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 전면 폐지…장애인 의료접근성 개선 기대

가족 소득 간주 규정 내년 1월 폐지…정신건강·간병 지원도 확대

<사진=Unsplash>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제도상의 부양비를 내년 1월 폐지하기로 하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 자격 산정 시 적용해온 부양비 규정을 2026년 1월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을 수급자 소득으로 간주해 의료급여 대상 여부를 판단해온 제도로, 2000년 도입 이후 26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국비 기준 내년 의료급여 예산을 전년 대비 1조 1500억원 늘어난 9조84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예산에는 부양비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자 진료비, 정신질환 관련 수가 개선,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비용 등이 포함됐다.

부양비 폐지로 가족과 실제 교류가 없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1인 가구 등이 수급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정신건강 분야도 확대된다. 개인 상담치료 급여는 주 최대 2회에서 7회로, 가족상담은 주 1회에서 최대 3회로 늘어난다.

중증·응급 정신질환자 대상 초기 집중치료 수가가 신설되고 입원료도 인상된다.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은 하반기 중 추진된다. 복지부는 중증 장애인의 장기 입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부담 차등제도 도입된다. 연간 외래진료 365회 초과 이용 시 본인부담률을 30%로 상향하되, 중증장애인·산정특례 등록자·아동·임산부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여전히 일부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있어 실효성을 위해 추가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상반기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폐지 이후 신규 수급자 발굴·안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의료·복지자원 연계, 정신건강 서비스 인력 확충, 예산의 지속가능한 운용 등도 과제로 제시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에게 실제로 받지 않는 소득을 ‘있는 것처럼’ 간주해 치료받을 권리를 가로막아왔던 불합리한 제도가 사라진다”며 “‘건강권은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비로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폐지가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확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수급 절차 정비와 지역 인프라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