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잇따른 참사 속에서 드러난 돌봄 공백,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

매년 끊이지 않고 들리는 비극적인 뉴스가 다시 한번 전해졌다.
지난 11일, 용인에서 40대 부친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고, 차량 안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9살 아들이 비닐에 싸인 채 사망한 비극이 확인되었다. 이 비극은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한계가 끝내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사회적 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20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특수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돌봄 공백이 장기화되던 시기에 발달장애 고등학생 아들과 어머니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유서에는 돌봄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비극의 배경으로 지적됐다.
2022년 6월 15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어머니와 발달장애를 가진 6세 아들이 함께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장기간 누적된 돌봄 부담과 고립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당시 장애인 가족 단체들은 “위험 신호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공적 개입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장애인 가족이 겪는 극단적 상황은 우발적이지 않다. 발달장애 가족은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교육과 치료 비용 부담, 보호자가 사망한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다.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은 점점 사회와 단절되고, 도움을 요청할 통로조차 찾지 못한 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와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 구축하고 24시간 긴급돌봄과 가족 휴식 지원 및 생애주기별 자립 지원이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가정에 대해 복지·의료·교육이 연계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가족의 절박함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미 이르렀다. 반복되는 죽음이 말해주듯,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과 행동이다. 장애인 가족 역시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점을, 사회와 국가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