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경계선지능인 5개년 계획, 일자리 중심 정책은 여전히 과제

생애주기별 63억 투입 계획 발표했지만 고용 연계 구체성 부족 지적도

정책 비전 및 추진 전략 <자료=부산시 제공>

부산광역시가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국내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수립했다. 2030년까지 63억 원을 투입해 진단부터 자립까지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종합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3대 전략과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지능지수 71에서 85 사이에 해당하는 경계선지능인은 전 국민의 약 13.59퍼센트로 추정되지만, 법적으로 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아 교육과 복지에서 배제돼 왔다.

시는 우선 진단 체계 구축에 나선다.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보조 진단도구를 개발하고, 1인당 최대 30만 원의 검사비를 지원한다. 개인별 지원 이력을 관리하며 교육과 복지, 심리, 고용 기관 간 협력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도 강화된다.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사회성과 정서 발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는 고향사랑기금 5000만 원을 활용해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며 단체 활동을 통한 사회성 향상도 꾀한다.

청년에게는 진로탐색부터 직장 체험, 일 경험까지 단계적 자립 지원이 이뤄진다. 시는 올해부터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총 3억 3800만 원 규모로 청년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진로컨설팅과 자립교육, 일 경험 지원을 통해 사회 적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성인기 경계선지능인을 위해서는 생활 안정과 사회참여 지원이 제시됐다. 독립적인 생활을 돕기 위한 일상생활 기술 교육과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다양한 활동 참여를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인력 양성과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 지역사회 인식 개선 사업도 포함됐다. 시는 경계선지능인 통합지원센터를 설치 및 운영하며, 대상자 중심의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기만 하기엔 우리 곁에 느린 학습자들이 겪는 소외와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라며, “우리의 이웃인 경계선지능인들이 부산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공동체 부산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자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안에는 지역 기반 고용 지원과 일자리 발굴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이나 기업 참여 방안, 고용 유지를 위한 사후관리 체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청년 대상 3억 3800만 원 규모의 지원사업도 진로컨설팅과 일 경험 제공에 집중돼 있어, 이것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인지는 불분명하다. 부산 지역 복지 현장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기업과의 연계, 직무 개발, 직장 내 지원 인력 배치 등 실질적인 고용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인기 생활 안정 및 사회참여 지원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30대 이후 중장년 경계선지능인의 직업 재교육이나 고용 유지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5개년 계획이지만 연령대별 고용 목표나 취업률 지표가 제시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통합지원센터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계획안에는 경계선지능인 통합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이 포함됐지만, 센터의 역할과 인력 구성, 예산 배분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시 측은 매년 실태조사와 정책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용 분야는 관계기관 합동 협의체를 통해 실질적인 일자리 발굴과 연계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2023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 10여 개가 계류 중이지만, 입법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계선지능인 지원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진단과 교육뿐 아니라 고용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부산시의 이번 5개년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