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1)] 단순노무 넘어 ‘품질관리’로… 중증장애인 일자리, 농업 현장에서 답을 찾다

대덕구장애인종합복지관 ‘농산물 품질관리원’ 모델 시범운영… 17명 참여, 11명 취업 연결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올해 선정된 주요 우수 직무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인공지능 농업로봇 오퍼레이터를 비롯해 소방 안전 파트너스, 공유모빌리티 안전관리원, 비주얼그래픽 디자이너, 유제품 가공 관련 직무 등 다방면에서 고도화된 직무가 발굴됐다.

특히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필요한 품질 관리 업무를 장애인 직무로 개발한 사례는 고용 영역이 생산 현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다. 공단이 추진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 사업의 하나로 대덕구장애인종합복지관은 농산물 품질관리원 직무를 재구성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농산물 유통 과정의 외관 확인, 중량 점검, 선별 상태 확인, 기록 관리 등을 세분화해 장애인이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범사업은 약 7개월 동안 운영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17명이 참여해 전문 교육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5명이 과정을 수료해 약 88퍼센트의 높은 수료율을 기록했다. 이후 지역 농산물 유통업체 등에 실제로 취업한 인원은 11명으로 취업률은 약 73퍼센트에 달했다. 단순 체험이나 단기 훈련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용으로 직결됐다는 점에서 직무개발 사업의 실효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농산물 품질관리 업무는 농산물의 상품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산지유통센터와 공판장에서는 농산물의 외형 상태와 손상 여부를 비롯해 크기와 무게 등을 확인하고 유통 단계의 품질 기준을 관리한다. 그동안 숙련된 작업자나 관리 인력이 주로 담당했던 이 업무를 세분화하고 표준화된 체크리스트를 적용하자 반복 수행이 가능한 장애 적합 직무로 탈바꿈했다.

직무개발 과정에서는 실제 작업 흐름을 분석해 업무 단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품질 판별 기준을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작업 순서를 매뉴얼로 만들었으며 기록 작성 방식도 단순화했다. 교육 과정에서는 농산물 품질 판별 방법, 위생 관리, 작업 안전 등을 중심으로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병행했다. 기존 업무 구조 자체를 장애인의 특성에 맞춰 재구성했다는 점이 이번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농업 유통 현장의 구조적 상황도 이러한 직무 모델의 정착 가능성을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상품 선별과 품질 관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지유통센터의 경우 계절에 따라 물량이 급증하면서 품질 확인과 기록 관리에 필요한 인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산업 구조의 빈틈이 장애인 직무 개발과 훌륭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직업재활 분야 연구자들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업무를 분석하고 재설계하는 방식이 고용 확대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단순 보조 업무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현장의 생산 구조와 맞닿은 직무가 만들어질 때 장기적인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 표준화와 교육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면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맞춤형 장애인 일자리 모델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개발된 직무 모델은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지체장애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작업대 높이 조정, 이동 동선 확보, 보조 장비 도입 등 물리적 작업 환경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또한 직무개발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증명하려면 취업 이후의 고용 유지율, 임금 수준, 장기 근속 가능성 등을 지속해서 추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취업 문을 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고용 생태계로 안착하고 있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평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중증장애인 고용 정책은 이제 단순 의무고용 충족을 위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질적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다양한 직무 모델들은 장애인 일자리가 보호적 영역을 넘어 산업 구조의 핵심으로 파고들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