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 일자리 정책, ‘재활’이라는 단어를 넘어야 할 때

장애인 일자리의 새로운 패러다임(2)
재활의 개념부터 바꿀 필요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지난달 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공공일자리와 직업재활시설 임금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토론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단순한 업무를 하고도 월 7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재정 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직업재활시설의 인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다른 참석자들은 “재정 일자리는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상당 부분이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의 직업 능력을 높이고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직업재활시설, 공공일자리, 의무고용제 등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취업 취약 장애인이 작업 활동을 통해 직업 능력을 향상하도록 돕는 시설이다. 다만 직업재활시설 가운데 ‘보호작업장’의 경우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부 장애인이 최저임금법의 적용 예외 대상이 되면서 실제 지급 임금이 월 수십만 원 수준에 머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일정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활동비 형태의 급여가 지급된다. 사업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단시간 일자리의 경우 월 60만~70만원 수준의 보수가 지급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재활시설보다 공공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견과 “재활시설 임금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라는 반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쟁의 핵심이 단순한 임금 비교가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책의 기본 개념에 있다고 지적한다. 직업재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장애를 극복해야 노동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재활은 일반적으로 신체적·사회적 기능을 회복해 다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기능 회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전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장애인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의 목표는 비장애인과 동일한 노동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직업재활 중심의 접근에서 직업생활 중심의 접근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는 장애인을 ‘재활 대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정책 방향이 확대되고 있다. 직무를 장애인의 능력에 맞게 설계하거나 보조기술을 활용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애인의 노동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장애인 고용률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참여는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제 시행 이후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비장애인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 때문에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정책을 넘어 장애인의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