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있는 일자리 찾기’에서 ‘직무 만들기’로
고용 기피 기업 40% “적합 직무 없어”… 공단, 신규 직무 설계로 돌파구

장애인 일자리의 직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행정 보조, 단순 입력 중심이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K-컬쳐 헤리티지 디자이너, 품질관리 보조, 데이터 라벨링 검수 등 산업 현장에 기반한 신규 직무가 잇따라 발굴되고 있다.
배경에는 고용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이유로 기업의 40%가 “적합한 직무를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이는 고용부담금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장애인 고용부담금 누계 수납액은 8,862억 원을 넘어섰다.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감면 승인 건수도 2024년 1,213건에서 2025년 1,525건으로 늘었다. 감면 승인은 장애인 고용 여건이 어렵다고 인정된 기업에 부담금 일부를 깎아주는 제도로, 승인 건수 증가는 고용의무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공단은 이 문제의 핵심 원인을 ‘직무 부재’로 보고 직무 설계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업 현장을 분석해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세부 업무를 분리하고, 보조공학·디지털 도구를 결합해 새로운 직무로 설계한 뒤 채용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출산 축하 공예품 제작원, K-컬쳐 헤리티지 디자이너, 공공 운동시설 클리너 등이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 사업을 통해 발굴됐다. AI·자동화 확산 기조와 맞물려 데이터 라벨링·검수, 디지털 콘텐츠 운영 보조, 품질관리 보조 직무도 새롭게 설계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방식으로 바리스타·도서관 사서보조 직무가 개발됐고, 해당 기업은 보험업계 최초로 고용의무를 달성했다.
이런 흐름을 확산하기 위해 공단은 5월 20일 구로디지털훈련센터에서 성불복지회, 어보브반도체, 인천국제공항보안,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케이티서비스남부, 태광,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양환경공단 등 8개 기관·기업과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단이 직무개발 컨설팅을 집중 지원하고 발굴한 직무를 장애인 채용으로 연계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기관들은 직무디자인 협력체계 구축, 개발 직무의 현장 적용, 동종·유사 업종으로의 직무 보급 인프라 공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종성 이사장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직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고 장애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