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의 성패는 ‘직무 설계’에 달렸다… 경험한 기업일수록 능력 평가 높아
e스포츠·AI 농업로봇 등 새 직무 잇따라 등장
단순 채용 넘어 맞춤형 일자리로 전환

장애인을 실제로 고용한 기업일수록 장애인의 업무능력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난 가운데, 최근 기업 현장에서는 기존 직무에 단순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특성에 맞춘 직무를 새롭게 설계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 고용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전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KODDI 통계 뉴스레터’에 따르면 장애인을 고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미고용 기업에 비해 장애인의 업무 수행 능력과 직무 적응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비율이 나타났다. 실제 고용 경험이 축적될수록 업무 수행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줄어들고, 현실적인 평가가 가능해지는 구조가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최근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위해 직무 자체를 새롭게 개발하는 흐름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업무에 장애인을 단순 투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업무를 세분화하거나 기술을 접목해 장애인이 수행하기 적합한 역할을 별도로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통업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직무 개발이 꼽힌다. 쿠팡은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 직무를 신설하고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 등을 가진 선수들을 채용했다. 이 직무는 기존의 물류나 사무 중심 직무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강점을 반영한 새로운 직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직무개발이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추진한 직무개발 사업에서는 ‘인공지능(AI) 농업로봇 오퍼레이터’와 같은 새로운 직무가 발굴됐다. 이 직무는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이 미래 산업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기술 변화에 대응한 직무개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직무개발이 병행된 고용은 기업 내부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을 위한 직무가 구체적으로 설계될수록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이는 조직 내 협업에 대한 신뢰 형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직무 설계 과정 자체가 장애인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기업과 외부 전문기관이 협력해 장애인 맞춤 직무를 공동 설계하는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직무 분석과 훈련 과정을 체계화해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모델이 등장하면서, 초기 고용에 대한 기업 부담 역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직무개발 사업을 통해 최근 한 해 동안 수십 건의 신규 직무가 발굴되며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여전히 업무능력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갖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험 부족이 인식의 한계로 이어지고, 다시 고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장애인 고용 경험이 인식 변화를 이끌고, 여기에 직무개발이 결합될 때 고용 확대의 기반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채용 숫자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장애인의 역량과 산업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직무 설계가 병행될 때, 장애인 고용은 기업의 부담이 아닌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