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이지 않는 바다를 건넌 항해, 일상의 항해에서도 기적을…
시각장애인 항해사의 태평양 횡단
‘기적’에 묻힌 현실의 장애인들도 고려해야

완전한 시각장애를 가진 일본인 항해사 이와모토 미쓰히로가 태평양을 건넜다는 소식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항까지 약 1만4천 킬로미터를 중단 없이 항해한 그의 도전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로 소개됐다. 언론은 앞다퉈 그를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호명했다.
그러나 이 항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극복 서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보인다. 이와모토는 혼자 항해하지 않았다. 항해 내내 동행한 항해사가 바람의 방향과 장애물, 항로 상황을 음성으로 전달했고, 정교한 항해 장비와 위성 통신 시스템이 뒷받침됐다. 한 차례 실패 끝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구조 체계와 국제적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모토의 성공은 개인의 의지와 용기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장애가 더 이상 불가능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많은 보도는 이 항해를 ‘기적’으로 포장한다. 문제는 이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건을 갖추지 못한 수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이 이야기는 ‘당신도 저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는 질문으로 되돌아올 위험을 안고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태평양을 건널 기회는커녕, 일터로 이동할 교통수단과 안정적인 소득, 접근 가능한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예외적인 성공이고, 그 예외는 종종 다수의 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된다.
이와모토의 항해가 진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장애를 극복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개인이 아닌 사회를 향한다. 장애인의 가능성은 개인의 각오가 아니라, 사회가 제공하는 선택지의 폭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 항해는 분명히 보여준다.
이와모토 미쓰히로가 2027년에 태평양 단독 무기항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도전정신과 장애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무한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태평양 만큼이나 넓고 험한 ‘일상’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항해를 이어나가는 나머지 모든 장애인들에게도 같은 양의 응원과 박수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