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제도 18년, 자립의 토대에서 지속가능성의 시험대로
도입은 권리 보장을 위한 전환점이었지만 인력난·노동환경·서비스 공백 문제 여전
제도 전반의 구조 개편 요구 확산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활동지원제도가 시행 18년을 넘기며 복지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력 부족과 서비스 공백 등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제도 도입의 역사적 배경과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한계,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2011년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중증장애인의 시설 중심 보호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자립생활 운동은 제도 도입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당시 중증장애인이 가족이나 시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사회적 고립과 빈곤 문제로 이어졌고, 이는 국가 책임에 기반한 개인별 지원체계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장애인의 신체활동, 가사활동, 이동지원 등을 국가가 일정 시간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제도 시행 초기 약 3만 명 수준에서 2023년 기준 13만 명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제도가 장애인의 일상 유지와 사회 참여 확대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도 확대와 함께 다양한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활동지원사 인력 부족이다. 서비스 이용자 수는 증가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할 인력 확보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서비스 연계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 농어촌 지역에서는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서비스 이용 시간이 배정되더라도 실제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노동환경 역시 주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활동지원사는 고령자 비율이 높고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수행하지만,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이동 부담, 감정노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직무 만족도가 낮아지고 이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서비스 질 저하와 이용자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행정적 혼선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비스 제공 범위와 인정 기준이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모두 불편을 겪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가 사후적으로 부정수급으로 판단돼 급여 환수나 자격정지 처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제도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활동지원사의 산업재해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지며 안전망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시간 산정 방식이 실제 생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다. 장애인의 상태와 생활환경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전가하거나 시설 입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제도 취지와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편적인 제도 보완을 넘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활동지원사의 처우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성 확보, 교육과 경력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직업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도 요구된다. 농어촌과 도서지역 등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센티브 제공이나 공공 인력 운영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활동지원사를 채용하거나 공공기관 형태의 지원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비스 시간 산정 방식의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개인별 생활환경과 사회활동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일상생활뿐 아니라 교육·취업·사회참여 활동까지 고려한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단순한 생존 수준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으로 확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제도이자 지역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제도 도입 이후 장애인의 외출과 취업, 교육 참여 기회가 확대된 것은 분명한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다만 인력 부족과 노동환경, 행정체계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제도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