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는 장애인, 시설에서 평생을 보낸다…’자립지원 점수제’, 가장 취약층 또 배제

최근 5년간 신규 입소자 7.7% 가족 없는 상태…올해도 5.1% ‘무연고 입소’ 확인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시설 유형별로 보면 무연고 비율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11.65%, 유형별 거주시설 11.34%, 장애영유아거주시설 10.65%, 공동생활가정 9.87%로, 단기거주시설을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대체로 열 명 중 한 명꼴로 무연고 입소자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140명, 서울 136명, 전남 36명, 부산 33명, 인천 28명, 충북 25명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단순 수치만으로는 지역별 실태를 정확히 읽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 규모와 지역 인구를 함께 고려해야 비율이 실질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수치 이면에 놓인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가족이 없는 장애인은 지역사회로 나오는 과정 자체가 가로막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시설을 위한 지역사회 전환에는 주거 계약, 돌봄 연계, 일상 지원 등 복합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가족이 이 역할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면 공적 지원 체계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담당할 공식 제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법률·행정 영역에서도 공백이 발생한다. 예금 관리, 주거 계약, 복지 급여 신청, 의료 동의 등 일상적인 절차에서 대리인이나 후견인이 없을 경우 행정 처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응급수술 동의나 연명의료 결정처럼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가족이 없는 환자는 의사결정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 프로토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설 입소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복귀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회적 관계망이 끊긴 상태에서 시설 생활이 장기화되면 사회 적응력 저하, 정신건강 악화, 고립 심화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누적된다. 이는 곧 탈시설 지원 제도에서 다시 배제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행 자립지원 점수제는 이 악순환을 제도적으로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립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평가 항목에 ‘가족 유무’가 포함돼 있어, 무연고자는 처음부터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립을 원해도 지원 선정에서 탈락하거나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