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4)서울대학교병원, 중장년 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 제공
나이는 장벽 아닌 자산, 서울대병원서 ‘인생 2막’ 연 중장년 장애인
장애와 상관없이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무기계약직 고용 사례 주목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중장년층은 연령 장벽과 장애로 인한 노동시장 차별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취업 기회가 더욱 제한되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은 중장년 장애인들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전체 고용률은 2023년 기준 약 37%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 장애인의 경우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기 일자리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 장애인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는 연령 제한과 직무 경험 단절, 직무 재교육 기회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와 총무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은주 씨와 박병준 씨의 사례는 중장년 장애인 고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직무를 맡고 있지만 안정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며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마련했다.
임은주 씨는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약품과 주사용품 정리, 소독 관리, 바인더 정리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임 씨는 과거 단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반복하며 고용 불안을 겪어왔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지금은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안정감이 크게 달라졌다”며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잘 해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서울대학교병원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안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병원을 찾는 방문객에게 첫 안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이전 직장에서 경험했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비교하면 현재의 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한다. 박 씨는 “규칙적인 근무 덕분에 퇴근 이후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할 여유도 생겼다”며 “이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취업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센터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모의 면접까지 취업 준비 전 과정을 지원하며 중장년 장애인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 특히 청각장애로 면접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임은주 씨와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박병준 씨는 센터의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채용 과정에 대비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장애인의 고용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직업재활 분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비교적 다양한 직무를 보유하고 있어 중장년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경험과 성실성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직무를 확대할 경우 중장년 장애인의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민간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8%로 설정돼 있으며, 일부 공공기관은 이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고용 노력은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임은주 씨는 재취업을 고민하는 중장년 장애인들에게 적극적인 도전을 권했다. 그는 “중장년에게는 오랜 경험과 성실함이라는 강점이 있다”며 “취업 지원 기관의 교육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 역시 현재의 일터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 즐겁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오래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장년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단순한 취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개인에게는 경제적 자립과 삶의 안정으로 이어지고, 사회적으로는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복지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두 중장년 장애인의 사례는 경험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장애인 고용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