직무’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직무 설계 과정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회사는 직무디자인 전담팀을 구성해 장애 유형별 수행 가능 업무를 분석하고, 업무 단계를 세분화했다. 수거, 세척, 건조, 재배치, 점검 등 공정을 나누고 표준화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는 현장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직무를 단순히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 체계와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다는 점도 구조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직무로 근무하는 장애인은 50명 규모다.

그린플레이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장애인 고용의 직무 영역 확장이다. 기존 장애인 일자리가 사무 보조, 단순 제조, 청소 직무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사례는 환경 관리와 사내 서비스 운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제시한다. 둘째, ESG 경영과의 결합이다. 친환경 시스템 유지라는 기업 전략 과제를 장애인 고용과 연결함으로써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 구조로 설계했다. 셋째, 조직문화 변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협업하며 환경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은 포용적 조직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완 과제도 분명하다. 다회용 컵 세척과 물류 업무에는 일정 수준의 물리적 강도가 수반될 수 있다. 장애 유형에 따른 세밀한 직무 배치와 작업 보조 장비 도입, 안전 관리 체계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 근속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반복 작업 중심의 업무 구조는 직무 만족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업무 로테이션, 숙련도에 따른 역할 확대, 환경 관리 데이터 분석 등 상위 직무로의 확장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산 가능성도 관건이다. 다회용 컵 관리 시스템은 대기업 사옥이나 복합 오피스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려면 공동 세척 시스템 구축, 지역 단위 순환 모델 도입 등 구조적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과 친환경 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연계될 때, 이러한 모델은 더욱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서비스의 그린플레이어는 장애인 고용을 비용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재해석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친환경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50명의 장애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모델이 일회성 사례에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무 고도화, 안전 체계 강화, 경력 개발 경로 마련이라는 과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세월호 11주기, 제도는 바뀌었지만 과제는 남았다

304명의 희생 이후 달라진 재난 체계와 여전한 약자 보호의 사각지대

<사진=겟티이미지 코리아>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했다. 재난안전 관리 기능은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통합·강화됐고, 해상 안전 관리 체계 역시 재편됐다. 한때 해체됐던 해양경찰청은 조직을 정비해 부활했고, 선박 과적 단속과 운항 관리 기준이 강화됐다. 또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제도 개선과 별개로 여전히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행사에서 한 유가족은 “시간이 흘렀다고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은 이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이후 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재난 대응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난관리 분야 한 교수는 “매뉴얼과 조직 개편은 이뤄졌지만, 실제 상황에서의 지휘 체계 일원화와 현장 대응 훈련의 내실화는 계속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대피 정보 접근성, 이동 지원 체계, 맞춤형 구조 매뉴얼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약자가 더 큰 위험에 놓인다”며 “재난 대응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재난 이후 이어진 사회적 갈등과 시위 방식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제도적 소통 창구가 충분히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전 정책과 약자 보호 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장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1년이 흐르는 동안 안전 관련 법과 조직은 적지 않게 변화했다. 그러나 재난은 제도만으로 막을 수 없으며, 현장 대응 능력과 사회적 신뢰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안전 체계를 끊임없이 점검하게 하는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304명의 희생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임, 그리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사회적 합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11주기를 맞는 지금, 기억은 추모를 넘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7)] B2B 스페셜 디자이너, 발달장애인 디자인 직무의 새 지평을 열다

기획과 제작의 분리 협업 모델…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시험대에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이 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의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기존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단순 반복 업무나 보호고용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 속에서, 직무 고도화를 통한 민간시장 진입 가능성을 시험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B2B 스페셜 디자이너 모델의 핵심은 협업 구조다. 발달장애인 디자이너가 기업의 브랜드 콘셉트와 주제에 맞는 원화를 제작하면, 비장애인 기획 디자이너가 이를 선별·재구성해 채색과 배치 작업을 더한다. 완성된 결과물은 기업 아트워크, 굿즈, 디지털 콘텐츠 등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재탄생한다. 단순 보조가 아닌 ‘창작의 출발점’을 맡는 구조다.

키뮤는 총 15명의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를 선발해 8개월간 단계별 교육을 진행했다. 포트폴리오 심사, 직무 적합도 평가, 개별 면담을 거쳐 선발된 훈련생 전원이 수료했다. 교육은 기초 드로잉과 색채 이해부터 기업 협업 프로젝트 실습까지 이어졌다. 특히 실제 기업 과제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제작하는 방식이 도입돼 현장 적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성과도 일부 나타났다. 수료생 중 6명이 디자인 직군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업의 콘텐츠 디자인 보조, 굿즈 제작 참여, 원화 제작 등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고용 형태는 계약직과 프로젝트 단위 참여가 혼재돼 있으며, 임금 수준 역시 기업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전환 여부와 장기 고용 유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취업에 성공한 한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그림이 직업이 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작업의 목적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 역시 “단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실제 상품 경쟁력을 고려해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직무가 단순 체험형이 아니라 시장성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갖는 의미를 ‘직무 재설계’에서 찾는다. 장애인 고용이 직무 적합성보다 보호 중심으로 설계돼 온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의 고용은 제조·단순 서비스직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며, 문화·예술 기반 직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디자인 분야는 감각적 표현과 반복 훈련을 통한 숙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별도의 문제다. 해당 사업은 공단 지원을 기반으로 운영됐다. 향후 공공 재정 지원이 축소되거나 종료될 경우 기업 협업 수요가 독자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15명 중 9명은 아직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추가 매칭과 직무 다변화 전략이 요구된다.

키뮤는 교육 과정에서 제작한 직무교육 영상을 활용해 온라인 기반 확산 모델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 직무 이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직무 에티켓 등을 포함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넘어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기업 대상 B2B 아트 협업 프로젝트를 늘려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포용 기술” 내세웠지만, 장애인 삶 바꿀 실증이 관건

산업통상자원부, 서울대서 40여 개 기관 참여 출범식 개최… 돌봄·자립 지원 가능성 주목 속 예산·윤리·현장 적용성 검증 필요

<사진=겟티 이미지뱅크>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열고 국내 로봇 산업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다. 연합에는 서울대와 KAIST, 부산대학교 등 주요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 약 40여 곳이 참여한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과제는 다섯 가지다.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고성능 구동기와 센서 등 핵심 하드웨어 확보, AI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 고도화, 전문 인력과 스타트업 육성,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다. 산업부는 이러한 기술 기반을 통해 한국이 차세대 로봇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을 갖춘 로봇으로, 제조업 자동화뿐 아니라 돌봄·서비스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할 대안 기술로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약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돌봄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활동지원사 인력 수급은 지역별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사회 구조 변화를 로봇 산업 정책과 연결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기술을 단계적으로 실증할 계획”이라며 “장애인 생활 지원 분야도 주요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경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Tesla는 공장 자동화를 목표로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추진 중이며,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일부 생산 공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 대응을 위해 돌봄 로봇 개발과 실증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시장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10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이 제조업을 넘어 물류, 서비스, 돌봄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장 성장 전망이 곧바로 사회적 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로봇 산업 연구자는 “복지 영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려면 공공 재정과 제도 설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기술 가능성뿐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정책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현장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돌봄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조 로봇이 일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기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이 높으면 실제 현장 도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로봇 기업과 수요 기관 간 협력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기관이 실증 파트너로 참여할 경우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단계별 일정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인재 양성 전략도 이번 연합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청년 연구자와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로봇 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인을 단순한 기술 수혜자가 아니라 개발 과정의 참여 주체로 포함시키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합이 선언적 협력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술의 한계와 위험 요소까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복지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6)] AI 기반 ‘DB구축정보검색사’ 모델 주목… 경기DPI, 중증장애인 10명 ICT 직무 취업 성과

단순노무 중심 구조 넘어 정보검색·데이터 가공 직무로 확장… 재택근무 기반 미래형 고용모델 가능성 제시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한국 장애인 고용 정책은 오랜 기간 양적 확대와 질적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의 취업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직무 또한 단순노무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직무 모델이 현장에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 주목받는 사례는 ‘DB구축정보검색사’ 직무 모델이다. 이 직무는 데이터 검색과 정보 정리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직무로, 중증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를 세분화하고 AI 도구를 활용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은 경기 지역 장애인 단체인 경기DPI가 추진한 직무개발 사업을 통해 실제 고용 성과로 이어졌다.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직무 훈련을 이수한 10명의 중증장애인이 정보통신 분야 기업에 취업하며 디지털 직무 기반 고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DPI 관계자는 “기존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가 대부분이었지만, 데이터 검색과 정리 업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AI 도구를 활용하면 정보 정리나 문서 구조화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직무 수행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DB구축정보검색사’는 기업이나 기관이 필요로 하는 기초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구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공공조달 플랫폼이나 온라인 자료를 검색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요약해 데이터로 정리하는 과정이 핵심 업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정보 분류와 문서 구조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직무 개발 과정에서는 참여자의 기본 역량을 고려한 선발과 장기간의 직무 훈련이 진행됐다. 경기DPI는 장애인 단체와 협력해 훈련 참여자를 모집한 뒤 컴퓨터 활용 능력과 기본 문해력을 중심으로 직무 적합성을 검증했다. 이후 약 6개월 동안 정보 검색 방법, 데이터 정제 과정, AI 활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직무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마친 참여자들은 정보통신 전문 기업에 채용돼 실제 데이터 구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 측은 장애인 인력이 데이터 정리 업무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데이터 검색과 정리 업무는 집중력과 반복적인 정확성이 중요한데, 훈련을 받은 장애인 직원들이 업무 수행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여러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 정책에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을 디지털 직무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제조업이나 단순 서비스 직군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ICT 기반 직무 개발은 이러한 직무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통계청과 고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제조업과 단순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정보통신 직군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장애인 고용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반 직무가 확대될 경우 장애인 고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애인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AI와 디지털 기술은 장애인의 업무 수행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도구”라며 “특히 데이터 관리나 정보 검색 같은 직무는 공간 제약이 적고 재택근무가 가능해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가능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동 자체가 취업의 큰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검색과 정보 구축 업무는 원격 환경에서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근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원격근무 환경 역시 이러한 직무 모델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직무 모델의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현재 ‘DB구축정보검색사’ 모델은 특정 기업 취업 성과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단계 사례에 가깝다. 직무 표준화와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 체계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직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장기 고용 유지 여부와 임금 수준, 숙련도 향상 경로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지속적인 교육과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DPI 측은 향후 직무 모델을 고도화하고 추가 고용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정보 검색과 데이터 정리 직무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직무 훈련 체계를 보완해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디지털 직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