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정책 실천, 이제 정치가 나서야 할 때

2025년 5월, 대한민국은 다시금 선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각 정당의 정책 공약이 발표되는 가운데,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정권을 비롯한 권리 보장 요구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복지 시혜가 아닌,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요구하며 정치권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장애인 권리 운동 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10여 년간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해왔다. 2019년 정부는 1~6급으로 나뉘던 기존의 장애등급제를 공식 폐지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여전히 이 제도가 본질적으로 등급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조사표는 여전히 장애인의 실제 욕구보다는 점수에 따라 활동지원 시간을 제한하고, 장애 유형과 상황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장연은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종합조사표나 기계적 기준이 아닌, 개인의 삶과 욕구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한다. 예산 확대가 불가피한 데다, 서비스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부담, 지방정부 간 역량 격차 등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도 무시할 수 없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등 일부 강경한 방식은 여론을 양분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장애인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온 측면이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던 최근 몇 년 동안은 사회적 약자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도 뚜렷했다.
이제 정권 교체를 앞두고, 다시 한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정계의 핵심 의제로 부상해야 할 때다. 장애인의 이동권, 정보 접근권, 노동권, 교육권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그 실현은 선의가 아니라 의무의 문제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제작 요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법 등에서 명시한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자는 요구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새롭게 출범할 정권은 코로나19 이후 잠시 멈췄던 권리 기반 복지 정책의 궤도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기준이기도 하다. 숫자로 계산된 복지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복지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전장연의 외침은 단지 특정 단체의 요구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묻는 질문이다. 새 정권은 그 질문에 외면이 아닌 실천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