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 국민 혈세로 부담금 납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김승수 의원 지적
모든 정부부처 지속적 점검 필요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삶의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그들의 고용문제이다. 역대 정부들의 오래된 숙제인 이 문제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승수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소속기관 및 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다수 기관이 법정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매년 막대한 금액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한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납부한 부담금 규모가 총 4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부담금 납부액이 큰 기관별로 보면 ▲문화체육관광부(18억 원) ▲세종학당재단(4억 원) ▲국가유산청(3억6천만 원) ▲한국체육산업개발㈜(3억 원)▲대한체육회(2억9천만 원) 등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일부 기관은 고용률도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학당재단은 2023년 기준 의무고용률 3.6%에 따라 최소 10명을 고용해야 했으나 실제로는 1명에 불과해 고용률이 0.34%에 그쳤다. 이로 인해 최근 5년간 납부한 고용부담금 규모는 약 3억 8700만 원에 달했다. 국립발레단 또한 평균 0.158%라는 극히 저조한 고용률로 3억 5100만 원을 부담했고, 대한체육회 역시 2% 수준의 고용률을 유지하며 5년간 2억 9400만 원을 혈세로 충당했다.
반면 정부 부처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5.6%의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을 기록하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고, 여성가족부가 6.64%로 가장 높았다. 국가보훈부도 4.96%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으나, 국방부는 2.14%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공공기관 간 장애인 고용률 격차가 뚜렷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금 납부가 제도의 목적을 무색하게 한다는 점이다. 부담금은 고용을 기피하는 기관에 재정적 압박을 가해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현실에서는 ‘벌금을 내고 나면 마음의 부담을 지울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조차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국민 혈세로 법 위반의 대가를 메운다는 사실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법적 숫자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이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단순 반복되는 부담금 납부 구조 속에서는 장애인 일자리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확대되기 어렵다.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단기 계약이나 단순직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경력 개발과 자립 기반 마련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부터 의무고용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기관들이 의무를 외면하는 상황에서는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부담금 제도를 단순한 재정 징벌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 직업훈련이나 위탁고용 등 보완책을 마련해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채용 지원과 직무 적합성 확보를 위한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제도의 엄격한 집행과 더불어 실제 일자리 현장에서의 질적 개선이 병행될 때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혈세로 법 위반을 덮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면 장애인 고용은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의무고용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책임 있는 자세로 제도 개선과 이행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