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흔들릴수록 커지는 생활 부담… 고물가 시대, 장애인 가구의 이중 압박

소득은 전체 가구의 83.5% 수준, 필수지출 비중은 더 높아
국제유가 상승발 물가 불안 속 장애인 빈곤율 35.7%로 격차 심화

<사진=pexels>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연료비를 넘어 운송비와 공공요금,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며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가 모든 계층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필수지출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물가 상승의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장애인 가구는 고물가 시대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계층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5년도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장애인 가구의 연간 경상소득은 6,00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7,185만 원의 83.5% 수준에 해당한다. 소득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 구조 역시 취약한 양상을 보인다. 장애인 가구의 근로소득 비중은 51.1%로 전체 가구의 64.5%보다 13.4%포인트 낮았다. 반면 정부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17.6%로 전체 가구의 8.5%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현실 속에서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고용 지표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2024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5%로 전체 인구 고용률 63.3%에 비해 28.8%포인트 낮았다. 반면 실업률은 4.0%로 전체 인구의 2.3%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 확보가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물가 상승은 생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출 구조에서는 물가 상승의 충격이 장애인 가구에 더 크게 작용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2023년 장애인 가구의 연평균 소비지출액은 2,650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3,166만 원보다 낮았지만, 식료품과 의료비 등 필수지출 비중은 더 높게 나타났다. 식료품 지출 비중은 33.6%, 의료비 비중은 10.7%로 집계됐으며, 특히 의료비 비중은 전체 가구 평균 6.6%보다 4.1%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 많은 구조가 고물가 상황에서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역시 가계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2023년 기준 장애인 가구는 장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용으로 매달 평균 17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항목은 의료비 5만7,800원, 보호·간병비 2만8,200원, 교통비 2만4,100원 등으로, 대부분 일상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지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은 빈곤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기준 장애 인구의 빈곤율은 35.7%로 전체 인구 빈곤율 14.9%보다 약 2.4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소득 부족을 넘어 필수지출이 높은 구조가 빈곤 상태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부담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성은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이동을 위한 교통비와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의료비,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간병비 등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 항목이 많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다. 일반 가구가 소비 항목을 조정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것과 달리 장애인 가구는 지출 구조 자체가 경직돼 있다는 점이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 정세의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경제적 취약계층이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장애인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이들의 특수한 지출 구조를 반영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