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의 첫걸음
외적 보상을 통한 일시적 반응 보다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삶의 변화 유도가 중요

발달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Person Centered Active Support)’이 새로운 지원 원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개념은 장애인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인식해 온 기존 돌봄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를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주체로 존중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은 1980~1990년대 영국과 호주에서 시작됐다. 당시 연구자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과 보호시설에서 일상생활을 수동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상의 상당 부분이 ‘대신 해주는 돌봄’으로 이루어지면서, 선택과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영국의 짐 맨셀(Jim Mansell) 등을 중심으로 ‘액티브 서포트’ 개념이 등장했고, 지원 방식을 조정하면 중증 장애인도 일상 활동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됐다.
여기에 1990년대 이후 확산된 사람중심 접근이 결합되면서 현재의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 개념이 정립됐다. 이는 서비스의 효율이나 기관 운영 중심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선호, 생활 방식을 기준으로 지원을 설계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보호와 통제 중심의 돌봄이 아닌, 장애인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 전환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된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책 논의와 현장 실천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장에서는 일부 장애인종합복지관과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개인별 일과 재구성, 소규모 지원팀 운영, 이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한 지원 방식 전환 등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인력 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 서비스 제공량 중심의 행정 평가 체계 등은 여전히 실천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16일, 온라인 공유회를 통해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을 국내 현장에 소개하고 실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공유회는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 모델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부에서는 최미영 관장이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의 의미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고, 2부에서는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들이 통합돌봄 현장에서 경험한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최미영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당사자가 의미있는 활동과 관계에 참여하도록 돕는 접근은 당사자가 스스로 가치 있고 유능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며, 긍정적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사람중심 적극적 지원은 아직 국내 장애인 복지 전반에 보편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개념은 장애인 복지가 ‘얼마나 돌보는가’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