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색동원과 안성 장애인 시설 사건이 드러낸 ‘가면 뒤의 복지’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성폭력, 처벌 뒤에 남은 구조적 공백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인천 강화군의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며, 장애인시설 내부 성폭력의 실태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 입소했거나 과거 거주했던 여성 중증장애인 19명이 원장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자였다. 이들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6년까지 시설에 거주하며 가해자에게 장기간 노출돼 있었다.

피해자들은 방과 소파, 시설 내 카페 등 구체적인 범행 장소를 지목했고, 다른 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거나 신체 동작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사례도 포함됐다. 일부 피해자는 시설 원장을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보호자의 가면을 쓰고 저지르는 범죄가 얼마나 큰 배신감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수사에 착수했으나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의 요구로 강화군이 대학 연구팀에 조사를 의뢰한 후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다. 그러나 군이 이를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피해 규모와 실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경기도 안성의 장애인시설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1심 판단이 내려졌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해당 시설 종사자가 입소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함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7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시설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며 피해자를 보호·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정신적 장애로 항거가 어려운 상태를 이용해 2022년 6월 수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범행 장소는 시설 내부 화장실과 차량 등 일상적인 공간이었으며, 이는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안성 사건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당 시설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는 현행 시설 평가 제도가 거주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보다는 서류 중심의 행정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색동원 사건과 안성 판결은 장애인시설 성폭력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폐쇄적인 운영 구조와 형식적인 관리·감독 속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내부 종사자 본인이 내부를 감시하는 체계, 외부 감시의 부재, 피해자의 의사 표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고·조사 시스템은 범죄를 장기간 은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과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성폭력이나 중대 학대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최우수 등급 박탈과 시설 폐쇄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변호사와 인권 전문가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민관 합동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