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광장에 모인 ‘일하는 가치’…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생산품 박람회 가보니
전국 56개 장애인표준사업장 제품 전시·판매와 우선구매 촉진
“함께 만드는 가치, 함께 누리는 행복” 슬로건 아래 장애인 고용의 현실과 가능성 보여줘

6일 오전, 서울광장을 빙 둘러 쳐진 천막 아래로 생활용품과 미술작품, 정갈한 유니폼이 줄지어 진열됐고, 잔디밭 위 로봇개가 뛰어노는 광경에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것 참 편해보이네요”
한 시민이 약달력 앞에서 넓직한 포켓을 만지작거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양한 팝업북 앞에서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구경하는 시민도 있었다.
‘2025년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활성화 박람회’가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최하고 (사)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함께 만드는 가치, 함께 누리는 행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국 56개 장애인표준사업장이 참여했다. 생활용품, 미술작품, 유니폼부터 식판세척, 청소 등의 용역 서비스, 안면인식 자동회의 중계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들이 시민들에게 선보였고 현장 구매와 체험도 가능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고 장애 친화적 근무환경을 갖춘 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인증을 받아 운영된다. 인증을 받은 사업장은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비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지만 품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영리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정은 (사)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협회 사무국 차장은 “전국에 약 820여 개의 표준사업장이 있지만 제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원조차 어디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홍보 예산이 일반회계가 아니라 공단 기금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오 차장은 “이번 박람회는 제도를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전에도 비슷한 박람회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차장은 “이전에는 일반인의 참여가 없었다. 주로 공공기관만 대상으로 했다. 도청이나 시청 로비같은 곳. 이번엔 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시민과 외국인까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표준사업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한 기업 중 약달력과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마리우’의 서말희 대표는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다가 생계를 위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OEM으로 제작을 맡겼는데 문제가 생겨 직접 생산을 시작했다. 한 명씩 장애인을 고용하며 공정을 나눴다. 제품 하나하나에 직원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며 제품을 만지작거렸다.
서 대표는 “마리우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장애인 근로자들이 스스로 만든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