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마지막 단추, 주거에 대한 해법은…
공동생활가정·지역사회 정착 위한 핵심 제도
안정적 운영과 전문 인력 양성이 과제

발달장애인의 삶에서 가장 큰 불안은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는 순간이다. 부모가 중심이 된 가족 돌봄 체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여전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발달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룹홈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소규모로 함께 생활하며 일상생활 능력을 키우는 공동생활가정 형태의 주거 지원 제도다. 대규모 거주시설과 달리 일반 주택에서 4~6명의 장애인이 생활하며, 사회복지사의 지원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호 중심의 시설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발달장애인 복지정책의 필수 요소로 평가된다.
아무리 직업훈련과 일자리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안정적인 주거 기반이 없으면 자립은 불가능하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현실이 반복되는 이유다. 그룹홈은 일과 생활을 연결하는 안전한 거점이 되어 발달장애인이 직장과 사회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자립도 현실이 된다.
그룹홈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일상의 회복이다. 발달장애인은 대규모 시설보다 익숙한 주거환경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고,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 여가활동 참여와 같은 평범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도 커진다. 이러한 과정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훈련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 그룹홈의 공급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 따라 이용 가능한 시설 수가 크게 부족하고, 입소 대기 기간이 길어 많은 가정이 불안을 안고 있다. 운영 예산의 불안정성, 인력 부족, 지역사회 인식 부족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그룹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운영을 책임지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이들이 바로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다. 이들의 전문성과 헌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발달장애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정적인 처우와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일 역시 그룹홈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홍연희 아가페 주간활동센터 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그중에 보호자가 사라진 이후 홀로 살아갈 걱정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룹홈이 그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믿고 맡길만한 인력을 양성해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가족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지역사회 기반의 주거 인프라를 확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룹홈 확대는 복지 서비스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부모가 평생 돌보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룹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제도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자립을 향한 첫걸음은 안정적인 그룹홈 기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