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결핍이 아닌 강점”…신경다양성 인재, ‘치료 대상’ 아닌 노동시장 새로운 변수로
자폐·ADHD 청년 채용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늘고 인사동선 미술상 전시회
발달장애인 취업률 30% 그쳐…일자리 설계부터 달라져야

자폐 스펙트럼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닌 ‘다른 방식의 사고’로 받아들이는 신경다양성 개념이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이들 청년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예술계는 독창적 감각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여전히 30%에 머물러 있어, 기업의 인식 전환과 함께 일자리 설계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청년들의 특성과 강점에 맞는 일을 찾고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로 두 번째 신경다양성 청년 적합일자리 지원사업을 모집하는 사단법인 씨즈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사업은 경계선지능, 자폐 스펙트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신경다양성 특성을 가진 19~39살 청년 15명을 선발해 3개월간 온라인 홍보물 제작, 소프트웨어 품질 검사, 데이터 처리 등의 일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참여 청년들이 공익재단 홈페이지 개발을 돕거나 장애인 활동보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냈다.
신경다양성은 자폐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학적 결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뇌 신경의 다양성으로 보는 개념이다. 이들의 특성을 교정 대상이 아닌 강점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런 관점이 채용 현장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꼼꼼히 처리하거나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는데,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이런 업무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케이시디에프 갤러리에서는 제4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전시회 ‘신낭만사회’가 열렸다. 자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증후군 등 신경다양성 작가 13명이 출품한 회화와 도자 작품 38점이 전시됐다. 대상을 받은 심규철 작가의 작품에는 팔이 네 개인 사람과 두 개인 사람이 함께 거리를 걷는 파리 풍경이 그려져 있다. 다름이 차별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손영옥 총괄기획자는 “시혜적 시선을 넘어 미술적 관점에서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는 동시에 장애 예술이 현대미술에 던지는 신호를 논의하는 담론 생성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국내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30% 수준에 그친다. 비장애인 취업률 6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기업들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매년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정작 신경다양성 인재를 위한 적합 직무 개발에는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이 ‘일자리 설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업무 지시를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집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신경다양성 인재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비장애인 직원의 업무 효율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정보기술 기업들은 보안 감시나 소프트웨어 품질 검사 등 고도의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 신경다양성 인재를 배치해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씨즈 측은 “올해는 제주 지역에서 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내 일자리 매칭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서로 돌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일을 찾고 완수할 수 있도록 실무 코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