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참가 선수 이야기 ④] 기계로 다시 서고, 커피로 두 번째 인생 빚다
3D프린팅 이승주·바리스타 임영조,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무대에 선 두 도전자

2023년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강릉에서 개최되는 제4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두 선수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대회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465명의 선수들이 모여 40개 직종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는 자리로, 이들은 각자의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주인공들이다.
3D프린팅과 바리스타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두 사람은 장애를 넘어선 배움과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다.
경기도 대표 이승주 씨는 기계공고 출신으로 현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던 노동자였다. 그러나 8년 전 산업재해로 다리를 잃으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숟가락을 드는 자세마저 다시 배워야 했던 시절, 그는 극심한 절망을 이겨내고 재기의 길을 택했다. 전환점은 직업능력개발원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전직업능력개발원에서 기계 분야 훈련을 받으며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처음 접한 그는, 기술을 배우면서도 대회를 통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지역대회 입상 뒤 전국대회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그 경험은 오히려 다시 도전할 이유가 됐다. 현재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에서 훈련을 이어가는 그는 3D프린팅 직종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이의 벽을 넘어 기술을 무기로 삼아 취업까지 성공하는 것이 그의 최종 꿈이다.

부산 대표 임영조 씨는 바리스타 직종으로 두 번째 인생을 증명하려 한다.
그는 어린 시절 열병 후유증으로 소아마비를 앓아 보조기구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두 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쳐 스스로 걷는 힘을 되찾았다. 사회적 시선의 벽은 높았으나 그는 자영업에 뛰어들어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뤘다.
은퇴 후에도 배움은 계속됐다. 사진기능사, 드론교관, 포토샵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부산 드론안전관리단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동시에 헬스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지도하며 1천 시간이 넘는 자원봉사도 이어왔다. 그의 새로운 전환점은 커피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덜그럭거림과 로스팅 향에 매료된 그는 바리스타 훈련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부산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는 “부산의 향기와 열정을 한 잔의 커피에 담겠다”며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계와 커피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승주 씨와 임영조 씨는 장애를 한계가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두 사람의 뜨거운 도전이 강릉의 무대에서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