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12대 서울시의회 개원 날 결의대회…”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원직복직”

전장연 등 4개 단체, 7일 서울시의회 앞 집결…”혐의없음 처분에도 사라진 일자리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일 1호선 시청역에서 열렸던 전국결의대회 사진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이것도 노동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서울시의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촉구 총력집중 결의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은 제12대 서울시의회가 공식 출범하는 날이다. 일터에서 쫓겨난 지 2년 반이 넘도록 거리 투쟁을 이어온 최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들은 새 의회의 첫날을 기점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와 400명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다시 서울시의회 앞에 선다.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는 비장애인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평생 배제돼 온 최중증장애인이 노동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공공일자리다. 이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장애인 인식개선과 권익옹호 활동을 수행하며,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차별을 바꿔 왔다. 기존의 장애인 고용정책이 ‘훈련과 재활’의 대상으로 장애인을 바라봤다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당사자 스스로의 경험과 목소리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했다.

서울시는 2020년 260명 규모로 이 사업을 시작해 2023년에는 400명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동자들의 권리옹호 활동을 ‘불법 집회 동원’으로 규정하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정치적 이념의 낙인을 찍었다. 결국 2024년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불법 시위 일당’을 지급한 사업, ‘보조금 유용’ 사업으로 몰아갔다. 전장연과 사업 수행기관은 수사 의뢰와 고소·고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제기된 사건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서울시가 그토록 주장해 온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위법성은 끝내 입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라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시의 왜곡은 법적으로 무너졌지만, 400명의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외치고 있다. 단체 측은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해고만 남았다”며 “서울시의 왜곡은 무너졌지만 해고노동자의 삶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역설적인 것은 서울시가 폐지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오히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현재 전국 9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1,660명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전북·경기·광주 남구·세종 등에서는 조례를 통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정의와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서울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일자리를 폐지한 도시로 남게 된 셈이다.

해고 이후 2년 반 동안 장애인단체들은 오세훈 시장에게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외쳤고, 지하철 탑승 행동을 통해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이동하고 노동할 권리가 있음을 알렸다. 12345 지하철행동을 이어가며 400명 집단해고에 대한 책임 있는 대화를 촉구했지만, 서울시는 대화 대신 무정차·강제퇴거·손해배상·고소·고발로 답했다.

그러던 중 2026년 1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자 합동간담회를 계기로 정치권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복원을 서울시당 차원에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확인됐고, 이후 박주민·김영배·전현희 의원과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등을 만나 400명 원직복직과 제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제12대 서울시의원 당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안을 들고 의원실을 직접 찾아갔다. 왜 이 노동이 필요한지, 왜 기존의 장애인일자리사업이 최중증장애인에게 대안이 될 수 없는지, 왜 해고노동자들이 더는 기다릴 수 없는지를 설명했다.

단체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개정이다. 조례에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의 정의와 지원 근거를 명시하고, 권리옹호형·문화예술형·인식개선형 일자리를 서울시의 책임 있는 장애인 고용정책으로 확립하자는 것이다. 시장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일자리가 폐지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조례를 통한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둘째는 400명 원직복직을 위한 예산 반영이다. 단체 측은 “더 많은 노동자가 가난과 고립 속으로 밀려나기 전에, 더 많은 동료가 투쟁의 현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서울시의회가 원직복직을 위한 책임 있는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11대 서울시의회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다수 의석을 앞세워 오세훈 시장의 장애인권리 약탈에 동조했다”며 “400명 집단해고를 막지 못했고,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와 장애인 권리 후퇴가 의회 안에서 벌어지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12대 서울시의회는 달라야 한다”며 “오세훈 시정의 거수기가 아니라, 서울시장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후퇴한 시민의 권리를 복원하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새 의회의 첫날이 또 다른 권리 약탈의 시작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이 지운 최중증장애인의 노동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