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다”…천호역서 장애여성 권리 선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사회, 차별금지법 제정·탈시설 확대 촉구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8개 단체회원과 590명의 개인회원으로 구성된 연대체로, 장애인의 이동권·생존권·노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요구해 온 단체다. 이들은 무대 발언을 통해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장애인을 바라봐야 한다”며, 사회가 설정해온 ‘정상성’의 기준에 맞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문에서는 장애여성의 복합적 차별 현실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장애여성 고(故) 최옥란 열사의 투쟁이 언급됐다. 최 열사는 2000년대 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과 낮은 급여 수준이 장애인의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고발하며 거리에서 싸웠던 인물이다. 장애여성이자 노점상이었던 그는 생계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사회 의제로 끌어올렸고, 이후 장애인 빈곤 문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논의에 상징적 전환점을 남겼다.

참가자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여성의 삶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선언문은 장애여성의 삶이 장애, 성별, 성정체성, 연령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조건 위에 놓여 있다고 강조하며, 젠더 관점이 배제된 복지·고용·돌봄 정책의 한계를 비판했다. 특히 정치권이 구조적 성차별을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여성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강동구가 전국 자치구 가운데 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곳 중 하나라며, 인권 보장의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례와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탈시설 지원 확대,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피켓과 발언을 통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장애인과 성소수자, 청소년, 이주민, 노동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권리가 연결돼 있음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