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스쿨,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한 걸음을 지역이 함께 디뎌내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돌봄 프로그램, 자립과 공동체 관계 회복의 가능성 보여줘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디딤스쿨’은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가족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자립 역량을 키우고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연인원 467명이었던 참여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516명으로 늘었다. 지역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필요로 한다는 방증이다.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돌봄은 흔히 ‘가정의 몫’으로 좁혀지곤 하지만, 디딤스쿨은 이를 가족의 부담에서 지역 공동체의 과제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서도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태블릿을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은 단순한 미술 교육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창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로 작동한다. 청소년 농구클럽은 발달장애 청소년이 체력과 협동심을 기르면서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만든다. 보호자 교육은 부모를 단순히 돌봄 제공자에 머물지 않게 하고, 비슷한 상황의 보호자들끼리 지지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발달장애인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의 인식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다만 이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장애 돌봄에는 제도적 공백이 많고, 공적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디딤스쿨 같은 지역 기반 프로그램은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실험장이자, 향후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발달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이 실제 현실 위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뒷받침하며 지속 가능한 체계로 자리 잡는 일이다.
결국 디딤스쿨의 2년 차 성과는 단순한 참여자 증가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돌봄을 공동체의 책임으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의 출발점이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홀로 짐을 지는 구조를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한 걸음씩 디딘다’는 이름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