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민원창구에 ‘히어링 루프’ 설치… 국내 확산 초기 단계 속 의미 있는 첫걸음

성동구 스마트쉼터·독립기념관 영상관 등 일부 선도 사례 이어져
청각 접근성 인프라 확대 필요성 커져

<사진=나주시 제공>

전라남도 나주시가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의 민원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청취 보조 장치인 ‘히어링 루프(Hearing Loop)’를 민원 현장에 도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기술이지만 일부 지자체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도입이 시작되고 있어, 청각 접근성 개선 정책의 흐름 속에서 주목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나주시는 시청 시민봉사과 민원실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4곳인 남평읍, 노안면, 영산동, 빛가람동 민원창구에 히어링 루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청각장애인과 난청 시민이 민원 상담 과정에서 겪는 의사소통 불편을 줄이고 행정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히어링 루프는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이 주변 소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상대방의 음성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청취 보조 시스템이다. 민원 창구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음성이 전기 신호로 변환된 뒤, 공간에 설치된 루프를 통해 자기장 형태로 전달되면 보청기 내부의 텔레코일 기능이 이를 수신해 다시 소리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잡음이 크게 줄어들어 상담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히어링 루프 보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국적인 설치 의무 기준이나 통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지자체와 기관이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공공서비스 접근성 개선 정책과 맞물리며 점차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 성동구의 스마트쉼터 사업이 꼽힌다. 성동구는 청각 약자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버스정류장 스마트쉼터에 히어링 루프를 설치해 현재 4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단일 지자체 기준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도입 사례로 평가된다. 이 장치는 버스 안내 음성을 주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명확하게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시설 분야에서도 도입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은 국내 영상관 가운데 처음으로 히어링 루프 시스템을 설치해 청각 약자가 영상 콘텐츠를 보다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사업은 정보 접근성 개선과 함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교통·문화·행정 분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원창구 등 행정 현장에서의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나주시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에서는 히어링 루프가 이미 공공시설의 기본 장치로 자리 잡은 사례가 많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공항, 기차역, 공연장, 법원, 학교 등 다양한 시설에 청취 보조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요구하거나 권고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설치 여부를 표시하는 표식을 통해 이용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도 정착돼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히어링 루프와 같은 청각 지원 장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난청은 노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로, 청각 정보 접근성이 곧 일상생활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히어링 루프 설치를 계기로 청각장애인과 난청 시민의 행정 이용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계자는 “히어링 루프 설치로 청각장애인과 난청 시민이 보다 편리하게 민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편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히어링 루프가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설비에 머물러 있지만, 일부 지자체의 선도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공서비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행정 현장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교통과 문화시설로 확산될 경우,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난청을 겪는 고령층까지 포함한 보다 넓은 시민층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