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애인 인권의 이정표, UN 장애인권리협약이란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1)
국제사회의 합의로 탄생한 보편적 권리장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서 협약의 정신이 어느 수준까지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여전히 미흡하다. 본지는 3회 연재를 통해 협약의 제정 배경과 의미, 선택의정서 비준 과정, 그리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사항의 이행 현황을 차례로 짚는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08년 5월 3일 발효됐다. 전문 25개 항, 본문 50개 조항, 선택의정서로 구성되며, 교육·노동·정치·문화·건강 등 생활 전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와 실질적 권리 보장을 명문화했다. 현재 190개국 이상이 가입한 이 협약은 국제인권 규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각국의 서명과 비준을 이끌어낸 협약으로 평가된다.
협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국제 사회의 논의가 바탕이 됐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 선포를 계기로 장애 문제가 유엔 의제로 본격화됐고, 이후 유엔은 「장애인 행동계획」과 「기회균등화 표준규칙」을 통해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문서는 권고 수준에 머물렀고, 각국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같은 시기 장애인 당사자 운동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요구가 협약 제정의 핵심 동력이 됐다.
2001년 멕시코의 제안으로 유엔 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각국 정부와 국제 NGO, 장애인 단체가 함께 참여한 협상 끝에 협약이 마련됐다. 협약 제3조는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 존중, 차별 금지,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 인간 다양성 존중, 기회균등, 접근성, 남녀 평등, 장애아동 권리 존중 등 8개 항을 기본 원칙으로 규정했다. 제4조는 당사국에 입법·행정 조치를 통한 차별 철폐, 합리적 편의 제공, 정책과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권리 고려 등을 의무로 명시했다. 이는 선언적 원칙에 그치지 않고 각국 정부에 법과 제도를 개혁할 구체적 의무를 부과하는 국제 인권 기준으로 작동한다.
한국은 2008년 12월 협약을 비준해 2009년 1월 국내에서 효력이 발생했다. 장애인 정책을 국제 인권 규범과 연계하는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협약과 함께 제정된 선택의정서 비준은 14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2022년 8월 31일 국무회의에서 비준안을 의결하고 2023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한 뒤, 같은 해 3월 3일 유엔에 비준서를 기탁했다. 발효일은 2023년 4월 2일이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이 자국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개인 구제 수단이 국내 절차에만 묶이지 않고 국제 기구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권리 구제 장치로 평가된다. 시민사회에서는 비준 지연이 장애인의 권리 구제 접근을 그만큼 늦춰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2년 한국 정부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한국장애포럼 등 시민사회 단체는 이후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