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까지 14년, 한국 사회의 숙제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2)
장애인의 권리 구제의 문을 여는 데 걸린 시간

22년 12월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하는 모습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동시에 채택된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오랜 기간 미뤄졌다. 2009년 1월 국내에서 협약이 발효된 이후 선택의정서가 비준된 것은 2022년 12월 8일로,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제도적·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얽혀 있었다.

선택의정서는 협약 당사국 내에서 권리 침해를 당한 장애인이 국내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다. 또한 위원회가 특정 국가의 체계적이고 중대한 권리 침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선택의정서 비준은 국내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서는 선택의정서가 ‘국가의 사법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위원회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론이 강했다. 아울러 국내 법·제도가 협약의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줄곧 비준을 촉구해왔다. 협약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감시와 권리 구제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OECD 회원국들은 협약과 함께 선택의정서도 신속히 비준해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켰다. 반면 한국은 국제인권규범의 ‘절반만 수용한 상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들어 상황은 변화했다. 정부가 국제 인권규범 준수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장애인 인권 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결국 같은 해 12월 국회가 선택의정서를 의결해 한국은 협약·선택의정서 모두를 공식적으로 수용한 100번째 비준국이 됐다.

비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택의정서 체제 안에서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감시와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이는 국내 장애인 권리 보장의 미비점을 국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동시에 제도를 개선하고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