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8)] 장애인 고용과 ESG의 접점, 엔씨소프트서비스 ‘그린플레이어’의 가능성과 과제

다회용 컵 관리 직무로 50명 채용
친환경 경영과 직무 설계의 구조적 성과, 확산 위한 조건은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더 이상 법적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입증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씨소프트서비스가 도입한 ‘그린플레이어’ 직무는 장애인 일자리와 친환경 경영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로, 사내 복지와 시설 관리, 서비스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그린플레이어’는 사내 다회용 컵의 수거, 세척, 재배치, 배송을 전담하고 커피머신의 원두 보충과 위생 관리, 기기 점검을 수행하는 직무다. 단순 지원 업무를 넘어 사내 친환경 시스템 운영의 핵심 축을 맡는 구조다.

이 직무의 배경에는 기업 내 일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이 있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주요 경영 과제로 부상하면서 다회용 컵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전담 인력이 없다면 정책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엔씨소프트서비스는 이 지점에서 장애인 고용과 환경 관리 업무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 보조직이 아닌 ‘환경 관리 운영 직무’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직무 설계 과정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회사는 직무디자인 전담팀을 구성해 장애 유형별 수행 가능 업무를 분석하고, 업무 단계를 세분화했다. 수거, 세척, 건조, 재배치, 점검 등 공정을 나누고 표준화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는 현장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직무를 단순히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 체계와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다는 점도 구조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직무로 근무하는 장애인은 50명 규모다.

그린플레이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장애인 고용의 직무 영역 확장이다. 기존 장애인 일자리가 사무 보조, 단순 제조, 청소 직무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사례는 환경 관리와 사내 서비스 운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제시한다. 둘째, ESG 경영과의 결합이다. 친환경 시스템 유지라는 기업 전략 과제를 장애인 고용과 연결함으로써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 구조로 설계했다. 셋째, 조직문화 변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공간에서 협업하며 환경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은 포용적 조직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완 과제도 분명하다. 다회용 컵 세척과 물류 업무에는 일정 수준의 물리적 강도가 수반될 수 있다. 장애 유형에 따른 세밀한 직무 배치와 작업 보조 장비 도입, 안전 관리 체계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 근속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반복 작업 중심의 업무 구조는 직무 만족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업무 로테이션, 숙련도에 따른 역할 확대, 환경 관리 데이터 분석 등 상위 직무로의 확장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산 가능성도 관건이다. 다회용 컵 관리 시스템은 대기업 사옥이나 복합 오피스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려면 공동 세척 시스템 구축, 지역 단위 순환 모델 도입 등 구조적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과 친환경 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연계될 때, 이러한 모델은 더욱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서비스의 그린플레이어는 장애인 고용을 비용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재해석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친환경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50명의 장애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모델이 일회성 사례에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직무 고도화, 안전 체계 강화, 경력 개발 경로 마련이라는 과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