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7)] 학교를 떠난 뒤, 발달장애 청년의 시간은 멈춘다

특수교육 졸업 후 진학은 늘었지만 취업은 정체
학교와 사회를 잇는 전환지원 체계 구축 시급

<사진=AI Perplexity 제작 이미지>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학교 졸업은 교육의 종료이자 사회 진출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학교를 떠난 이후 진학이나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수교육과 복지서비스는 학교 안에서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제공되지만, 졸업 이후에는 이를 이어갈 지원체계가 부족해 진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 ‘2025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특수교육대상자는 12만735명으로 2015년 8만7950명보다 약 37% 증가했다. 전체 학생 대비 특수교육대상자 비율도 같은 기간 1.6%에서 2.2%로 높아졌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가 5만7883명(50.1%), 자폐성장애가 2만2194명(19.2%)으로 두 유형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진학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2년 46%였던 진학률은 2025년 58.9%까지 높아졌으며, 기관별로는 일반학급 66.9%, 특수학교 59.7%, 특수학급 55.9%를 기록했다. 반면 취업률은 2013년 취업자 산정 기준 변경 이후 20%대에 머물러 2025년에도 24%에 그쳤다. 일반학급 졸업생 취업률은 13.7%, 특수학급은 32.7%였다.

학교 졸업 이후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공과도 사회 진입을 충분히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2025년 전국 167개 특수학교에서 전공과가 운영됐으며, 졸업생 2240명 가운데 취업자는 1137명으로 취업률은 51.7%였다. 절반에 가까운 1103명은 전공과를 마친 이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동일한 장애인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미취업 상태는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패널조사는 취업 여부가 사회참여와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직업 만족도와 사회관계 만족도,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사회활동 참여와 정서적 지지 수준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의 고용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기준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은 22만8513명이며 이 가운데 취업자는 약 30% 수준에 머물렀다.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07만원으로 당시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절반 수준이었고, 평균 근속기간은 5년이었다. 10년 이상 근속자는 15.6%에 불과했다.

취업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확인됐다. 취업자의 49.3%는 부모나 가족이 취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으며, 당사자가 직접 결정했다는 응답은 28.9%였다. 취업 과정의 어려움으로는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사업체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고, ‘채용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응답도 13.8%를 차지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복지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은 2025년 4030억원에서 2026년 4810억원으로 증액됐고, 이용 대상도 1만2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회계연도 결산 분석에서 주간활동서비스와 방과후활동서비스의 대기자 해소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서비스 확대에도 불구하고 졸업 이후 발생하는 지원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특수교육은 학교 안에서의 교육과 직업교육 기반을 확대해 왔지만, 졸업 이후 취업과 평생교육, 복지서비스, 지역사회 활동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는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교육과 고용, 복지정책이 각각 운영되면서 학교를 떠난 이후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느린이웃’의 조아라 대표는 “발달장애청년의 진로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졸업 이전부터 직업훈련과 고용, 평생교육,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전환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학교를 마친 이후에도 사회로의 이행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