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8)시각장애인의 여가제약 요인과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에 관한 종단연구
여가활동이 시각장애인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고유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논의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환경적 요인이 초기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 연구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 1차(2018)부터 4차(2021)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성인 시각장애인 368명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해 시계열적인 변화와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연구 결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는 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중증 시각장애인의 초기 만족도 수준은 경증 시각장애인보다 낮았으며, 경제적 어려움, 거주지역의 접근성 부족, 장애인서비스 이용의 불편 등이 초기 만족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집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만족도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초기 만족도가 높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여가활동 만족도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사회적 자원과 환경적 조건이 여가활동의 선택과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가활동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 편의성 확대, 지역 기반 여가시설 접근성 개선, 장애인서비스 이용 절차의 간소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일상 여가 경험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참여 기회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 연구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여가활동 제약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해석하기 보다 물리적 제약과 사회·문화적 제약까지 함께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며”제도적 차원의 정보 접근성 확보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여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