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진료 거부, 어디까지 허용될까…현장 혼란과 정책 과제

“현장 혼란과 법적 공백…장애인 의료 접근권의 과제”

<사진=AI Perplxity 생성 이미지>

전남 무안의 한 산부인과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50대 A씨가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장애인 접근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씨는 지난해 병원 접수 단계에서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무안군보건소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4개월간 수사 끝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병원의 진료 거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모든 환자를 반드시 진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병원 측의 진료 거부 사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과 현장 판단의 괴리를 드러낸다. 장애인을 이유로 의료 접근을 제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 사건, 일부 산부인과에서 장애 여성의 임신·출산 진료를 기피한 사례 등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이들 사례를 분석하면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첫째, 시설·공간·인력 부족을 이유로 접근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나 상업시설에서 장애인 편의 시설이 미비하다는 점을 ‘정당한 사유’로 내세워 진료나 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반복된다. 둘째,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의료법과 장차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지만, 어떤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는 현행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현장 판단이 엇갈린다. 셋째,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 부족이 문제다. 현장 직원이나 의료진이 장애 특성, 보조 지원 가능성, 대체 접근 방법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접근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의료 접근권과 사회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 범위를 법령이나 시행규칙 수준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의료기관이나 상업시설에서 공간·시설 부족이 이유인 경우에도 **대체 조치(보조 인력 지원, 장비·시설 개선 등)**를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지침이 필요하다. 둘째, 의료인과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이해 교육과 현장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하거나 표준화해야 한다. 셋째, 장애인 접근권 침해 시 신속한 신고와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서미화 국회의원은 “의료기관들이 여건 미비나 시설 부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를 내세우는 것이 문제”라며, “장애인을 차별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무안 사례는 단순히 한 병원의 진료 거부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장애인 접근 제한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와 법적 모호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사회 전반의 장애 인식과 정책 대응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정책적 보완과 현장 적용이 이루어질 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