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5천 명으로 커진 장애인 일자리… 민간 취업은 뒷전, 공공 일자리만 비대화
내년 예산 투입 일자리 역대 최대… ‘자립’ 대신 ‘회전문 참여’ 고착화 우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6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안내에 따르면 내년도 장애인 일자리 규모는 총 3만 5846명으로, 올해보다 2300명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장애인 일자리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민간 취업과 자립을 이끄는 본래의 고용 기능은 뒷전으로 밀린 채 선심성 복지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일반형, 복지시설 환경 정비 등을 맡는 복지 일자리, 안마사나 요양보호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특화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형 전일제 근로자의 내년 임금은 월 215만 688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1인당 월 24만 원이 넘는 운영비도 별도로 지원된다.
문제는 이 같은 공공 일자리가 장애인의 직무 역량을 키워 민간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 참여 기간이 끝난 뒤 다시 다른 공공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예산으로 생계를 보전하는 소득 보조 성격에 머물면서 ‘회전문 참여’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6년 지침을 통해 선발 과정과 복무 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선발위원회 구성 요건을 강화해 외부위원 참여를 의무화했고, 65세 이상 고령 참여자가 3년 연속 참여할 경우 감점을 적용하는 규정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정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비대해진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 절차만 늘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위원 수당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 비해 실질적인 구조 개선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고령자 반복 참여에 대한 감점 역시 실효성 논란이 크다. 장애인 일자리가 일부 인원에게 장기간 고착돼 왔다는 문제의식은 드러났지만, 5% 수준의 감점으로는 구조적인 독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무 규정 완화도 도마에 올랐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었고, 병가 증빙 기준도 완화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연속 5일 초과 시에만 증빙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일주일 가까이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가 민간 기업보다 더 후한 근로 조건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 취업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공공 일자리 참여 기간 중 취업 상담이나 면접에 참여한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보다는 형식적인 지표 관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 일자리와 구직 활동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구조가 오히려 공공 부문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1년짜리 공공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산업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 교육과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 유인책”이라며 “공공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방식이 계속되면 장애인의 정부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