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의 ‘보이지 않는 차별’, 법원이 제동을 걸다
면접 편의 미제공에 위자료 판결
절차적 배려 부족도 차별로 인정

장애인 고용 확대 정책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용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직무 배치, 임금, 근무 환경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 배제되거나 제한된 기회를 부여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법원이 면접 과정에서의 ‘편의 미제공’을 차별로 판단한 판결은 이러한 현실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채용 단계에서의 ‘선별적 기회 제공’이다. 기업들은 장애인 채용 공고를 내면서도 실제로는 단순 업무나 보조직에 한정해 지원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사무·기획 등 주요 직무에서는 사실상 배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채용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는 장애인을 별도 공간에 배치하거나 실질적인 업무 없이 고용 상태만 유지하는 ‘형식적 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과 승진에서도 차별은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거나 승진 기회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직장 내 관계에서의 비공식적 배제, 즉 회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문제 역시 장기적으로 경력 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근무 환경에서는 ‘정당한 편의 제공’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의 직무 수행을 돕기 위한 장비나 환경 개선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거나, 비용과 번거로움을 이유로 최소한의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외형상 차별이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기회 격차를 확대시키는 간접 차별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전주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법원은 청각장애인이 면접 과정에서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한 사건에서 회사 측에 위자료 300만원 지급을 명령하며, 절차적 배려 부족 역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지원자는 사전에 장애 사실을 알리고 편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 과정에서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발언을 요청해야 했고 결국 채용에서 탈락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이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채용 절차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명확히 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 제공을 거부한 것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통해, 기업의 소극적 대응 역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한 건의 손해배상 인정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 반복되어 온 ‘의도 없는 차별’ 또는 ‘관행적 무시’에 대해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명시적인 배제뿐 아니라 준비 부족, 무관심, 절차 미비 등도 차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정책이 양적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채용 과정 전반의 공정성과 실질적 참여 보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면접과 같은 초기 진입 단계에서의 편의 제공 여부는 이후 고용 기회의 출발선 자체를 결정짓는 만큼, 기업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이번 판결은 장애인 고용에서 ‘배려’라는 표현 뒤에 가려져 있던 책임의 무게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형식적인 고용 확대를 넘어, 절차와 환경 전반에서의 실질적 평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차별은 다른 모습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