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접근성 완화에 정부-장애계 정면충돌…”실효성 vs 권리후퇴”

정부 “의무사항 대폭 축소, 소상공인 부담 완화” 장애계 “기본권 후퇴, 위헌 소송 불사”

지난 9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은 정부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설치 의무에서 소상공인과 소형 기기를 예외로 두려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즉각 반발하며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정부가 키오스크 설치 기준을 간소화한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장애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를 “현장 실효성을 높이는 합리적 개선”이라 설명했지만, 장애인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의 첫 권리 후퇴”라 규정하며 위헌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무사항 대폭 축소다. 기존에는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하는 모든 사업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증기준 준수, 휠체어 접근성 확보, 시각장애인용 바닥재 및 점자블록, 음성안내장치, 한국수어·문자·음성 서비스 제공, 이용 안내문 게시 등 6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과기부 검증기준을 충족한 단말기 설치, 음성안내장치 설치 등 두 가지만 의무화됐다. 복지부는 “기존 기준이 중복되고, 임차사업자가 건물 구조를 임의로 바꾸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핵심 쟁점은 소상공인 예외 조항이다. 면적 50㎡ 미만의 매장이나 소상공인은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보조 인력이나 호출벨, 스마트폰 연동 소프트웨어 설치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의 70% 이상이 직원 주문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 조치로 전국 6만여 소상공인 매장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애계의 시각은 정반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장애계의 거듭된 반대에도 개정을 강행했다”며 “장애인의 헌법상 접근권을 침해한 위헌적 조치”라고 규탄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대법원이 ‘1층이 있는 삶’ 소송에서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라 판결한 점을 언급하며, 복지부가 그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예외 조항이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부가 ‘테이블오더형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도 예외로 인정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상점에서 장애인이 독자적으로 기기를 사용할 권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인적 지원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함에도 정부는 기술적·재정적 지원 없이 편의 제공 의무를 면제하는 길만 열었다”며 “이것은 행정 편의를 이유로 한 차별의 제도화”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강화’라는 큰 틀에서 추진됐다고 반박한다. 복지부 손호준 장애인정책국장은 “과기부 검증기준을 준수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음성안내장치 의무화로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 ‘접근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모든 공공·민간 사업장이 2026년 1월까지 새 기준에 따라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장연은 “정부가 ‘예외’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한 구역을 넓히고 있다”며 “이는 평등권과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재반박했다. 단체는 시행령 중단과 함께 최소 2~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지원 예산’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