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약자 곁에 선 12년의 기록
장애인 포용 메시지와 실천 남긴 채 영면…한국 사회에도 과제 남겨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6년 선종했다는 교황청 공식 발표가 전해지면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국제사회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교황청은 바티칸을 통해 교황의 선종 사실과 함께 장례 일정 및 후속 절차를 공지했다.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 12년간 이어진 그의 재임은 ‘가난한 이들의 교황’,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특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기존의 시혜적 접근을 넘어, 존엄과 권리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 천명했다. 2016년 바티칸에서 열린 장애인 관련 국제 행사에서는 “장애를 가진 이들은 교회의 사목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주체”라고 밝히며, 배제와 고립을 구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매년 발표해 온 세계 장애인의 날 메시지에서도 그는 접근성 보장, 교육과 노동 참여 확대, 낙인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는 상징적 언어에 머물지 않았다. 2013년 즉위 직후 이탈리아의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 세족식을 집전하며 입소자들의 발을 씻은 장면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전통적으로 성직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의식을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한 행보였다. 성베드로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아동에게 다가가 포옹하거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가 제단 가까이 다가왔을 때 제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이한 모습 역시 교황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됐다.
국제 사회는 그의 선종 소식에 일제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주요 국가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린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엔 또한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해 온 그의 행보를 기리는 메시지를 냈다.
한국 사회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교황은 한국 방문 당시에도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먼저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며 “교회의 존재 이유를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라고 밝혔다. 한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장애를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 호명한 상징적 지도자였다”며 “그의 메시지가 한국의 이동권·탈시설·고용 정책 논의 속에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장애인 고용 의무제 개선 등 여러 정책 과제를 안고 있다. 제도적 틀은 확대돼 왔지만, 일상 속 차별과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교황이 남긴 ‘가장 약한 이를 중심에 두라’는 메시지는 국내 정책 환경에서도 유효한 질문으로 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은 화려한 권위보다 낮은 자리에서의 실천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포옹과 경청, 직접 발걸음을 옮기는 방식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선종은 한 인물의 생애를 넘어,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의 메시지를 선언이 아닌 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이어가는 일이다. 약자를 향한 존중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일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교황의 부재 이후 각 사회의 선택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