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애인 경사로 미설치 ‘하자’ 인정…건설사 책임 범위 확대 주목

설계상 문제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단지 전체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 판단

<사진=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행정법원이 경기 고양시의 한 연립주택 단지에서 장애인 통행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하자로 인정하고 시공사인 GS건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해당 연립주택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 해당하며, 주출입구에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하자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판정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된 기존 분쟁 사례와 비교해 장애인 경사로 미설치 자체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공동주택 하자 분쟁에서는 균열, 누수, 결로 등과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가 일부 항목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장애인 접근성 확보 여부가 주요 판단 대상이 됐다.

법원은 시공사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렸다. GS건설은 설계상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안이므로 시공사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건축공사의 수급인은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설계도면을 제공받은 경우 그 적합성을 검토하고 발주자에게 의견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설계도면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그대로 시공해 하자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법원의 해석이 제시됐다. GS건설은 문제가 된 동이 8세대 규모에 불과해 편의시설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하나의 대지 안에 여러 동의 연립주택이 있는 경우 전체를 하나의 건축물로 보고 전체 세대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단지는 경기 고양시에 조성된 20개 동, 178세대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단지 관리단은 2023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심사를 신청했고, 위원회는 일부 동 주출입구에서 주차장 및 단지 외부 도로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야 하며 장애인등편의법상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하자로 판정했다.

장애인등편의법과 시행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연립주택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장애인 접근성 확보 여부를 건축물 하자 판단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관련 법령 준수에 대한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확인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