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보는 지도 ‘촉각지도’를 아시나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상징하는 ‘흰 지팡이의 날’
정보 접근성 향상에도 관심이 필요

국립서울맹학교에 설치된 ‘서울 지하철노선 촉각지도'<사진=실로암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제공>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자립성, 사회참여를 홍보하고 장애 인식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흰지팡이의 날’이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보조도구이자 자립의 상징이다. 또한 사회가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해야할 물리적 환경, 제도적 보장, 배려와 인식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아가기 어려운 현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안내 표지판은 글자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고,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잡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촉각지도’가 주목받고 있다.

위치 인텔리전스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에스리(Esri)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도 제작 지침서 ‘촉각 지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도 제작(Tactile Mapping: Cartography for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s)’을 출판했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의 공간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도 제작 방법을 담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집필한 이론적 해설과 실제 사례 연구, 사용자 경험이 함께 수록돼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정밀 족각지도 제작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은 주요 관광지와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점자 촉각지도를 보급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청사 내 안내판을 촉각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시력인을 위한 고대비 색상 인쇄본과 디지털 촉각지도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권 보장은 접근권 보장과 맞닿아 있다”며 “손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흰 지팡이의 날’을 기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흰 지팡이의 날’ 하루만을 기념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계 없이 이동하고 손끝으로도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여전히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