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권리와 현실 사이의 갈등
정부 시행령 개정안에 전장연 강력 반발
비용 분담과 제도적 보완이 대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28일 공고한 개정안은 무인정보단말기, 이른바 키오스크 설치·운영과 관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법 해석과 적용을 명확히 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전장연은 “이는 장애인 접근권을 침해하는 차별적 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장연은 이미 2021년 법 개정 당시 장애인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정부가 50㎡ 이하 시설에 예외를 둔 시행령을 개정한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개정은 권리를 반복적으로 후퇴시키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법원이 2024년 12월 판결에서 “비용 문제로 기본권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음을 상기시키며, 장애인의 접근권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권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권리 보장과 현실적 여건 사이에서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무인단말기 교체와 접근성 기능 추가는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음에도 기술 개발과 보급 속도가 현장 적용을 따라가지 못한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원칙적으로 타당하지만, 그 비용과 기술적 적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제도의 강제만으로는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안은 권리 보장과 현실 조율을 동시에 모색하는 방향에서 논의될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장애인 접근권을 후퇴시키지 않으면서도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접근성 기준을 충족한 단말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제조사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설치 의무 면제가 아니라 단계적 지원을 통해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호출벨이나 인적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장애계의 비판을 수용해,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혼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기술과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장연의 강력한 반발은 장애인의 접근권이 여전히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쉽게 후퇴할 수 있는 권리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단순히 소상공인의 편의를 위한 행정적 조치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과 비용 분담 구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리와 현실의 균형 속에서 모두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