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견 출입 기준 명확화…이동권 보장 기대 속 보급 현실은 ‘걸음마’
출입 거부 여전·보조견 수 부족…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 과제로

장애인 보조견의 동반 출입 기준을 명확히 하는 법령 개정이 시행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조견 보급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법제도 정비와 함께 실질적인 보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보조견 동반 출입과 관련한 기준을 구체화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령을 시행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의 후속 조치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견 동반 출입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출입 제한이 가능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견의 필요성과 출입 거부 금지에 관한 법적 사항 등을 영상, 교육, 간행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의 수술실이나 무균실, 식품접객업소의 조리장 등 감염 관리와 위생 관리가 필요한 공간에 한해서는 보조견 출입 제한이 가능하도록 명확히 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나 보조견 훈련자 등의 출입을 거부할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여전히 출입 거부 사례가 발생하면서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실제 출입 거부 현황을 들여다보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약 5년간 전국에서 장애인 보조견 출입 거부로 과태료 처분된 사례는 총 18건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적발된 사례만을 의미한다는 점이 문제다. 적발되지 않은 채 용인되는 거부 사례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는 부산 4건, 충남 4건, 서울 3건, 경기 2건으로 집계됐으며 강원, 대구, 대전, 인천, 전남이 각 1건씩 기록됐다. 과태료 처분 건수가 최소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갈등과 거부는 훨씬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사회적 갈등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정비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보조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출입 거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개선과 별개로 국내 보조견 보급 현실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국내 대표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약 30년 동안 총 283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했다. 이론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수치로 보이지만 실제 활동 중인 안내견은 훨씬 적다.
안내견의 은퇴와 세대 교체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실제 활동 중인 안내견은 약 70마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국 시각장애인 인구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이동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중요한 보조 수단인 만큼 보급 확대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현실 개선은 더디다.
안내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데에는 1년 반에서 2년 이상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며 수천만 원 수준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제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국내 보조견 공급은 상당 부분 민간 기관이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과 보급 지원 방안을 강구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표지 발급을 담당하도록 했지만 실제 보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보조견의 종류 역시 안내견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해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각보조견, 지체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견, 발작이나 혈당 변화를 감지하는 의료대응견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견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보조견 제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보조견 제도가 실제 이동권 보장으로 이어지려면 교통 인프라 전체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보조견 동반 출입이 대중교통과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인프라 현황은 여전히 미흡하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대표적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7.8%로 목표 42.0%에 크게 미달했다. 2023년 기준으로도 전남 20.3%, 충남 21.7%, 경북 22.7%로 지역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이 2021년 기준 65.6%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역별 이동권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별교통수단도 부족하다. 2021년 기준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운행 대수는 전국 4,074대로 법정 기준 4,738대의 86.0%에 불과했다. 2023년 기준 지역별 도입률도 경북 78%, 전남 85.5%, 충남 86.8%으로 여전히 목표에 미달하는 지역이 많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도 서울시 2021년 기준 22개에 달했으며 2022년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초 인프라의 부족 속에서 보조견 제도만의 확대로는 장애인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보조견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 인프라 전반의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보조견 제도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법적 기준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보조견 양성 확대와 공공 지원 체계 구축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조견 동반 출입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법적 기반이 정비된 지금이야말로 보조견을 장애인의 권리 보장 수단으로 인식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동시에 보조견 보급 규모의 비약적 확대 없이는 법제도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 보조견 출입 법제화와 보급 확대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장애인의 진정한 이동권 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