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집 기획] 편견의 가격 下-일할 권리, 이제는 로드맵이 답해야
의무고용률 상향·2700억 지원·기술 혁신… 정책·현장·문화 삼각축 본격 가동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 고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장애인 고용은 시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편견을 붙들고 있는 동안 매년 14조 원이 넘는 비용이 공동체의 재정에서 새어 나가고 있다.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장애인 고용 문제를 ‘복지의 언어’가 아닌 ‘경제의 언어’로 다시 읽었다. 이번편에서는 2029년까지 이어지는 정책 로드맵과 기술·문화의 변화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를 조망했다. 장애인이 일터로 나올 때 사회적 비용은 줄고, 기업은 성장하며, 공동체는 지속가능해진다. ‘편견의 가격’을 더 이상 치르지 않을 선택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편집자주]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 2025년 이후 노동시장에서 다양성 확보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고용 촉진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민간 기업 3.1%, 공공 부문 3.8%인 법정 의무고용률은 2027년 각각 3.3%와 3.9%를 거쳐 2029년에는 3.5%와 4.0%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이 조정만으로도 앞으로 4년간 민간에서 약 3만 명, 공공에서 3,000명 등 총 3만 3,000개 수준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장애인 고용은 더 이상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경영 전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가 발표한 2025년 장애 포용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평등지수(DEI) 상위 100개 기업의 총주주수익률은 S&P500 평균을 1.6배 웃돌았다. 연평균 수익률로는 포용 상위 기업이 14.0%를 기록한 반면 S&P500 평균은 8.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적 가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 인식의 대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현장의 지표를 보면 정책적 과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집계한 2024년 말 기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공공·민간 사업장 3만 2,692곳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3.21%였다. 전년 3.17%보다 0.04%포인트 오르며 법정 목표치를 0.11%포인트 웃돈 수치다.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29만 8,654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이 10만 6,866명을 차지해 고용 구조의 다양성도 넓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통계청이 집계한 전체 인구 고용률이 70.0%를 기록하는 동안 장애인 고용률은 48.4%에 머물러 21.6%포인트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표준사업장 확대 등을 통해 2024년 기준 797개소에서 장애인 1만 8,115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 비율은 79.9%로 4년간 68%가 늘었다.
숫자 이면에는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일터를 찾아온 사람들이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모 씨는 3년 전 한 제조업체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비장애인 동료들과 소통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으며 공정 이해도가 높아졌고, 지금은 품질 점검 라인에서 가장 낮은 오류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엔 내가 짐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팀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일터의 변화는 통계 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먼저 시작된다.
재정 투자 역시 실질적인 고용 유지와 맞춤형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6년 장애인 근로지원인 지원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 2,705억 원으로 확정됐다. 전년 대비 증액된 규모로 이를 통해 1만 1,700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 보조 인력을 지원받는다. 특히 발달장애인 지원 등 맞춤형 고용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출퇴근 장벽을 낮추기 위한 교통비 지원 예산도 85억 원으로 편성돼 1만 5,000여 명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보조공학기기 보급 예산 2ㄹ00억 원이 투입돼 착용형 로봇 등 첨단 기기 도입을 지원한다.
기술의 진보는 고용의 물리적 한계를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노트 같은 실시간 음성-문자 변환 서비스는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고, 사피언스의 증강현실 기반 업무 솔루션은 발달장애인의 직무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들은 채용 단계부터 웹 접근성을 확보하고 사무실에 높낮이 조절 책상 등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며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비장애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포용 교육은 조직 내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기술과 예산이 뒷받침되더라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한계는 분명하다. 현장의 장애인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서의 인정이다. 고용 현장에서 만난 한 장애인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업무 성과로 정당하게 평가받고 함께 고민하는 동등한 동료로서의 대우”라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에 화답하듯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기업 제품에 ‘굿잡’ 라벨을 부착해 가치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안돼 도입 검토 단계에 들어섰다.
정책과 기술, 문화의 세 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가 의무고용률 상향과 2,700억 원이 넘는 지원 예산으로 토대를 다지고, 기업이 기술 혁신으로 환경을 조성하며, 시민들이 문화로 지지할 때 장애인의 일할 권리는 우리 경제의 포용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 일부의 성공 사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일하는 미래, 그 로드맵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